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형 확대 더불어 외식·에듀테크·애그테크 등 분야 다변화
지역 8개 대학 학생기업 매출 90%·자본금 4.8배 증가
각종 지원사업·AI 활용 등으로 진입 장벽 낮아져
"창업정책, '양적 확대'에서 '지속 가능 성장'으로 전환돼야"
#계명대학교에서 튜바를 전공한 홍재식(30) 호보스피자 대표는 대학 재학 시절부터 창업에 뛰어들었다. 대학 2학년이던 23세부터 원단과 파충류 판매 등 다양한 사업을 경험했고, 26세에는 피자 매장을 열며 외식업에 본격적으로 도전했다.
호보스피자는 출범 2년여 만에 대구를 넘어 경기 용인과 울산으로 매장을 넓혔다. 내년에는 서울에 직영점과 가맹점을 추가로 열 계획이다.
홍 대표는 "지역에서 시작한 외식 브랜드도 충분히 전국 브랜드로 성장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다"고 포부를 밝혔다.
#영남대에서 교육학과 컴퓨터공학을 전공한 박강윤(32) ㈜문화소프트 대표는 교육 현장의 불편을 인공지능(AI)으로 해결하는 에듀테크 사업에 도전했다. 대학원 연구 논문을 토대로 2021년부터 창업을 준비해 2024년 4월 법인을 설립했다.
문화소프트는 교사의 서술형 답안과 수행평가 채점을 돕는 AI 기반 솔루션을 개발하고 있다. 학생 수가 늘수록 커지는 교사의 채점 부담을 줄이는 것이 목표다.
박 대표는 "AI를 활용해 교사들의 채점 과정을 편리하게 만들고 실제 사용자 의견을 반영해 제품을 계속 개선하고 있다"고 말했다.
#영남대 컴퓨터공학과를 졸업한 윤여정(23) 아워비(ourbee·구 Webee) 대표는 시설농가에서 작물 수정을 담당하는 호박벌의 생육환경을 관리하는 '스마트 벌통'을 개발하고 있다. 대학 4학년이던 지난해 11월 창업에 뛰어들었고, 올해 2월 졸업한 뒤 사업을 이어가고 있다.
스마트 벌통은 비닐하우스와 스마트팜 내부의 온습도를 일정하게 유지하고 벌의 활동량에 따라 출입구를 자동으로 여닫는 장치다. 활동 데이터를 분석해 농가에 관리 상태와 개선 효과를 알려주는 애플리케이션도 개발 중이다.
윤 대표는 "농가의 벌 구매비 부담을 줄이고 작물 수정 효율을 높이는 것이 목표"라고 말했다.
외식업에서 에듀테크, 애그테크까지 학생 창업 분야가 다양해지는 가운데 대학가 학생 창업의 외형도 빠르게 커지고 있다. 창업자와 창업기업 수뿐 아니라 매출액과 자본금도 늘면서 학생 창업이 체험을 넘어 실제 사업으로 성장하는 사례가 증가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학생 창업 '양적 성장'… 매출·자본금도 동반 확대
28일 매일신문이 대학정보공시 학생 창업 및 창업지원 현황을 분석한 결과, 전국 대학의 학생 창업자는 기준연도 2023년 2천139명에서 2024년 1천997명으로 감소했다가 2025년 2천187명으로 반등했다. 창업기업 수도 같은 기간 2천2개에서 1천860개로 줄었다가 2천49개로 증가했다.
학생 창업기업 매출액은 2023년 약 201억7천만원에서 2025년 약 690억원으로 3년 만에 242% 급증했다. 자본금도 약 66억8천만원에서 116억3천만원으로 74% 늘었다.
대구경북 주요 대학의 증가세는 전국보다 가팔랐다. 경북대·DGIST·계명대·영남대·대구대·대구가톨릭대·경일대·대구한의대 등 8개 대학의 학생 창업자는 2023년 150명에서 2024년 141명으로 줄었다가 2025년 163명으로 늘었다. 창업기업 수도 147개에서 138개를 거쳐 161개로 증가했다.
2023년과 비교하면 학생 창업자는 8.7%, 창업기업은 9.5% 늘어 같은 기간 전국 증가율을 웃돌았다. 매출액도 약 9억원에서 17억1천만원으로 90% 증가했고, 자본금은 1억9천만원에서 9억3천만원으로 약 4.8배 늘었다.
특히 계명대는 지난해 학생 창업기업 매출액 10억5천453만원을 기록해 전국 사립대학 5위, 비수도권 1위를 차지하기도 했다.
이 같은 증가에는 취업난과 함께 창업교육 고도화, 디지털 기술 발전, 지난해부터 시행된 대학지원체계(RISE·라이즈) 사업 등 지원제도 확대가 영향을 미친 것으로 분석된다. 온라인과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창업 정보와 지원사업을 쉽게 접할 수 있게 된 점도 창업 문턱을 낮췄다.
홍 대표는 "대구에는 청년들이 선호할 만한 스타트업이나 기업 일자리가 상대적으로 부족해 취업 외의 대안으로 창업을 고민하는 청년이 늘어나는 것 같다"며 "과거보다 SNS나 온라인을 통해 창업 관련 정보를 쉽게 접할 수 있게 된 점도 학생 창업 증가에 영향을 미쳤을 것"이라고 말했다.
◆고용은 오히려 감소…"AI 활용·인건비 부담 영향"
반면 전국 대학 학생 창업기업의 고용인원은 2023년 686명에서 2025년 604명으로 12% 감소했다. 대구경북 주요 대학은 같은 기간 30명에서 12명으로 60% 급감했다.
초기 기업의 인건비 부담에 더해 AI와 온라인 플랫폼을 활용해 소규모 인력으로 운영하는 창업기업이 늘어난 영향으로 분석된다. 정규직 채용 대신 외부 전문인력이나 프로젝트 단위 협업을 활용하는 경향도 고용 감소 요인으로 꼽힌다.
박 대표는 "창업 1~2년 차 기업이 직원 3~4명의 인건비를 매달 고정비로 부담하기는 쉽지 않다"며 "최근에는 직원 채용 대신 AI나 외부 전문인력을 활용하는 기업도 늘고 있다"고 말했다.
윤 대표도 "코딩에 특화된 AI 서비스를 여러 개 활용해 24시간 작업을 돌리고 결과물을 얻고 있다"며 "불과 2년 전 한 사람이 처리하던 업무량과 지금 한 사람이 할 수 있는 업무량은 크게 달라졌다"고 했다.
한편 학생 창업을 지속 가능한 기업으로 성장시키려면 창업 건수 확대에서 나아가 시장 진입과 전문인력 확보, 투자 연계 등을 돕는 체계가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김대건 계명대 창업지원단장은 "AI와 클라우드 기반 서비스 확산으로 과거 상당한 비용과 전문인력이 필요했던 개발과 디자인, 마케팅 업무를 이제는 개인이나 소규모 팀도 수행할 수 있게 됐다"며 "학생 창업의 진입장벽이 구조적으로 낮아진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지역 창업정책은 단순히 기업 수를 늘리는 데 그치지 않고 스케일업과 투자 연계, 전문인력 확보, 지역 내 성장 기반을 함께 강화하는 방향으로 나아가야 한다"며 "정책의 중심축을 '창업의 양적 확대'에서 '지속 가능한 성장과 지역 정착'으로 전환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