김장호 구미시장
1889년, 파리 만국박람회장에 세워진 에펠탑은 애초에 시한부 운명이었다. 네 다리를 지면에 넓게 벌리고 하늘로 갈수록 한 점으로 모여드는 격자 철골 구조물을 두고, 당대 파리의 내로라하는 예술가들이 '흉물스럽고 추악한 철 구조물'이라며 혹평을 쏟아냈고, 20년의 운영 기한이 끝나면 철거되리라는 것을 아무도 의심하지 않았다. 그렇게 미움받던 에펠탑은 철거를 앞두고 무선통신 안테나로서의 쓸모를 인정받아 극적으로 살아남아, 오늘날 프랑스를 대표하는 랜드마크가 됐다. 구미에도 그 실루엣을 빼닮아 '작은 에펠탑'이라 불리는 탑이 있다. 광평동 회전교차로 한가운데, 넓은 밑동에서 하늘 끝으로 갈수록 날렵하게 좁아지는 '수출산업의 탑', 흔히 수출탑이라고 부르는 탑이다.
2018년 경상북도 산업유산으로 지정된 수출탑은 1976년 구미1공단의 수출 1억 달러 돌파를 기념해 세워졌는데, 오는 9월 5일 50번째 생일을 맞는다. 수출탑이 세워지기 불과 10여 년 전인 1964년에야 대한민국 전체 수출액이 처음 1억 달러 고지를 밟았고, 탑이 세워진 1976년에도 국가 연간 수출액이 77억 1천500만 달러에 그쳤다는 사실을 떠올리면 탑을 건립해 기념한 까닭을 알 만하다. 준공 후 2년 남짓 된 신생 산단이 국가 수출의 1.3%를 도맡은 유례없는 대사건이었기 때문이다.
탑 전면에는 '輸出産業의 塔(수출산업의 탑)'이라 새긴 동판이 붙어 있고, 그 곁에는 조국의 번영과 민족중흥을 이루겠다는 일념으로 박정희 대통령이 남긴 친필 휘호라는 설명이 함께 새겨져 있다. 박 대통령의 염원에 화답하듯 구미산단은 이후 거침없는 성장 가도를 달렸다. 1981년 수출 10억 달러, 1999년 100억 달러 돌파에 이어, 2005년에는 수출액 383억 4천200만 달러로 정점을 찍으며 대한민국 수출의 13.5%, 전국 국가산단 수출액의 27.2%를 차지해 수출 1위 산단으로 등극했다.
그러나 화양연화(花樣年華)는 그리 길지 않았다. 2000년대 후반부터 인건비 부담과 수도권 규제 완화로 인해 산단 입주기업들이 해외로, 수도권으로 하나둘 떠나기 시작하자 구미산단의 수출액은 등락을 거듭하며 내리막을 걷다가 2020년 162억 4천400만 달러까지 쪼그라들었다.
위기일수록 더욱 저력을 발휘하는 구미의 DNA 때문일까. 최근 구미산단은 긴 침체의 터널을 빠져나와 화려한 날갯짓을 시작했다. 한국산업단지공단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에만 수출액 93억 달러를 기록한 구미산단은 연내 수출액 200억 달러 고지 재탈환을 사정권에 두고 있다. 수출 반등세의 원동력을 들여다보면 머지않아 구미산단이 제2의 전성기를 맞으리라는 확신은 더욱 굳어진다. 지난 4년간 구미시의 반도체특구·방산클러스터 등 연이은 대형 국책프로젝트 선정과 투자유치 16조 원 달성에 이어 최근에는 삼성의 AI데이터센터와 피지컬AI 거점 등 19조 원 규모 투자 계획 발표로, 모처럼 구미산단에 훈풍이 불고 있기 때문이다.
반세기 동안 구미와 흥망성쇠를 함께해 온 수출탑 50주년을 맞아, 로봇·AI 등 첨단산업으로 새롭게 무장한 구미산단의 중흥과 대한민국의 중심으로 다시 우뚝 선 구미의 미래를 그려본다. 그리하여 시민의 삶은 더 윤택해지고, 수출탑은 구미를 넘어 대한민국의 랜드마크로 거듭나는 그날이 하루속히 도래하길 기원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