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정한석] 줄이는 것이 개혁은 아니다

입력 2026-08-31 15:09:38 수정 2026-08-31 15:41: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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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생 줄어도 학교 유지비는 그대로…교육재정 단순 감축 안 돼
지방소멸 위험 큰 경북, 교부금 줄면 교육 격차 더 커질 수도
내국세 연동 유지하되 지역별 교육비용 반영해 정교하게 배분해야

정한석 경북도의회 교육위원장. 경북도의회 제공
정한석 경북도의회 교육위원장. 경북도의회 제공

정부가 지방교육재정교부금의 재원 구조를 바꾸려 하고 있다. 현행 '지방교육재정교부금법'은 일정한 내국세 총액의 20.79%와 교육세 일부를 지방교육재정교부금 재원으로 정하고 있다.

정부는 지난 21일 현행 내국세 연동 방식 대신 전년도 교부금을 기준으로 최근 3년 평균 경상성장률과 학령인구 변화율 등을 반영해 교부금 규모를 산정하는 개편 방안을 발표했다.

학령인구 감소에 맞춰 교육재정도 변화해야 한다는 취지는 이해한다. 그러나 학생 수 감소를 교부금 규모와 직접 연결하는 것은 신중해야 한다.

교육은 학생 수만으로 비용을 계산할 수 없기 때문이다. 학생이 줄어도 학교 건물과 급식실, 냉난방시설은 그대로 유지해야 하고 교직원과 행정 인력도 필요하다. 통학과 돌봄, 급식, 특수 교육 등 기본적인 교육 서비스 역시 계속 제공해야 한다.

특히 경북은 상황이 다르다. 도시와 농어촌, 산간 지역이 공존하고 학교가 넓은 지역에 분산돼 있다. 학생 수가 감소해도 교육 서비스를 제공해야 할 공간은 줄지 않는다. 오히려 소규모 학교를 유지하고 먼 거리를 통학시키는 데 더 많은 비용이 들 수 있다.

학교는 지역의 정주 기반이기도 하다. 작은 학교가 사라지면 통학 여건이 나빠지고 자녀를 둔 가정의 지역 이탈을 부추길 수 있다. 학생이 줄어 학교가 약해지고, 학교가 약해져 사람이 떠나 다시 학생이 줄어드는 지방 소멸의 악순환으로 이어질 가능성도 있다.

결국 학령인구 감소를 교부금 감소와 직접 연결하면 지방 소멸 위험이 큰 지역이 오히려 더 불리해지는 문제가 생긴다.

정부와 지방자치단체는 저출생과 지방 소멸에 대응하기 위해 교육발전특구 등 다양한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 아이 키우기 좋은 지역을 만들겠다고 하면서 교육재정 기반을 축소한다면 정책의 방향이 충돌할 수밖에 없다.

아이들이 줄었기 때문에 교육 투자를 줄일 것이 아니라, 아이들이 줄고 있기 때문에 남아 있는 한 명 한 명에게 더 책임 있게 투자해야 한다.

교육 수요도 달라지고 있다. AI·디지털 교육과 늘봄·돌봄, 특수 교육, 학교 안전, 다문화 학생 지원 등 새로운 분야에 대한 요구가 커지고 있다. 학생 수만으로 교육재정의 필요성을 판단하기 어려운 이유다.

물론 교육재정의 비효율은 개선해야 한다. 불필요한 사업과 반복되는 이월·불용을 줄이고 한정된 재원을 효율적으로 사용하는 노력도 필요하다. 그러나 재정 효율화와 안정적인 재원 기반을 약화하는 것은 구분해야 한다.

교육재정 개혁은 '축소'보다 '정교한 배분'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 내국세 연동을 통한 안정성과 예측 가능성은 유지하되 학생 수뿐 아니라 소규모 학교 비율, 학교 분산도, 통학 여건, 도서·산간 지역 등 지역 특성을 교부금 배분에 충분히 반영해야 한다.

경북의 어느 산골에 단 한 명의 아이가 남아 있더라도 그 아이의 교육권과 교육의 가치는 줄어들지 않는다. 학생이 줄었다는 이유로 국가의 책임까지 줄어서는 안 된다.

지방교육재정교부금의 내국세 연동은 교육청의 예산을 지키기 위한 것이 아니다. 어디에서 태어나고 어디에 살든 모든 아이가 동등한 교육 기회를 누릴 수 있도록 국가가 지켜야 할 최소한의 약속이다.

줄이는 것이 개혁은 아니다. 필요한 곳에 제대로 쓰이도록 바꾸는 것이 진정한 개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