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현철 편집국 부국장
1969년 개점한 대구백화점이 경영권 변경을 앞두고 있어 씁쓸하다. 지역의 마지막 향토(鄕土) 백화점이 사라질 위기에 처해서다. 대구백화점 본점은 한때 대구 동성로의 랜드마크이자 지역 상권의 중심지인 '만남의 장소'였다. 경영난이 이어지면서 2021년 본점은 영업을 중단했고 현재는 프라자점만 영업을 이어가고 있다.
대구백화점과 함께 지역 유통시장을 대표했던 '동아백화점'은 지난 2010년 이랜드리테일에 매각됐다. 향토 백화점의 폐점은 유통업의 몰락(沒落)만을 보여주는 것이 아니다. 지역의 자본과 문화 주도권이 수도권과 대기업에 편입됐음을 보여주는 상징적 사건이다. 온라인 유통과 빅3 백화점(신세계백화점·롯데백화점·현대백화점)의 존재감은 갈수록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향토 백화점뿐만 아니라 대구 시민들의 추억이 담긴 대표적인 만남의 장소들이 점점 사라지고 있다. 동성로를 65년 동안 지켰던 '아카데미극장'은 지난 1월 영업을 종료(終了)했다. 대구 지역 서점 업계의 간판이었던 제일서적은 문을 닫은 지 20년이 지났다. 과거 대구백화점 본점 앞에서 친구를 만나 제일서적에서 책을 사거나, 아카데미극장에서 영화를 보는 것은 흔한 휴일 풍경이었다. 이젠 문을 닫은 대구백화점 본점이나 아카데미극장 앞에서 친구를 만나기 위해 기다리는 청년들을 찾아보기 힘들다. 전공책과 문학 서적을 구입했던 제일서적은 사람들 기억에서 사라진 지 오래다.
인구가 줄어들고 젊은이들이 갈수록 수도권으로 떠나는 현실도 원인일 것이다. 수도권으로 순유출되는 인구 가운데 청년층이 차지하는 비중은 갈수록 높아지는 추세다. 비수도권에서 수도권으로 이주한 청년들은 지역에 남은 청년보다 절대소득은 높았지만 부모 세대보다 더 높은 경제적 지위에 오를 가능성은 갈수록 낮아진다는 조사(OECD 한국경제보고서 2026)도 나왔다. '개천에서 용 나기'가 더 힘든 세상이 됐지만 청년 유출(流出)을 막을 수는 없어 보인다. 예전만 못하다고는 하지만 여전히 비수도권보다 더 많은 일자리와 다양한 기회가 수도권에는 있기 때문이다.
청년은 떠나고 지역 기업이 하나둘 문을 닫는 현실을 넋 놓고 바라볼 수는 없는 노릇이다. 추경호 대구시장과 이철우 경북도지사가 취임 이후 처음으로 공식 회동을 갖고 행정통합과 신공항 건설, 공공기관 유치 등에 힘을 모으기로 했다. 반드시 해결해야 할 과제이지만 시간이 촉박(促迫)하고 어렵기도 하다. 두 단체장의 약속이 선언으로만 그쳐서는 안 된다. 행정통합과 신공항 건설, 공공기관 유치를 통해 일자리를 만들고 지역 기업이 성장할 수 있는 토대를 만들어야 한다. 청년들은 지역을 떠나지 않아도 되고, 대구백화점 같은 향토 기업들은 경영활동에 매진할 수 있게 된다.
대구시가 새로운 도시 브랜드 슬로건 개발에 나섰다고 한다. 오는 10월 말 최종 확정이 목표인데 '컬러풀 대구(Colorful Daegu)' '파워풀 대구(Powerful Daegu)'에 이어 어떤 참신한 슬로건이 선정될지 벌써부터 궁금하다. 도시 브랜드는 도시의 경쟁력(競爭力)이며, 도시 마케팅의 대표 수단이다. 감히 '호프풀 대구(Hopeful Daegu)'를 제안해 본다. '희망찬 대구' 또는 '희망의 도시, 대구'를 만들자는 의미다. 청년들과 향토 기업들이 대구에 있어도 충분히 잘될 수 있을 것이라는 희망을 현실로 이뤄내는 도시가 되기를 희망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