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 살리고 인재 키우라면서… 정작 대학은 병들고 있다

입력 2026-08-09 13:53: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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첨단산업 인재 양성·각종 국책 사업… 대학에 쏟아지는 역할과 책임
대학 공동체 '소진'… "대학 구성원 건강부터 살펴야"
윤명숙 교수 "건강한 대학이 지역과 국가 경쟁력의 출발점"

출처 게티이미지뱅크
출처 게티이미지뱅크

지방소멸을 막고 지역 혁신을 이끌 인재를 길러내야 한다는 시대적 요구 속에서 대학의 역할은 갈수록 커지고 있다. 지역균형발전과 첨단산업 인재 양성, 인공지능(AI) 전환과 더불어 글로컬대학, 앵커(RISE) 사업 등 정부가 대학에 부여하는 과제도 해마다 늘어나는 추세다.

하지만 정작 그 역할을 수행해야 할 대학 공동체는 점점 지쳐가고 있다는 경고가 나왔다. 취업과 진로에 불안을 느끼는 학생, 교육과 연구보다 국책사업 수행에 더 많은 시간을 쏟는 교수, 늘어나는 사업과 행정업무를 감당하는 직원까지 대학 구성원 모두가 정신건강 위험에 노출됐다는 것이다.

한국대학교육협의회 고등교육연구소가 최근 개최한 '대학의 정신건강 지원 체계 구축 방향 모색' 토론회에서 윤명숙 전북대 대외취업부총장(사회복지학과 교수)은 대학생과 교수, 직원을 대상으로 실시한 정신건강 실태조사 결과를 공개하며 "대학 구성원 모두가 정신건강 위험에 노출돼 있다"고 진단했다.

윤 부총장은 이러한 현상이 개인의 문제가 아니라 대학을 둘러싼 환경 변화에서 비롯됐다고 진단했다. 학생들은 갈수록 치열해지는 취업 경쟁에 내몰리고, 교수와 직원들은 학령인구 감소와 재정난 속에서 생존을 위해 각종 정부 재정지원사업을 수행하며 교육과 연구, 행정 업무를 동시에 떠안는 구조가 고착화됐다는 것이다.

윤명숙 전북대학교 대외취업부총장
윤명숙 전북대학교 대외취업부총장

연구를 진행한 윤 부총장은 9일 매일신문과의 전화 인터뷰에서 "우리는 대학이 지역을 살리고 국가 경쟁력을 높여주길 기대한다. 하지만 건강하지 않은 공동체가 사회를 건강하게 만들 수는 없다"며 "대학이 변해야 살아남는 것이 아니라 대학이 먼저 건강해져야 비로소 변화도 가능해진다"고 강조했다.

이어 "미국과 유렵 등 해외에서는 이미 '건강한 대학(Healthy University)'을 중요한 정책 목표로 삼고 있다"며 "우리나라는 세계 최고 수준의 대학 진학률을 기록하고 있지만 정작 대학 구성원의 심리·정서 지원에는 국가 차원의 관심이 부족한 편"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모든 대학을 대상으로 정신건강 지원기관 설치를 의무화함으로써 단순한 진로 상담이 아니라 학생과 직원, 교수 모두가 이용할 수 있는 종합적인 심리·정서 지원 체계를 만들어야 한다"고 조언했다.

최근 교육부가 검토 중인 '지방국립대 등록금 0원 지원 '정책에 대해서는 방향성에는 공감하면서도 형평성 보완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윤 부총장은 "국립대 등록금 부담을 줄이는 것은 수십 년 동안 요구돼 온 과제인 만큼 반드시 필요한 정책"이라면서도 "사립대 학생들도 같은 청년들인 만큼 정부가 사립대에 대해서도 어떤 방식으로 지원할지 충분한 고민이 필요하다"고 밝혓다.

고등교육 재정의 안정적 확충 필요성도 강조했다.

윤 부총장은 "우리나라는 경제 발전의 원동력이 고등교육이라고 말하면서도 OECD 국가들과 비교하면 고등교육에 대한 국가 지원은 매우 부족한 수준"이라며 "그동안 대학들은 각종 재정지원사업에 의존해 운영돼 왔지만 이제는 사업 중심의 지원을 넘어 안정적인 고등교육 재정 기반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