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의 저커버그', 크렘린의 표적이 되다
가운데손가락을 치켜든 파벨 두로프(41)의 사진이 29일 메신저 텔레그램의 공식 엑스(X) 계정에 올라왔다. 러시아 연방보안국(FSB)이 이날 텔레그램 창업자인 두로프를 테러 지원 혐의로 궐석 기소하고 국제 수배령을 내린 데 대한 답이었다.
FSB는 우크라이나 정보기관과 테러·극단주의 단체가 러시아에서 파괴공작과 테러, 대량 살인, 사이버 사기를 준비하고 조율하는 데 쓴 채널과 대화방, 봇을 텔레그램 운영진이 삭제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두로프는 지난 2월 러시아가 자신을 상대로 수사에 착수했다는 사실을 공개하면서, 텔레그램을 전면 차단하기 위해 구실을 꾸며내는 것이라고 반박했다.
두로프는 한때 '러시아의 마크 저커버그'로 불렸다. 2006년 형 니콜라이와 함께 페이스북을 닮은 소셜미디어 브콘탁테(VK)를 창업했고, 서비스 기획과 디자인은 그가 맡은 것으로 전해진다. VK는 몇 년 만에 러시아 최대 SNS로 올라섰다. 검은 옷만 입는 반항적 천재라는 이미지에, 2012년 VK 사무실에서 고액권 지폐를 종이비행기로 접어 날린 일화가 겹쳐졌다.
VK를 운영하는 동안 그는 야권 운동가 알렉세이 나발니 등이 쓰던 커뮤니티를 폐쇄하라는 요구, 우크라이나 반러 활동가들의 개인정보를 넘기라는 요구를 당국으로부터 받았다고 밝혀왔다. 2014년 경영권 갈등 끝에 VK 이사회에서 해임된 뒤 러시아를 떠났고, 2021년 프랑스와 아랍에미리트 국적을 얻었다.
2013년 시작한 텔레그램은 정보기관이 들여다볼 수 없는 암호화 메신저를 앞세워 권위주의 국가 이용자를 빨아들였다. 대규모 공개 채널과 익명 계정, 파일 공유, 뉴스 채널 기능도 호응을 얻었다. 다만 종단간 암호화는 기본값이 아니라 '비밀 대화'에서만 적용된다.
이런 특징은 곧 약점이 됐다. 극단주의 단체와 범죄 조직도 텔레그램으로 몰렸다. 우크라이나와 노르웨이는 공무원의 업무용 사용을 금지했고, 두로프는 2024년 8월 마약 밀매와 아동 성착취물 유통, 불법 콘텐츠 삭제 비협조 등 혐의로 프랑스에서 체포·예비 기소돼 지금도 수사를 받고 있다.
러시아는 2018년 FSB에 암호화 키를 내주지 않는다는 이유로 텔레그램을 차단했다. 그해 4월 30일 모스크바에서는 1만2천여 명이 종이비행기를 날리며 항의 집회를 열었다.
차단은 2020년 아무 설명 없이 해제됐지만, 2025년 초 VK가 국영 성격의 메신저 '맥스(MAX)'를 내놓으면서 압박이 재개됐다. 통신감독당국은 2025년 8월 텔레그램 음성·영상통화를 막고 10월 부분 규제로 확대했으며, 올해 2월부터 속도를 떨어뜨려 4월엔 사실상 전면 차단에 이르렀다. 러시아 내 이용자 약 9천만 명은 지금도 가상사설망(VPN)에 의존해 검열받지 않은 정보에 접근하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