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벼랑 끝의 교사] "교육활동이 아동학대로 의심"…교단으로 돌아온 교사들의 증언

입력 2026-08-04 06:3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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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천교육교사모임 저서 '벼랑 끝의 교사 다시 문을 열다'
무고성 아동학대 신고·악성 민원 겪어온 교사들의 기록

서이초 교사 사망 1주기를 3일 앞둔 지난 2024년 7월 15일 오전 종로구 서울시교육청에 마련된 추모 공간에 추모 메시지가 붙어 있다. 연합뉴스
서이초 교사 사망 1주기를 3일 앞둔 지난 2024년 7월 15일 오전 종로구 서울시교육청에 마련된 추모 공간에 추모 메시지가 붙어 있다. 연합뉴스
초등교사노조, 전국교직원노동조합(전교조) 소속 교사 등 참석자들이 서이초 교사 사망 3주기를 하루 앞둔 지난달 17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 앞에서 열린 아동복지법 개정 촉구 집회에서 구호를 외치고 있다. 연합뉴스
'벼랑 끝의 교사, 다시 문을 열다'의 표지

지난달 발간된 저서 '벼랑 끝의 교사, 다시 문을 열다'는 무고성 아동학대 신고를 받은 교사들이 자신의 경험담을 생생히 풀어놓은 증언집이다. 현장 교사의 실천을 나누고 교육·사회 변화를 이끄는 단체인 '실천교육교사모임'에서 교사들의 교권 침해 사례들을 모아 엮었다.

9명의 교사들은 학생, 보호자로부터 겪은 교권 침해 내용과 아동학대 신고·악성 민원에 대한 구체적인 대응 절차를 담았다. 아픈 경험을 다시 꺼내기 쉽진 않았지만, 어딘가에서 홀로 싸우고 있을 동료 교사들이 다시 교단으로 돌아올 수 있도록 기록을 공유해 용기를 전하고 있다.

◆생활지도 과정 간단히 기록을

#36년 차 초등교사 A씨는 가장 힘들다고 소문난 6학년을 맡았다. 해당 학급은 이른바 '일진 무리'가 다수 배치된 학급이었다. 그중 우두머리 격인 '민석이(가명)'는 수업을 방해하거나 교사에게 무례한 발언을 일삼으며 아이들을 선동하곤 했다. A씨는 '베테랑 교사'답게 자신의 교육철학을 바탕으로 교실 분위기를 다잡으려 노력했지만, 그에게 돌아온 것은 '아동학대 신고'였다. 알고 보니 민석이를 중심으로 학생들이 '교실혁명당'이라는 비밀 조직을 만들어 담임 교사를 내쫓기 위해 작당 모의를 한 것. 이들은 교사를 일부러 자극하고, 교사의 말을 녹음하는 등 아동학대 정황을 조작하기 위해 각자 역할을 분담해 정보를 수집했다.

아동학대 신고를 경험해 본 교사들은 생활지도 과정에서 '기록'의 중요성을 강조한다. 조사 과정에서 '억울하다', '최선을 다했다' 등 감정적 호소보다는 객관적인 사실과 정량적 수치, 근거 기반의 내용이 중요하기 때문이다. 모든 사안을 기록할 수는 없더라도 주요 상담이나 문제 행동 지도만큼은 자신만의 방식으로 간단하게 기록으로 남기기를 권한다.

A씨 역시 평소 학생의 문제 행동 지도 과정을 꼼꼼히 적어둔 기록, 학부모와 주고받은 메시지, 녹취록, 동료 교사와 학생들의 확인서가 상대의 허위 주장을 무력화하고 정당한 교육활동을 입증하는 결정적 증거로 작용해 무혐의 처분을 받을 수 있었다.

◆학폭 사안 절차적 정당성 중요

#8년간 학교폭력(학폭) 업무를 맡아온 B씨는 피해학생을 보호하기 위한 적극적 조치가 아동학대 신고로 돌아온 사례다. B씨는 여름방학 기간 중2 여학생을 대상으로 한 집단 따돌림 사안을 접했다. 피해학생은 오랜 기간 지속된 신체·정서적 괴롭힘으로 인해 심리치료와 약물치료를 병행하고 있었다. B씨는 사안의 심각성을 인지하고 방학 중임에도 가해학생과 보호자에게 연락해 조사를 진행했다. 개학 전 하루라도 빨리 피해학생과 가해학생을 분리하기 위해서였다. 하지만 이러한 열정이 가해학생들에게 충분한 소명 기회를 제공하지 않았다는 절차적 하자로 둔갑해 학폭 처분 결과에 대한 행정심판과 아동학대 신고의 빌미로 작용하게 됐다.

전문가들은 학폭 사안에서 '절차적 정당성'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가해학생 측은 학폭 처분을 피하기 위해 절차적 흠결을 집요하게 파고들어 아동학대 고소나 행정심판을 무기처럼 휘두르기 때문이다. 제도적 빈틈에서 발생하는 사소한 절차적 실수조차 온전히 교사 개인의 책임으로 전가될 수 있다.

B씨는 '사람'보다 '지침'이 앞서는 냉정한 현실이 안타깝다고 토로한다. 학폭 업무가 단순한 갈등 조정을 넘어 치밀한 법적 다툼의 장에 서는 업무가 됐고, 교사는 학생과 자신을 지키기 위해 교육적 선의, 열의를 '객관성'과 '중립성'이라는 차가운 틀에 가둘 수밖에 없다.

초등교사노조, 전국교직원노동조합(전교조) 소속 교사 등 참석자들이 서이초 교사 사망 3주기를 하루 앞둔 지난달 17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 앞에서 열린 아동복지법 개정 촉구 집회에서 구호를 외치고 있다. 연합뉴스

◆개인 홀로 맞서 싸우지 않아야

#고1 담임을 맡았던 C씨는 학교생활기록부(학생부) 평가와 기재에 대한 불만으로 학생의 보호자로부터 아동학대 신고를 당했다. 대입의 중요한 요소인 학생부 수정 요구가 받아들여지지 않자 아동학대 신고를 활용하는 전형적인 악의적 민원이었다. C씨는 처음 겪는 상황에 막막하고 두려웠지만, 교원단체를 찾아 변호사 법률 자문을 받으며 학대 혐의에 침착하게 대응해 나갈 수 있었다.

피해 교사들은 고립된 교실에서 홀로 맞서지 말고 공식적인 지원 체계를 적극 활용하라고 입을 모은다. 우선 각 시도교육청, 학교, 교원단체 등에서 지원하는 학교 변호사 제도의 도움을 받기를 권한다. 사건이 발생하면 감정적 혼란에 빠져 이성적인 대응을 하기 쉽지 않다. 변호사의 법률 자문을 통해 사건의 법적 쟁점을 파악하고 대응 방안을 협의하면 보다 객관적이고 전문적으로 대처해 나갈 수 있다.

교육청 단위에서 제공하는 심리 상담 지원도 도움이 된다. 전문가와의 상담은 단순한 위로·공감을 넘어 사건을 객관화하여 자책의 굴레에서 벗어나게 해주기 때문이다. 향후 교육활동 침해 사안으로 인정되면 상담 비용은 가해 학부모에게 구상권으로 청구된다.

아울러 학교 관리자, 동료 교사에게 적극적으로 알리고 회복의 실마리를 함께 찾아야 한다. 아동학대나 교권침해 사안에서 가장 강력한 근거가 될 수 있는 것은 현장의 목소리다. 사건을 같은 공간에서 목격한 동료의 구체적인 진술, 학교 차원의 공동 대응 방안 및 지침이 법적 공방에서 큰 역할을 한다. 회복적 차원에서도 교사의 행위를 정당한 교육활동으로 믿어주는 교육공동체의 신뢰는 한 교사의 생존을 넘어 다시 교단으로 돌아갈 수 있는 원동력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