셔플댄스협회 회원 급증…평균 50대
새로운 취미이자 생활운동 자리매김
"갱년기 극복에 큰 도움, 삶에 활력 생겨"
SNS에 셀프 댄스영상 공유하기도
중장년층 사이에서 '춤바람'이 불고 있다. 토끼춤처럼 발을 교차하거나 미끄러지며 스텝을 밟는 '셔플댄스'가 때아닌 인기다. 2010년대 초 젊은층 사이에서 유행했던 이 춤이 최근 5060세대의 새로운 취미이자 생활운동으로 떠오르고 있다. 셔플댄스 경험자들은 몸과 마음 모두가 건강해지는 일상의 활력소가 되고 있다고 입을 모은다. 단순히 춤추는 것을 넘어 함께 영상을 찍어 SNS에 공유하는 등 댄스를 즐기는 방식도 다양해지고 있다.
◆춤추는 5060 "일상이 달라졌다"
지난 12일 오후 7시 40분 한국셔플댄스협회 대구북구침산지부 연습실. 수업 시작을 20분 앞두고 50·60대 회원들이 하나둘 모여들었다. 익숙한 듯 서로 안부를 묻고 이야기를 나누던 회원들은 "요즘 연습을 많이 못 했다"며 아쉬움을 들어냈다.
하지만 음악이 나오자 분위기가 삽시간에 달라졌다. 단체복을 맞춰 입은 회원 9명이 진지한 표정으로 거울 앞에 열을 맞춰 섰다.
신나는 비트의 팝송이 흐르자 발이 바빠졌다. 앞뒤로 발을 빠르게 옮기는 기본 스텝에 좌우로 몸을 튕기는 동작이 이어졌다. 단순해 보이던 동작은 점점 현란해졌다. 여기에 팔 동작까지 더해지자 난이도는 높아졌지만, 대부분 회원은 동작을 놓치지 않고 따라갔다. 음악이 끝나고 엔딩 포즈를 취하자 회원들의 얼굴에는 환한 미소가 떠올랐다.
임순영(53) 씨는 "셔플댄스는 우리 나이에도 배울 수 있는 춤이자 운동"이라며 "춤을 추기 위해 체력을 기르려고 달리기를 시작해 대회에서 메달까지 땄다"고 자랑했다.
이제 1년이 된 한국셔플댄스협회 대구북구침산지부의 회원은 무려 80명. 평균 연령은 50대다. 최고령 회원은 63세, 최연소 회원은 39세로 다양한 연령층이 활동하고 있다.
송원재(62) 씨는 2017년 가수 싸이의 춤에서 셔플 동작을 보고 유튜브를 찾아보며 혼자 따라 하다가 집 근처에 협회가 생겼다는 소식을 접한 뒤 곧바로 등록했다. 송 씨는 "다양한 스텝을 배우는 게 재미있고 혼자서도 자유롭게 할 수 있다는 점이 좋다"고 말했다.
또한 60대 회원 정순임 씨에게 셔플댄스는 갱년기를 겪으며 무기력해졌던 일상을 바꾸는 취미가 됐다. 정 씨는 "갱년기로 10㎏가 쪘는데 셔플을 시작하고 9㎏ 감량했다. 건강해지기도 했지만 활력이 생겼다"며 "새로운 기술을 배울 때마다 실력이 늘어나는 성취감도 있다. 앞으로 배울 수 있을 때까지 계속 하고 싶고, 가족 모임에서도 보여주고 싶다"고 했다.
박현주 한국셔플댄스협회 대구북구침산지부장은 셔플댄스의 인기 요인으로 낮은 진입장벽과 높은 운동 효과, 재미 등을 꼽았다.
박 지부장은 "발 동작만 익히면 춤을 잘 못 추는 사람도 누구나 출 수 있다는 점에서 희열을 느끼는 것 같다"며 "계속 뛰어야 해서 유산소 운동 효과가 크지만, 신나는 음악에 맞춰 춤을 추다 보니 운동이라는 생각보다 재미있다는 느낌이 먼저 든다"고 말했다.
이어 "특히 갱년기를 겪는 50대 회원들이나, 항암 치료를 끝내신 분 등이 건강을 위해 많이 찾는다"며 "처음에는 회원 수가 가파르게 늘었지만 지금은 셔플 커뮤니티가 많이 생겨 증가세가 다소 둔화됐다. 그러나 어느 정도 회원수가 잘 유지되고 있다. 선생님 없이도 회원들끼리 찾아와 연습할 만큼 열정이 높다"고 덧붙였다.
◆유튜브·오프라인 모임 등 인기 확산
유튜브에서도 '셔플댄스'가 인기몰이를 하고 있다. 한국셔플댄스협회가 제작한 시니어 셔플댄스 입문 스텝부터 런닝맨, 킥스텝 등 동작별 안내 영상의 조회수는 적게는 80만 회에서 많게는 100만 회를 넘겼다.
댓글에서는 "옛날 토끼춤이 생각나는 걸 보니 유행은 돌아온다", "영상을 보고 셔플댄스를 꼭 배우고 싶어졌다", "따라하다가 무릎이 나갈뻔했다. 조심히 시작하셔라" 등 중장년층을 중심으로 공감과 관심을 드러내는 내용이 이어졌다.
짧은 길이의 영상인 숏폼 플랫폼에서도 시니어 셔플의 인기를 확인할 수 있다. 여러 명이 대형을 맞춰 춤을 추는 단체 군무부터 친구, 부부, 자녀와 함께 셔플댄스를 추는 영상, 바다나 해외여행지에서 촬영한 '셔플댄스 챌린지'까지 다양한 콘텐츠가 수백 만 조회수를 기록하며 인기를 끌고 있다.
1년째 셔플댄스를 배우고 있는 박용석(62) 씨는 "친구들과 환갑여행을 갔을 때 한 친구가 춘 셔플댄스를 보고 입문하게 됐다"며 "춤을 배우기 시작하며 나 역시 직원들과 야유회에 가서 같이 셔플댄스를 추고 영상으로도 남겨본 특별한 경험을 했다"고 말했다.
셔플댄스 열풍은 협회나 댄스 학원을 넘어 실제 오프라인 모임과 문화기관 강좌로도 확산되고 있다. 중고거래 플랫폼 당근의 오프라인 커뮤니티인 당근 모임에서 수성구 기준 '시니어 셔플댄스' 키워드를 검색했을 때 관련 모임이 20여 개가 운영 중이며, 활성화된 모임에는 100~200명의 회원이 참여하고 있다.
이러한 인기에 힘입어 행복북구문화재단이 운영하는 행복예술아카데미는 이번 여름학기 셔플댄스 강좌가 신설됐다. 개설 초기 10명으로 시작했지만 입소문을 타고 인원이 꾸준히 늘면서 현재는 20명이 수강하고 있다.
재단 관계자는 "원데이 클래스로 먼저 시범 강좌를 선보였는데, 반응이 좋아 정규 강좌로 확대했으며, 가을학기에도 정규 강좌로 이어갈 예정"이라며 "수강생들 사이에서도 '기존 라인댄스나 정적인 춤은 크게 운동이 안 됐는데, 직접 스텝을 밟으며 운동 효과도 좋다'는 반응이 많다. 벌써 재수강을 신청한 수강생도 적잖다"고 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