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상대의 건축인문기행] 쑤저우 스산문화광장

입력 2026-08-06 11:37: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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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과 호수, 문화 예술 과학이 하나의 풍경이 된 도시

스자산 기슭 아래에서 길게 뻗어 자연과 건축을 연결하는 캔티레버는 호수 위를 승천하는 용을 연상시킨다.
'쑤저우 과학기술박물관', '쑤저우 대극장', '쑤저우박물관 서관'이 산과 호수를 중심으로 완성된 스산문화광장.

3년 전, 새로 개관한 '쑤저우박물관 서관'을 찾아 갔을 때는 진눈깨비가 흩날리던 겨울날이었다. 새 박물관 주변을 제외하고는 공사현장으로 어수선한 분위기는 대규모 마스트플랜이 진행되고 있었다. 올 여름 태풍 소식 와중에도 다시 찾은 이곳은 스산문화광장(獅山文化廣場)이라는 새 지명의 신천지로 변신해 있었다. 스산(獅子山)기슭 텐스호(天獅湖) 주변으로 '쑤저우 과학기술박물관', '스산대공연장', '쑤저우박물관' 등 3개 대형 문화시설이 완성되어 신도시 문화경관으로 나타나 있었다. 대구에 비유하자면. 수성못 일대에 국립대구과학관, 콘서트하우스, 대구미술관이 나란히 배치된 문화공원으로 상상할 수 있겠다. 자연공원을 산책하며 문화예술 건축들을 차례로 만나게 되는 문화공원이다.

◆자연과 건축의 통합

각각 다른 기능, 개성적 형태의 유명 건축가, 세계적 설계회사의 건축 작품들이 한 장소에 있었다. 서로 경쟁하지 않고 조화롭고도 평온하게 느껴지는 것은 넓은 녹지, 수변공간, 보행 중심의 조직적인 마스터플랜에 기초하고 있었다.

'산은 뼈가 되고 물은 혈맥이 된다 (山骨水脈)'는 중국 전통 산수사상의 공간 개념을 구현하듯, 건축은 자연을 지배하지 않고 자연 흐름을 완성하는 배경이 되고 있다. 산 호수 자연을 기하 원형 둘레의 2.5km 보행로와 산과 호수를 향해 배치된 건축들은 자연경관을 더욱 돋보이게 하는 요소들이다.

용의 몸통처럼 중정을 둘러싸고 있는 전시관, 반작이는 여의주는 LED 돔 극장이다.
스자산 기슭 아래에서 길게 뻗어 자연과 건축을 연결하는 캔티레버는 호수 위를 승천하는 용을 연상시킨다.

◆도시성장의 축, 문화중심

2천500년 역사를 간직한 고도 쑤저우(蘇州)는 춘추시대 오(吳)나라의 수도였던 고성과 격자형 도시조직, 운하(運河) 고전정원은 오늘날까지 보존되고 있는 세계문화유산의 도시이다. 반면, 도시의 서쪽 하이테크개발지구는 첨단산업 연구기능의 신도시로서 미래의 성장 축을 형성하고 있다. 이곳 스산문화광장은 신도시 문화 중심으로 계획되어 과거의 역사도시와 미래의 창조도시를 연결하는, 역사와 자연을 보존하면서 첨단산업과 문화가 함께 성장하는 도시의 미래를 나타내는 문화광장이다.

▷승천하는 용의 건축, 쑤저우 과학기술박물관

스산 기슭 아래에서 부터 길게 뻗어 나와 대미를 이루는 캔틸레버, 스자 산을 향하는 용의 머리처럼, 자연과 건축을 연결하는 드라마틱한 랜드폼(Landform) 건축이다. 첨단 과학기술을 담고 있지만 완만하게 오르는 언덕과 자연 속으로 스며드는 듯 하는 건축은 올해 3월 개관하였다.

멀리 과학기술박물관, 가까이 대공연장, 그리고 쑤저우 박물관이 호수 주변으로 연계하고 있다.
용의 몸통처럼 중정을 둘러싸고 있는 전시관, 반작이는 여의주는 LED 돔 극장이다.

미국의 Perkins&Will 설계회사의 건축 콘셉트는 쑤저우의 전통 산수사상과 비단 문화를 현대건축으로 해석한다. 호숫가를 따라 길게 흐르다가 천천히 솟아오르는 실크, 그래서 외장 재료는 비단의 날실 씨실 직조 이미지로 특수 제작된 알루미늄 패널이다. 전통 공예와 하이테크 첨단 패널 틈새로 낮에는 채광이 안으로 스며들고 밤이 되면 경관 조명이 밖으로 뿜어져 나오는 디자인이다.

기다란 건물을 따라 입장한 입구 라운지에서 좌 우 동선으로 나누어진다. 중정을 둘러싸며 용의 몸통 안을 관통하듯 전시관이 이어진다. '너 자신을 알라'에서 시작하여 생명의 근본 미생물, 인류의 발자취, 양자 나노의 세계, 천체 관측의 철학적 영역에까지 도달한다. 중정 한가운데 200석의 LED 돔 극장이 여의주처럼 반짝이고 있다. 길고 긴 용의 몸통 전시관을 지나고 어렵게 찾은 출구 앞에 이런 글이 있다. '과학은 더 이상 갇혀 있지 않다. 그것은 비단처럼 우아하게 천 년 도시 쑤저우를 흐른다.'

건물 밖에서 자유롭게 오를 수 있는 지붕 옥상은 산책길, 야외전시장, 산과 호수를 조망하는 전망공원으로 건축과 조경의 경계를 허물고 있다. 연면적 63,000m2(2만 평)의 대형 과학박물관은 건축예술, 첨단기술, 문화관광을 융합하는 미래도시의 플랫폼이었다.

1층 카페 갤러리는 대공연장 개관 전이지만 오픈하고 있는 휴식공간이다.
멀리 과학기술박물관, 가까이 대공연장, 그리고 쑤저우 박물관이 호수 주변으로 연계하고 있다.

▷유려한 곡선의 리듬, 스산 대공연장

공연예술의 움직임과 리듬을 유려한 곡선으로 형상화 한 대공연장은 공식 개관(8월 31일) 직전에 만날 수 있었다. '가벼운 건축(Light Architecture)'을 추구하는 프리츠커 수상 일본 건축그룹 SANAA는 기념적 건축 조형물 세우기보다 자연의 빛이 자유롭게 스며드는 투명한 건축 공간 설계로 잘 알려져 있다.

기능적인 2개의 공연장 전체를 물결인 듯, 구름처럼 부드럽고 우아하게 떠 있는 듯, 투명 유리 커튼월 외피로 감싸는 건축이다. 주변 환경에 개방감 뿐 아니라 공원 자연 경관을 시각적 흐름 속으로 끌어들인다. 유리 조각으로 엮어진 지붕 외피는 낮에는 그늘을 제공하고, 커튼월을 통한 밤의 조명은 빛의 날개를 이루게 된다. 개관하기 전부터 과도한 비용의 장식적 설계에 대한 비난과 아름다운 건축에의 찬사 여론이 교차 중이지만, 시간이 지나고 나면 건축적 작품 만으로만 남게 될 것이다.

방금 지나온 과학기술박물관과 다음 순서의 쑤저우 박물관 건축과는, 위치적 조형적 공간적으로 시산문화광장 '사이의 건축'이다. 공연예술의 무대 객석은 실내에 있지만, 일상적 무대는 공원과 수변을 거니는 외부공간에서 펼쳐지는 듯, 산과 호수 광장과 사람을 연결하는 매개공간으로 존재하는 듯하다. 공연장 두 건물 사이 공간에는 깊은 루버 그늘공간이 되어 공원 호수 광장을 자연스럽게 이어주고 있다.

쑤저우 과학기술박물관, 필자 스케치.
1층 카페 갤러리는 대공연장 개관 전이지만 오픈하고 있는 휴식공간이다.

지난해 견학했던 SANAA 건축의 오사카역 광장 야외공연장의 공공시설에 비하면, 밀도 높은 건축을 경험한다. 공연장 건축은 대체적으로 공연이 없는 시간에는 문을 닫아 도시와 단절되기 쉽다. 그러나 개관도 하기 전에, 공연 없는 일상에도 열린 문화공간으로의 1층 갤러리와 북 카페는 운영되고 있었다. 과학관 관람과 뙤약볕에 이미 지친 여행객에게는 오아시스 공간이다. 전체 광장 '사이의 건축' 이기에 휴게공간으로 설계하고 개방 했으리라. 여행자는 편안함에 안주해서는 안 된다. 다음 스케줄을 위해서 제 3의 건축과 장소로 이동해야 한다. 3년 전에 방문했던 쑤저우박물관 서관 (2025,03,21 게재) 으로 피곤한 발걸음을 재촉한다.

쑤저우 과학기술박물관, 필자 스케치.

미국의 Perkins&Will은 과학을 자연의 지형으로 만들었고, 일본 SANAA는 공연장을 시민의 공원으로 열어 놓았으며, 독일 gmp는 쑤저우의 전통 공간을 현대의 기하학으로 번역했다. 서로 다른 건축언어는 스산문화광장이라는 하나의 마스터플랜 안에서 경쟁하지 않고 조화를 이루며, 산과 호수 자연을 더욱 아름답게 드러내고 있다.

한정된 시간에서 발걸음을 재촉해야 했지만, 건물과 건물 사이를 잇는 호숫가 산책로는 걸음을 늦추게 한다. 방대한 규모와 콘텐츠 건축을 한꺼번에 둘러보는 일도 쉽지 않지만, 나에게는 3년 반이 걸려서 전체를 마스터하게 된 셈이다.

건축가·전 대구경북건축가협회 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