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친구 AI] 사람인 줄 알았다…내 플레이리스트에 들어온 AI

입력 2026-08-14 13:1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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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로 생성된 이미지.
AI로 생성된 이미지.

운전 중 자동재생으로 흘러나온 노래에 귀가 멈췄다. 플레이리스트에는 JM JIN의 '끝나버린 계절'이 재생되고 있었다. 여성 보컬의 담담한 음색과 감성을 파고드는 목소리가 단번에 취향을 저격했다. '이 가수 노래 좋네' 어느새 다른 노래까지 찾아 듣기 시작했다. 그런데 검색 끝에 알게 된 사실 하나. 이 가수는 사람이 아니었다. AI였다.

◆ 가수들 특색 다르듯... AI도 '취향 저격'

불과 몇 년 전만 해도 AI 음악은 기계적인 창법과 어색한 발음 때문에 금세 구별됐다. 하지만 이제는 일반 청취자가 사람과 AI를 쉽게 구분하지 못할 정도로 발전했다.

직장인 안혜영(40) 씨도 비슷한 경험을 했다. 안 씨는 "우연히 'dolshu'라는 가수의 커버곡을 들었는데 너무 좋았다. 나이가 들면서 90년대 노래를 자주 듣는데 감성이 딱 맞았다"며 "검색해 보니 AI 음악이라는 걸 알고 정말 놀랐다. 더욱이 이 가수가 90년대 노래를 많이 만들어낸다고 하더라. 그래서 내가 취향 저격을 당했나 보다"고 말했다.

예전 AI 보컬은 음정은 정확하지만 감정 표현이 부족하고 창법도 비슷비슷했다. 하지만 지금은 다르다. 허스키한 목소리부터 담백한 발성, 호흡 섞인 창법까지 구현하며 가수마다 개성을 갖기 시작했다. 장르에 따라 음색도 달라지고, 특정 시대의 감성까지 재현한다. AI가 우리의 플레이리스트 안으로 이미 들어와 있는 것이다.

그렇다고 AI와 사람의 목소리가 완전히 같아진 것은 아니다. 지역에서 음악 제작에 참여하고 있는 윤 모 씨(25)는 "휴대전화나 이어폰으로 들으면 일반인은 거의 구분하기 어렵다"며 "하지만 좋은 스피커나 헤드폰으로 들으면 음 끝 처리에서 디지털 특유의 질감이 느껴질 때가 있다"고 말했다. 이어 "고음에서 미세한 하울링처럼 들리는 잡음이나 사람 성대에서 나오는 자연스러운 거친 질감이 아직은 부족한 경우가 있다"며 "다만 1~2년 전과 비교하면 발전 속도가 굉장히 빠르다. 머지않아 전문가도 쉽게 구분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전망했다.

◆ "나도 만들래" 작곡 진입장벽 낮추기도

AI 음악은 듣는 것을 넘어 직접 만드는 문화로도 확산되고 있다. SNS에서는 유행하는 음식이나 육아, 직장생활을 소재로 만든 AI 노래들이 잇따라 화제를 모으고 있다. 실제 '두바이 쫀득쿠키 사줄 사람'이라는 가사를 반복하는 이른바 '두쫀송'은 AI로 제작돼 큰 인기를 얻었다. 원작자는 이후 AI 음악을 꾸준히 제작하며 음원까지 발매했다.

육아를 소재로 한 AI 음악도 공감을 얻고 있다. '집에서 뭐 하냐는 질문 들을 때마다 웃겨 죽겠어. 아침 여덟 시부터 난 이미 세 번째 인생 사는 중인데…' 전업주부의 하루를 재치 있게 풀어낸 노래는 수많은 부모들의 공감을 얻으며 공유됐다.

전문적인 작곡 실력이 없어도 아이디어만 있으면 누구나 자신의 이야기를 노래로 만들 수 있는 시대가 열린 셈이다.

빌보드 차트에 따르면 인공지능(AI)이 만든 가상 가수의 노래
빌보드 차트에 따르면 인공지능(AI)이 만든 가상 가수의 노래 '워크 마이 워크(Walk My Walk)'가 컨트리 디지털 송 세일즈 차트에서 1위를 차지했다. 이 차트는 컨트리 장르의 노래 가운데 미국에서 음원이 다운로드된 횟수를 기준으로 순위를 매긴다.

◆ '원곡 저작권 어떻게 보호?' 해결과제도

이렇듯 AI 음악 시장은 생성형 AI 기술 발전과 함께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시장조사업체 에 따르면 글로벌 AI 음악 시장은 2025년 약 66억5천만 달러 규모로 성장했다. 생성형 AI 플랫폼인 수노(Suno), 유디오(Udio) 등이 대중화되면서 전문가뿐 아니라 일반인도 몇 줄의 문장만 입력하면 음악을 만들 수 있는 시대가 열렸다. 글로벌 음원 플랫폼 디저(Deezer)에는 하루 약 7만5천 곡의 AI 생성 음악이 등록된다. 신규 음원의 약 44%를 차지할 정도다. 대학과 지자체에서도 AI 음원 제작 교육을 운영하는 등 AI 음악은 빠르게 일상 속으로 들어오고 있다.

하지만 AI 음악의 확산과 함께 저작권 논란도 커지고 있다. 생성형 AI는 기존 음악을 학습해 새로운 곡을 만들어내지만, 학습 과정에서 원곡 저작권을 어떻게 보호할 것인지에 대한 기준은 아직 명확하지 않다. 인간의 창작 기여가 없는 AI 산출물에 저작권을 어디까지 인정할 것인지도 논의가 진행 중이다.

국내에서도 제도 마련이 시작됐다. 한국음악저작권협회는 최근 AI를 활용한 음악이라도 창작자가 작사·작곡·편곡 과정에 실질적으로 참여한 경우에는 저작물로 등록할 수 있는 기준을 마련했다. 반면 단순히 프롬프트만 입력해 AI가 전적으로 생성한 결과물은 등록 대상에서 제외하기로 했다.

그런가하면 무분별하게 생산되는 AI 음원이 스트리밍 생태계를 교란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이에 따라 스포티파이 등 일부 플랫폼은 AI 아티스트 표시와 사기성 스트리밍 차단 방안을 도입하고 있다.

다만 업계에서는 AI가 인간 음악을 대체하기보다 창작을 돕는 새로운 도구로 자리 잡을 가능성이 크다고 보고 있다. AI는 작곡과 편곡, 보컬 제작의 문턱을 낮추고 창작의 속도를 높일 수 있지만, 삶의 경험과 감정을 담아내는 서사, 무대에서 관객과 호흡하며 만들어내는 감동은 여전히 인간만이 가진 영역이라는 이유에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