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 달성군 자동차부품 기업 '삼우기업'
섬유기계로 출발, 차부품·복합소재로 확장
"기회 왔을 때 잡으려는 마음가짐이 중요"
대구 달성군에 본사를 둔 '삼우기업'은 섬유기계를 생산하는 회사로 시작해 자동차부품 제조로 산업 전환을 한번 성공했다. 이번에는 토목·건축용 대체소재로 사업을 확장하며 또 두 번째 산업 전환에 도전하고 있다. 그동안 쌓아 온 경험을 바탕으로 '새로운 먹거리'를 확보하기 위해 신사업에 뛰어든 것이다.
4차 산업혁명과 인공지능(AI) 기술의 급속한 발전으로 '산업 대전환'이 화두로 떠오른 상황에 삼우기업의 신사업 도전은 주목할 만한 사례로 꼽힌다.
◆섬유기계 생산업체로 출발
삼우기업은 지난 1970년 섬유기계를 만드는 '삼우공업사'로 출발했다. 처음 삼우기업은 몇 가닥의 실을 꼬아서 다시 한 가닥의 실을 만드는 '연사기' 등을 생산하는 회사였다. 그러나 설립 9년 만인 1979년 자동차부품 제조로 주력 사업을 전환했다. 여기에는 시대적 흐름을 따라가야 한다는 창업주 고(故) 김재열 전 대표의 판단이 작용했다.
사업 초창기 김 전 대표는 기계를 납품하러 간 공장에서 폐기물로 나온 유리섬유를 처음 접했고, 이를 가져와 연구한 끝에 유리섬유와 일반 면을 섞은 석유풍로(곤로) 심지를 만들어 대박을 냈다. 석유풍로는 과거 가정집에서 쓰던 휴대용 조리기구로, 가스레인지 대중화와 함께 역사 뒤안길로 사라졌고 삼우기업은 다른 먹거리를 찾아야 하는 상황이 됐다.
김준현 삼우기업 대표는 "석유곤로가 없어져 버리는 바람에 다른 것을 찾아야 했는데, 그때가 우리나라에 자동차산업이 막 일어나던 시기라 자연스럽게 산업 환경이 전환됐다. 결과적으로 (우리 회사도) 환경 변화에 적응하기 위해 업종 전환을 할 수밖에 없었다"고 전했다.
현재 삼우기업은 자동차 엔진에서 발생하는 소음과 열을 차단하는 단열재와 흡·차음재 등을 생산해 현대차·기아 등 완성차 업체에 공급하고 있다. 삼우기업은 10년 가까이 섬유와 섬유기계를 다루면서 쌓은 노하우로 자동차부품을 만들어냈다.
섬유가 방음과 내열이 모두 가능한 소재라는 데 주목해 이를 활용한 자동차 소음과 열을 차단하는 부품을 만든 것이다. 삼우기업 관계자는 "차 부품에 쓰이는 일반 소재는 보통 섭씨 230도 정도 온도에서 녹아버리지만, 유리섬유가 들어가면 600~750도 정도까지 견딜 수 있다"고 설명했다.
자동차부품 전문업체로 자리 잡은 삼우기업은 임직원 340명과 총 4개 연구소, 8개 공장을 둔 회사로 성장했다. ▷복합제·자동차부품 제조업체 '삼우TCS' ▷복합재료 고압용기·정밀기계 부품업체 '이노컴텍' ▷신재생에너지·태양광 인버터 제조업체 '이노일렉트릭' 등을 계열사로 두고 있다. 매출 규모는 지난 2012년 1천억원을 돌파했으며, 작년에는 1천656억원을 달성했다.
◆섬유 하이브리드 제품 확대
삼우기업은 섬유와 자동차부품 등 분야를 결합한 '하이브리드 제품'으로 영역을 넓히며 전성기를 열었다. 2010년대 '슈퍼섬유'로 주목받던 탄소섬유 분야에도 뛰어들었다. 탄소섬유는 탄소원자 가닥으로 이뤄진 섬유로, 가볍고 강도와 탄성이 높다는 특징이 있다. 플라스틱 등과 함께 가볍고 강한 복합재료로 만들어지며, 자동차나 선박 외장재 원료로 활용할 수 있다.
삼우기업이 섬유강화복합재료(FRCM)로 만든 고압가스 저장용기는 지난 2013년 한국 최초의 우주발사체 '나로호'에 장착돼 주목받았다. 당시 삼우기업은 알루미늄 재질 표면에 원사 형태인 섬유강화복합재료를 촘촘히 감아 강도를 높인 가스 저장용기를 개발했다.
이는 로켓이 대기 중에서 2단 분리를 할 때 비행체가 흔들리지 않고 균형 있게 날아가도록 돕는 '2단 로켓 자세제어기'에 적용됐다. CNG버스와 택시 연료통, 소방관 산소탱크로도 활용됐다. 삼우기업은 계열사인 이노컴텍을 통해 복합재료 고압용기 사업을 이어가고 있다.
김 대표는 "고압용기는 해외에서 수요가 높다. 대부분 수출로 판매된다. 현재 주요 시장은 유럽과 북미"라면서 "우리나라는 공기총(에어건) 시장이 비교적 작지만, 유럽이나 북미에서는 이 시장이 꽤 크다"고 말했다.
지난 2011년에는 에너지 산업 분야로 진출했다. 삼우기업은 유리섬유를 활용한 복합강화섬유(NCF)를 개발해 풍력 발전기 블레이드(날개) 소재를 생산하고 있다. 블레이드 대형화에 따라 고기능성 섬유를 활용해 만든 것이다. 이 제품은 국내 처음으로 독일 풍력발전시스템 인증기관(GL)의 품질평가를 통과했다. 당시 업계에선 "품질 때문에 수입에 의존하던 섬유소재를 국산화해 가격 경쟁력을 높인 사례"라는 평가가 나왔다.
◆건설 대체소재로 사업 확장
삼우기업은 이제 토목·건축용 대체소재로 영역을 넓히고 있다. 주요 제품은 '유리섬유강화플라스틱 보강근'(GFRP Rebar)이다. 삼우기업은 한국석유공업과 설립한 합작법인(JV) 인프라테크닉스를 통해 GFRP 보강근 생산을 본격화했다.
GFRP 보강근은 철근을 대체할 '차세대 건설소재'로 불리는 건축용 복합소재다. 철근보다 가벼운 데다 생산 시 배출되는 이산화탄소가 철근보다 약 40% 수준으로 적어 친환경 건설 자재로 평가받는다.
삼우기업 관계자는 "북미·유럽 등 국가에서는 철근 콘크리트 부식으로 인한 구조물 수명과 단축, 유지관리 비용 등 문제로 인해 이미 약 30년 전부터 섬유강화플라스틱(FRP) 보강근을 개발해 토목·건축용 구조물에 활용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지난 2024년 삼우기업은 산업용 아스팔트를 제조하는 한국석유공업과 친환경 건설소재 사업 확대를 위한 합작법인을 설립하고, 산업통상자원부(현 산업통상부)가 주관하는 소재·부품 기술개발 사업에 참여해 건설용 친환경 구조재와 이를 활용한 구조물 등에 대한 연구를 진행해 왔다.
최근에는 인프라테크닉스가 국내 처음으로 60GPa(기가파스칼)급 탄성계수 GFRP 보강근 양산 체제를 구축하고 본격적인 생산에 돌입했다고 알렸다. 공동 연구를 통해 45~50GPa 수준이던 탄성계수를 60GPa급으로 끌어올리는 데 성공, 선진국과 한국도로공사가 요구하는 탄성계수 기준을 충족하며 사회간접자본(SOC) 적용 기반을 마련했다는 설명이다.
섬유소재 분야에서 쌓은 기술력은 삼우기업이 건축용 소재 분야로 사업을 확장하는 발판이 됐다. 삼우기업은 국내에서도 고속도로 등 공공 부문을 중심으로 철근 대체소재를 적용하는 분야가 점차 늘어날 것으로 보고, 제품 고도화를 위한 연구개발을 이어갈 계획이다.
김 대표는 이처럼 사업 확장·전환을 이뤄 온 요인으로 '마음가짐'을 꼽았다. 그는 "누구나 변화에 대한 두려움이 있겠지만, 그렇더라도 기회가 왔을 때 어떻게든 그것을 잡으려는 의지가 있어야 한다"면서 "개인보다는 조직적 차원에서 연구를 통해 인사이트(통찰력)를 갖고, 항상 앞으로의 미래 먹거리가 무엇일지 고민하는 자세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