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 사립대 "신입생 확보 더 어려워질 것"
교수단체 "지역 고등교육 생태계 살릴 수 없어"
정부가 내년부터 지방 국립대 신입생을 대상으로 소득과 관계없이 등록금을 전액 지원하는 '지방 국립대 무상교육' 도입을 추진하는 가운데, 지역 사립대를 중심으로 "국립대만 지원하는 것은 형평성에 어긋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국립대와 사립대 간 지원 격차가 커질 경우 가뜩이나 신입생 확보에 어려움을 겪는 지역 사립대의 위기가 더욱 심화할 수 있다는 우려다.
교육부는 지난 5일 대통령 업무보고를 통해 내년부터 지방 국립대 신입생에게 소득 수준과 관계없이 등록금을 전액 지원하는 '지역 균형 장학금' 도입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지역 인재 유출을 막고 지방대 경쟁력을 높이겠다는 취지지만, 사립대에서는 학생들의 국립대 쏠림 현상이 심화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허창덕 영남대 사회학과 교수는 9일 매일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사립대학은 해방 이후 국가가 감당하기 어려웠던 고등교육을 대신 맡으며 대한민국의 산업화와 현대화를 뒷받침해 왔다"며 "이제 와서 국립대만 집중 지원하는 것은 사립대가 한국 근대사에서 해온 역할과 공헌을 외면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허 교수는 "과거 우리나라는 고등교육기관이 부족했고 국가 재정도 열악해 공교육만으로는 대학 교육 수요를 감당하기 어려웠다"며 "그 역할을 사립대학이 맡아 오늘날 대한민국의 발전에 기여했는데, 국민의 세금으로 국립대만 지원하는 것은 사립대의 역사적 공헌을 인정하지 않는 것과 다름없다"고 말했다.
허 교수는 "국립대 등록금이 사실상 '0원'이 되면 학생들의 선택은 당연히 국립대로 쏠릴 수밖에 없다"며 "한정된 학생 자원을 두고 경쟁하는 상황에서 지역 사립대의 신입생 모집은 지금보다 훨씬 어려워질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모든 사립대에 동일한 수준의 지원을 해야 한다는 주장에는 선을 그었다. 허 교수는 "현재 사립대 가운데는 정상적으로 교육과 연구를 수행하는 대학도 있지만, 정부 재정지원에만 의존해 연명하는 대학도 적지 않다"며 "무조건적인 지원이 아니라 교육의 질과 대학 운영 성과 등을 종합적으로 평가해 경쟁력 있는 사립대를 선별적으로 육성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 같은 우려는 전국 단위의 사립대협의화와 교수단체에서도 이어지고 있다.
황인성 한국사립대학총장협의회 사무총장은 "사립대는 장기간 등록금 동결에 이어 법정 인상 한도까지 낮아 손발이 묶여 있는데 지방 국립대는 무상교육을 하겠다는 것"이라며 "교육과정을 혁신해 지방 국립대 경쟁력을 높이지 않으면 전액 장학금을 줘도 우수 학생은 가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전국교수노동조합도 지역 국립대에 대한 선별적 지원만으로는 지역 고등교육의 위기를 해결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전국교수노동조합은 "가장 큰 문제는 고등교육 전반에 대한 혁신적 전망 없이 지역 국립대만을 대상으로 한 선별적 지원이라는 점"이라며 "교육부는 지역 균형발전을 말하지만 정작 지역 고등교육을 떠받치고 있는 전체 교육 생태계에 대한 비전은 찾아보기 어렵다"고 밝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