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창환 칼럼] AI가 답하는 시대, 대학은 무엇을 가르칠 것인가

입력 2026-08-31 06:3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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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창환 경북대 사회복지학부 교수

신창환 경북대 사회복지학부 교수
신창환 경북대 사회복지학부 교수

한때 대학은 지식과 정보의 중요한 관문이었다. 책과 자료에 접근하는 데 물리적·기술적 한계가 있었고, 전문 지식을 배우려면 대학과 교수를 거쳐야 했다. 그러나 인터넷과 수많은 디지털 매체의 등장에 이어 생성형 AI가 빠르게 발전하면서 대학이 누려온 지식의 독점적 지위는 무너지고 있다. 이제 AI는 복잡한 개념을 설명하고 방대한 정보를 정리·분석하며, 때로는 전문가 수준의 답까지 제시한다. 그렇다면 대학은 앞으로 무엇을 가르쳐야 하는가.

일각에서는 AI가 대학 교육의 상당 부분을 대체할 것이라고 전망한다. 그러나 지식 전달의 효율성이 떨어졌다고 해서 대학의 필요성까지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대학이 무엇을 가르쳐야 하는지가 달라지고 있다. AI가 답을 빠르게 만들어내는 시대에는 답을 외우는 능력보다 무엇을 물어야 하는지를 아는 능력이 중요해진다. 대학 교육의 중심도 '답을 가르치는 교육'에서 '질문을 만드는 교육'으로 옮겨가야 한다. AI 시대의 문맹은 답을 모르는 사람이 아니라, 무엇을 물어야 하는지 모르는 사람일지도 모른다.

그렇다고 질문하는 능력이 아무것도 모르는 상태에서 생기는 것은 아니다. 좋은 질문에는 좋은 판단이 선행된다. 판단하려면 기본적인 지식과 정보를 이해하고 해석하는 능력이 필요하다. 더 나아가 사실이 무엇인지를 판단하는 것만으로도 충분하지 않다.

어떤 선택이 더 바람직한지, 그 선택이 인간과 사회에 어떤 결과를 가져오는지를 판단할 수 있어야 한다. '사실 판단'에 지식과 정보가 필요하다면 '가치 판단'에는 인간과 사회에 대한 깊은 이해가 필요하다. AI 시대에 인문학과 사회과학이 오히려 중요해지는 이유다.

AI에 대한 두 가지 극단도 경계할 필요가 있다. 하나는 AI가 인간의 일과 삶을 곧바로 대체하고 인간이 기술에 종속될 것이라는 비관론이다. 다른 하나는 AI를 도입하기만 하면 산업과 교육, 지역의 문제가 저절로 해결될 것이라는 환상론이다. 기술은 가능성을 제공하지만 어떤 문제를 해결할 것인지 결정하고, 그 결과를 판단하는 것은 결국 인간의 몫이다.

여기에 지역 대학의 새로운 기회가 있다. AI는 세계의 일반적인 지식을 빠르게 처리할 수 있지만 대구·경북이 직면한 구체적인 문제를 저절로 해결해 주지는 않는다. 지역 산업과 일자리, 고령화와 돌봄, 의료 격차, 지역 소멸과 같은 문제는 지역의 역사와 생활환경, 산업구조와 사람에 대한 이해가 선행되어야 제대로 질문할 수 있다. 지역 대학은 바로 이러한 문제를 AI와 결합해 해결하는 교육과 연구의 현장이 되어야 한다.

수도권 대학과 똑같은 AI 학과를 만들고 같은 주제를 연구하는 것이 지역 대학의 AI 전략이어서는 안 된다. 인간과 사회, 지역 환경과 기술에 대한 이해를 바탕으로 AI를 활용해 지역 주민의 삶의 질을 높이는 '지역밀착형 교육과 연구'가 필요하다. 지역이 가진 문제를 가장 먼저 발견하고, 그것을 새로운 연구와 산업의 기회로 전환한다면 지역 대학은 AI 시대에 오히려 자신만의 경쟁력을 만들 수 있다.

정부의 대학 지원 정책도 이 방향을 고민해야 한다. 최근 AI 대학과 브랜드 단과대학 등 대학의 경쟁력을 높이기 위한 교육부 정책이 '서울대 3개 만들기 사업'의 일환으로 추진되고 있다. 이 정책들은 AI 관련 산업 수요와 인재 양성을 강조하고 있지만 이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 지역 대학이 지역의 문제를 스스로 정의하고, 여러 학문과 AI를 결합해 해법을 실험할 수 있도록 지원해야 한다. 수도권 대학과 같은 기준으로 더 빨리 따라오도록 요구하는 것이 아니라, 지역 대학이 자신만의 질문을 만들도록 해야 한다.

AI 시대에 답을 잘 가르치는 것만으로 대학의 경쟁력을 설명하기는 어려워졌다. 앞으로 대학이 길러야 할 사람은 AI보다 많은 답을 기억하는 사람이 아니라, AI가 내놓은 답을 의심하고 더 나은 질문을 던지며 사실과 가치 사이에서 책임 있게 판단할 수 있는 사람이다. AI가 답을 만드는 시대, 대학의 경쟁력은 결국 어떤 질문을 만들어내느냐에 달려 있다. AI가 답을 대신하는 시대일수록 대학은 질문을 가르쳐야 한다. 그리고 지역 대학은 그 질문을 지역에서 찾아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