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년 판문점 회동 사진' 북미 대화 재개 신호였나

입력 2026-08-17 16:44: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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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적 승부수… 이란전쟁 출구전략 안보이고, 11월 중간선거 참패 전망 우세
美 언론, 한미동맹 훼손 가능성↑ 비판 쇄도
광복절에 나온 李 대통령 종전 다자논의
제안 귓등으로 넘긴 김 위원장, 러시아와 끈끈한 관계 과시하며 해방탑 3년째 찾아

한미 군 당국이 유사시 한반도 방어를 위한 정례 연합 훈련인
한미 군 당국이 유사시 한반도 방어를 위한 정례 연합 훈련인 '을지 자유의 방패'(UFS·Ulchi Freedom Shield) 연습을 시작한 17일 경기도 평택시 캠프 험프리스에서 블랙호크 헬기가 비행하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16일 한미 연합 군사훈련 규모를 대폭 축소할 것을 피트 헤그세스 국방장관에게 지시했다고 밝혔다. 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한미연합훈련의 대폭 축소를 지시했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에게 대화를 제안한 것으로 풀이된다. 정치적 승부수를 던진 것이라는 해석도 나온다. 이란전쟁 출구전략이 좀체 보이지 않는 데다 11월 중간선거에서 참패할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한 탓이다.

◆훈련 축소 지시, 배경 뭔가

트럼프 대통령은 16일(현지시간) 오후 자신의 소셜미디어에 "취소하기에는 너무 늦었다는 사실을 감안해 피트 헤그세스 국방장관에게 (한미)연합훈련을 대폭 축소하라고 지시했다"고 밝혔다. 한미연합훈련 '을지자유의방패(UFS)'는 17일 시작해 27일까지 진행된다.

훈련 비용이 많이 들고 그 상당액을 미국이 부담하고 있어 마음에 들지 않는다는 이유를 내세웠다. 자신의 집권 기간 동안 북한은 전혀 위협적이지 않다는 말도 더했다. 자신이 김 위원장과 사이가 좋기 때문에 평화를 유지할 수 있다는 논리다. 이런 마당에 굳이 연합훈련으로 적대적인 신호를 주는 건 온당치 않다는 주장이다.

그러나 한미연합훈련 축소 지시는 적의가 없음을 입증하는 트럼프식 유화책으로 보인다. 북한은 한미연합훈련을 '침략전쟁연습'이라며 강도 높게 비난해왔는데 지난 2018년 6월 북미 정상회담이 있던 당시에도 한미연합훈련은 대폭 축소되거나 폐지됐다. 그해 8월 예정됐던 전구급 한미 연합연습 을지프리덤가디언(UFG)이 28년 만에 중단됐고, 이듬해에는 키리졸브 연습과 독수리훈련까지 중단됐다.

특히 이번에 내놓은 미국의 제안은 북한에게도 특별할 수 있다. 북한은 핵보유국으로서의 입지를 트럼프 대통령과 만남에서 다질 수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올린 판문점 회동 사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트루스소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올린 판문점 회동 사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트루스소셜

◆美 야권·언론 "근시안적 실수"

트럼프 대통령의 지시에 미국 민주당 등 야권과 언론들은 한목소리로 비판 대열에 섰다. 한미동맹을 훼손할 수 있다는 것이다. 걸프전 등에 참전해 해군 파일럿으로 39차례 전투 임무를 수행한 민주당 소속 마크 켈리 연방 상원의원은 X(엑스·옛 트위터)를 통해 "연합훈련을 무력화하는 것은 근시안적인 실수"라고 꼬집었다.

뉴욕타임스(NYT)는 "이란전쟁으로 막대한 자원과 관심이 쏠리고 있는 상황에서, 미국이 중국을 억제하기 위해 과연 무엇을 할 의향이 있는지에 대한 아시아 동맹국들의 우려를 더욱 키울 수 있다"고 지적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미국은 오랫동안 한국의 자체 핵무기 개발을 막기 위해 미국이 한국 방위에 강력히 전념하고 있음을 강조해 왔지만, 트럼프 대통령이 주요 군사 훈련을 축소하기로 결정하면서 이러한 정책 목표 달성이 복잡해질 수 있다"고 진단했다. WSJ는 미국이 뒤처져 있는 조선업 분야에 한국이 투자하고 있다는 점도 짚었다.

AP통신은 "적대국 지도자의 편을 들면서 동맹국에 맞서는 듯한 태도를 보인 가장 최근의 사례"라며 트럼프 행정부가 최근 수개월간 한국에 대해 보였던 입장에서 급격하게 선회했다고 평가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지시가 동맹국인 한국에 대한 압박일지 모른다는 분석도 나왔다. 블룸버그통신은 한국이 이란전쟁에 더 많은 지원을 제공하지 않은 데 대한 불만이 정책 변화의 배경이라고 해석했다. 일부 전문가들은 한미 관세 협상에서 합의된 2천억 달러 규모의 대미 투자 프로젝트가 진전되지 않은 상황도 훈련 축소 결정과 관련이 있는 것이 아니냐고 봤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지난 14일 부인 리설주, 딸 주애와 함께 조국해방(광복) 81주년을 맞아 해방탑을 참배했다고 조선중앙통신이 15일 보도했다. 연합뉴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지난 14일 부인 리설주, 딸 주애와 함께 조국해방(광복) 81주년을 맞아 해방탑을 참배했다고 조선중앙통신이 15일 보도했다. 연합뉴스

◆李 대통령 빛바랜 종전 다자논의

이재명 대통령이 광복절 경축사에서 제안한 6·25 전쟁 종식을 위한 다자 논의는 빛을 잃게 됐다. 남북대화가 단절된 상황에서 정전체제를 평화체제로 전환하기 위한 논의에 착수하고, 북핵 중단 방안까지 모색해보겠다는 구상이었다. 지난 2월 노동당 9차 대회에서 한국을 '가장 적대적인 실체'라고 지칭한 북한을 향한 유화 손짓이었다.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의 훈련 축소 지시가 '한국 패싱'을 공고화할 것으로 보인다. 북한이 미국과 직접 대화함으로써 핵 보유 등 현안을 직접 풀 수 있을 것으로 관측되기 때문이다.

때문에 국민의힘 등 야권에서는 "우리만 스스로 무장을 해제하는 한심한 평화 구걸"이라며 비판의 날을 세운다. 최보윤 수석대변인은 논평을 통해 "북한이 핵 능력을 고도화하는 상황에서도 대통령은 북한을 향해 '당사자 간 종전 논의'와 '3대 평화 공존'이라는 껍데기뿐인 제안을 던졌다"고 비판했다.

안철수 의원도 페이스북에 "비핵화 없는 종전은 바로 '북핵 인정'"이라며 "억지력은 선의가 아니라 공포에서 나온다. 핵전력의 균형 속에서만 대화도 시작될 수 있다"고 적었다.

나경원 의원도 "북한은 대놓고 '한국 정부 패싱'을 이어가고 있는데, 우리가 스스로 무장해제를 자처하며 뜬구름 잡는 종전선언을 구걸할수록 북한과 미국은 바로 한국을 건너뛰고 직거래에 나설 것"이라고 짚었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지난 14일 부인 리설주, 딸 주애와 함께 조국해방(광복) 81주년을 맞아 해방탑에 참배했다고 조선중앙TV가 15일 보도했다. 연합뉴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지난 14일 부인 리설주, 딸 주애와 함께 조국해방(광복) 81주년을 맞아 해방탑에 참배했다고 조선중앙TV가 15일 보도했다. 연합뉴스

◆韓 제안 귓등으로 넘긴 김정은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이재명 정부의 제안을 귓등으로 넘겼다. 오히려 김 위원장은 광복절을 맞아 해방탑을 3년 연속으로 찾는 등 러시아와 끈끈한 관계를 과시했다. 해방탑은 1945년 북한에서 일본군을 몰아내다 전사한 소련군을 추모하는 상징물이다.

그는 "형제적인 러시아 군대와 인민이 당신의 현명한 영도 밑에 나라의 주권과 안전이익, 영토완정을 수호하고 강력한 러시아를 건설하기 위한 성업을 반드시 성취하리라는 굳은 확신을 재삼 표명한다"고 했다.

북한은 2024년 6월 러시아와 '포괄적 전략적 동반자 관계에 대한 조약'을 체결한 이후 그해 10월부터 전투병과 공병 등을 우크라이나전쟁에 파병해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