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고부-조두진] 인형극장 대한민국

입력 2026-08-31 05: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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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두진 논설위원
조두진 논설위원

청와대가 조희대 대법원장이 제청(提請)한 대법관 후보 2명(손봉기 대구지법 부장판사·김성수 서울고법 부장판사) 중 손 후보 건(件)을 반려(返戾)하고 재제청을 요구했다. 이를 놓고 이른바 '코트 패킹(court packing·법원에 내 편 채우기)' 비판이 나온다.

'코트 패킹'은 법원 재판부를 자기 편으로 채워 우호적인 판결을 유도하려는 정치적 시도를 말한다. 1937년 미국 프랭클린 D. 루스벨트 행정부가 추진하던 뉴딜(New Deal) 정책을 법원이 위헌이라고 판결하자 화가 난 루스벨트 행정부가 연방대법원 정원을 늘려 친정부 성향 대법관으로 채우려(packing) 했던 시도에서 비롯됐다.

이재명 정부의 대법관 증원(현재 14명에서 26명으로)을 비롯해 루스벨트의 1937년 시도, 아르헨티나 메넴 정부의 대법관 증원, 베네수엘라 차베스의 대법관 증원, 헝가리 오르반의 헌법재판관 증원 등이 '코트 패킹'에 해당한다.

대한민국 헌법 제104조 제2항은 '대법관은 대법원장의 제청으로 국회의 동의를 얻어 대통령이 임명한다'고 규정한다. 추천과 제청 과정에 대통령과 사전 협의나 합의를 거쳐야 한다는 규정은 없다. 대통령에게 후보 재제청 요구권도 없다. 헌법에 명시(明示)되지 않은 재제청 요구는 삼권분립을 침해하는 것이다. 나아가 국회가 대법관 후보 자격을 심사할 권한을 원천 봉쇄한다는 비판을 받을 수도 있다.

이재명 대통령은 당 대표 시절 자기 사람을 대거 국회의원에 공천했다. 대통령이 된 후에는 국회의장도 자기 편, 여당 대표도 자기 사람을 심는 데 막대한 영향을 미쳤다. 검찰은 해체(解體)했고, 법원에도 자기 사람을 심으려 한다. 온갖 패킹(내 편 채우기)을 통해 국정 전반에서 마리오네트(Marionette·독립된 인물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배후 조종에 따라 움직이는 존재) '인형극'을 펼치려는 것이다.

행정과 국회, 사법 영역뿐만 아니다. 걸핏하면 대기업 회장들을 무대에 세우는 대미(對美) 투자나 광주 반도체 사업도 뻣뻣한 인형극처럼 보일 뿐이다. 국정 전반이 '인형극'처럼 전개되면 지지율은 계속 떨어질 수밖에 없다. 인형극이 결국 손가락 기술임을 관객(국민)이 알고 있으니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