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토교통부가 고시원 내 책상 설치 의무를 없애고 욕조 설치를 허용하려던 건축 기준 개정안을 행정예고 단 열흘 만에 전격 철회(撤回)했다. 1인 가구 급증이라는 인구구조 변화와 전·월세 부담 고조에 대응하고, 중소기업의 규제 개선 건의를 수용해 "안전과 무관한 규제를 완화하겠다"는 취지였으나, 현실과 턱없이 떨어진 행정에 민심은 차갑게 돌아섰다. 최근 폐기 버스를 개조해 대학가 청년 임시 주거 공간으로 쓰자는 '버스하우스' 제안이 "청년을 조롱하느냐"는 거센 비판을 받았던 데 이어, 방 한가운데 덩그러니 욕조가 놓인 기이한 고시원 풍자물까지 등장하자 정부가 부랴부랴 한발 물러선 것이다.
이번 사태는 정책 당국과 정치권이 최저 주거 수준 이하에서 신음하는 청년·서민층의 삶을 얼마나 안이하고 무감각하게 바라보고 있는지를 여실히 드러낸다. 현행 기준이 고시원을 숙박·학습 시설로 간주해 개별실 내 취사나 욕조 설치를 금지해 온 것은 독립 거주시설로의 변질(變質)을 막기 위한 조치였다. 하지만 고시원은 이미 본래의 기능이었던 '학습 공간'을 넘어 1인 가구와 극빈층의 마지막 주거 안전망 역할을 하고 있다. 이런 현실에서 좁디좁은 '닭장방'에 욕조 설치를 허용하고 책상 의무마저 없애는 것이 과연 주거 환경 개선인가 "욕조가 없어서 못 씻는 게 아니다" "고시원 방이 욕조만 한데 눈을 의심했다"는 거주자들의 분통은 정곡을 찌른다.
도심 주택 공급에 시간이 걸리고 청년층의 월세 부담이 가중되는 상황에서 비주택 시설을 제도권 안으로 끌어오려는 시도 자체를 무조건 부정할 수는 없다. 그러나 주거난 해법이 '인간다운 최소한의 집'을 늘리는 방향이 아니라 '집이 아닌 공간'을 그럴듯하게 포장하는 방식은 안 된다. 고시원을 실제 주거 공간으로 인정하고 수용할 수밖에 없다면, 단순 시설 허용이라는 임시방편(臨時方便)을 넘어 면적, 환기, 방음, 피난, 소방 안전 등 최저 주거 기준과 안전 기준을 근본적으로 끌어올려야 할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