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수치만 성장할 뿐 정부가 조성하는 불안에 발목 잡힌 경제

입력 2026-08-26 05: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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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개발연구원(KDI)은 올해 성장률을 3.2%로 전망했고, 수출과 설비투자도 7~8%대 증가를 예상했다. 500대 기업 중 비교 가능한 331곳의 상반기 영업이익은 1년 전보다 250%가량 급증했다. 경제 회복을 알리는 숫자들이다. 그런데 경제주체(經濟主體) 움직임은 반대다. 기업 영업이익과 현금성 자산은 급증했는데 자본지출은 오히려 줄었다. 현금이 쌓여가는데 미래 투자를 줄였다는 말이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를 뺀 기업 투자는 심각할 정도로 줄었다. 가계의 체감 현실도 다르지 않다. 상반기 명목 소매판매는 0.3% 늘었지만 물가 인상을 뺀 실질 소매판매는 2.4% 감소했다. 한국은행이 25일 발표한 8월 소비자심리지수와 현재경기판단지수 모두 떨어졌다.

수치는 '경기 회복' 신호를 보내지만 경제주체 반응은 다르다. 기업은 투자를 주저하고 현금 쌓기에 바쁘다. 가계는 생활물가와 자산가격 사이에서 지출을 방어한다. 대외 불확실성 탓도 크다. 그러나 미국 관세, 중국 경기, 중동전쟁, 반도체 가격을 정부가 통제할 수는 없다. 이 때문에 국내 정책의 예측 가능성이 더 중요하다. 그런데 이재명 정부는 대규모 미래산업 투자와 생산적 금융을 추진하며 세제와 기업지배구조, 노동 제도까지 잇달아 바꾸고, 부동산 정책도 세제와 공급 대책을 거듭 수정한다. 기업과 가계가 투자하고 소비하기에 불안한 상황을 정부가 조성(造成)한다.

정부는 정책금융을 늘릴 게 아니라 기업의 수요와 비용, 세금과 규제 예측 가능성을 높여야 한다. 가계도 소비쿠폰이나 일회성 지원은 한계가 있다. 오른 생활비와 주거비 부담, 자산 가격 불안이 지속되는데 소비가 회복될 리 없다. 정부가 성장률 3%를 목표로 삼는 것은 자유다. 그러나 목표치를 높이는 것과 경제주체 신뢰를 높이는 것은 전혀 다른 문제다. 기업이 돈을 쌓고 가계가 지갑을 닫는 경제에서 정부가 할 일은 경제주체를 움직이라고 다그치는 것이 아니다. 수치만 성장하고 불안이 커지는 역설적 상황을 빚어낸 장본인(張本人)이 정부임을 알아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