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경훈 칼럼] 李 집권 연장 개헌, 국민이 용서하지 않을 것이다

입력 2026-08-24 05: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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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경훈 논설주간
정경훈 논설주간

대통령의 선출 횟수를 2회로 제한한 미국 수정헌법 제22조가 발효(1951년)되기 전까지 미국 헌법에는 대통령의 선출 횟수에 대한 명문 규정이 없었다. 따라서 무한정 연임 또는 중임해도 헌법 위반이 아니었다. 그러나 초대 대통령 조지 워싱턴이 2연임 후 퇴임하면서 후임 대통령들과 정당들은 그 선례를 충실히 지켰다.

워싱턴의 선례를 따른 3대 토머스 제퍼슨은 그 이유를 이렇게 말했다. "(대통령 임기가) 헌법에 의해, 혹은 관습에 의해 제한받지 않는다면 명목상 4년 임기는 종신으로 이어질 위험이 있다."

제18대 율리시스 그랜트와 제22대, 24대 그로버 클리블랜드 때도 그 전통은 굳건했다. 그랜트의 측근들이 그랜트의 3연임을 주장하자 하원은 이렇게 결의했다. "워싱턴을 비롯한 미국 대통령이 남긴… 두 번의 임기 후 물러났던 선례는 미국 공화국 시스템의 일부로 자리 잡았다.… 이 유서 깊은 전통을 무시하는 것은 어리석고 비애국적인 행위가 될 것이며 미국 자유주의에 대한 위협이 될 것이다." 22, 24대 클리블랜드가 1892년 비연속적 세 번째 임기를 희망했을 때도 마찬가지였다. 민주당은 또 한 번의 출마는 '성문화되지 않은 헌법' 위반이라는 경고와 함께 대선 후보 지명을 거절했다.(「어떻게 민주주의는 무너지는가」, 스티븐 레비츠키·대니얼 지블렛)

그러나 이런 전통은 32대 프랭클린 루스벨트가 1940년 3선, 1944년 4선에 오르면서 깨져 버렸다. 선출 횟수에 제한을 두지 않은 헌법의 맹점을 파고든 임기 연장이었다. 이를 방지하기 위해 탄생한 것이 수정헌법 제22조이다.

우리 헌법에도 이와 비슷한 역사적 배경을 가진 규정이 있다. '대통령의 임기 연장 또는 중임 변경을 위한 헌법 개정은 그 헌법 개정 제안 당시의 대통령에게는 효력이 없다'고 규정한 제128조 2항, 이른바 '헌법 개정 효력 제한 규정'이다. 이 조항의 설치 배경에 대해 법제처가 발간한 「헌법 주석서」는 이렇게 기술하고 있다. 요약하면 이렇다.

'1960년 4·19 혁명의 결과로 탄생한 제2공화국 헌법, 1987년 민주항쟁의 결과물인 현행 헌법을 제외하면 우리나라 헌법은 대부분 대통령의 집권 연장을 위한 수단으로 이용됐음을 부인하기 어렵다. 대통령 임기를 1980년 개헌에서 7년 단임, 1987년 개헌에서 5년 단임으로 정해 장기 집권 문제를 최소화하려고 했으나, 이런 헌법 규정을 개정해 장기 집권을 시도할 가능성이 존재했다. 이런 문제에 대한 대안의 하나로서 도입된 것이 (현직 대통령에 대한) 헌법 개정 효력 제한 규정이다.'

현행 헌법 체계에서 이 규정을 손대지 않는 한 현직 대통령의 임기는 연장할 수 없다. 그렇다면 임기 연장을 위해 이 규정을 손댈 수 있을까? 헌법학계 다수설은 '아니다'이다. 설사 손댄다 해도 위헌이라고 한다. 말하자면 현직 대통령 임기 연장에 관한 한 이 규정은 손대서도 안 되고 손댈 수도 없으며 손댄들 헌법적 효력이 없는 절대 규정이라는 것이다.

그러나 이재명 대통령과 측근들의 입에는 '손댈 수 있다'로 해석할 수 있는 소리가 흘러나온다. 대표적 친명계라는 조정식 국회의장의 '국민이 선택할 문제'라는 발언이 대표적이다. 이 대통령도 대선 후보 시절 비슷한 소리를 했다. "헌법을 개정하면 그 조항조차도 국민이 바꾼다는 뜻이기 때문에… 개정된 헌법에 따르는 게 국민주권주의에 더 맞다." 이런 기조는 최근까지 이어지고 있다. 조 국회의장의 발언이 정치적 파장을 불러오자 4년 연임 또는 중임 개헌의 현직 대통령 적용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고만 할 뿐 '연임 않겠다'는 말은 하지 않는다. 속셈이 의심스러운 불순한 침묵이다.

그 배경을 두고 이 대통령의 임기 만료 후 재연될 사법 리스크 원천 차단일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이재명 대통령은 임기 만료 이후 형사 책임의 문제에 정면으로 맞닥뜨릴 수 밖에 없으므로 장래에 마주할 현실을 탈피하기 위해 헌법 개정에 나설 유인 내지 동기는 과거 어느 대통령보다 상대적으로 높다."(박진우 가천대 교수) 동기가 무엇이든 이 대통령의 집권 연장을 위해 헌법 128조 2항을 손대는 것은 권력자의 장기 집권 차단 장치를 부숴버리는 헌법 파괴이다. 국민이 허락하지도, 용서하지도 않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