핵무기급 요충지 선점, 번지는 전면전 우려…다급해진 중재국

입력 2026-07-21 16:25:07 수정 2026-07-21 19:43:12
구글 검색 선호 출처로 추가
로봇
mWiz 이 기사 포인트

전면전 확대, 국제경기 장기 침체 불가피
美·이란에 전쟁 반대 한목소리 내는 국제사회
핵무기에 버금가는 요충지 선점 효과

20일(현지시간) 파키스탄 이슬라마바드에 도착한 에스칸다르 모메니 이란 내무장관(왼쪽)이 모신 나크비 파키스탄 내무장관과 회담을 갖고 있다. EPA 연합뉴스
20일(현지시간) 파키스탄 이슬라마바드에 도착한 에스칸다르 모메니 이란 내무장관(왼쪽)이 모신 나크비 파키스탄 내무장관과 회담을 갖고 있다. EPA 연합뉴스

미·이란간 보복의 무한 반복이 멈출 기미는커녕 전면전 재개 우려를 키우고 있다. 특히 이란과 친이란 후티 반군이 호르무즈해협과 바브엘만데브해협 등을 봉쇄하겠다고 엄포를 놨다. 아라비아반도 주변 걸프 국가들이 다급해졌다. 주요 원유 수송로인 두 해협이 막힐 경우 국제적 경기 침체가 불가피한 것은 물론 이들의 지정학적 위기도 가중될 게 자명한 탓이다. 인류 전쟁사에서 해상 봉쇄의 전례를 반추했을 때 가장 큰 피해를 입는 쪽도 언제나 주변 국가였다.

◆전면전 재개 우려에 다급해진 중재국

해협 통제권을 둘러싼 충돌은 국지전적 양상이지만 보복의 무한 반복은 전면전의 불씨를 안고 있다는 점에서 위험성이 크다. 21일(현지시간) 로이터통신 등에 따르면 카타르는 미국과 이란의 열흘 휴전과 호르무즈해협 항행 제한 해제 방안을 제안했다.

다만 종전 협상 양해각서(MOU)의 효력이 사실상 없어진 상황이라는 점이 이전과 달라진 점이다. 양국이 새 휴전안을 수용할 준비가 돼 있는지도 불분명하다. 이런 분위기를 반영하듯 미국은 이란에 진지한 협상 의지가 없다며 호르무즈해협 연안의 군사시설 폭격과 해상 봉쇄를 지속하겠다는 태세다.

[그래픽] 예멘 후티 반군, 사우디 대상 해상 봉쇄 선언 (서울=연합뉴스) 이재윤 기자 = 친이란 예멘 후티 반군은 20일(현지시간) 사우디아라비아에 대한 해상 봉쇄에 돌입한다고 선언했다. 사우디가 호르무즈 해협에 이어 홍해를 통한 원유 수출길까지 잃을 가능성이 제기된다. 사우디는 미국과 이란의 전쟁으로 호르무즈 해협이 봉쇄되자, 동부 유전에서 생산한 원유를 송유관으로 서부 얀부항까지 운송한 뒤 홍해 항로로 수출해왔다. yoon2@yna.co.kr X(트위터) @yonhap_graphics 인스타그램 @yonhapgraphics (끝)
[그래픽] 예멘 후티 반군, 사우디 대상 해상 봉쇄 선언 (서울=연합뉴스) 이재윤 기자 = 친이란 예멘 후티 반군은 20일(현지시간) 사우디아라비아에 대한 해상 봉쇄에 돌입한다고 선언했다. 사우디가 호르무즈 해협에 이어 홍해를 통한 원유 수출길까지 잃을 가능성이 제기된다. 사우디는 미국과 이란의 전쟁으로 호르무즈 해협이 봉쇄되자, 동부 유전에서 생산한 원유를 송유관으로 서부 얀부항까지 운송한 뒤 홍해 항로로 수출해왔다. yoon2@yna.co.kr X(트위터) @yonhap_graphics 인스타그램 @yonhapgraphics (끝)

무엇보다 미군 사망자가 잇따라 발생한 건 악재다. 이란의 공습으로 요르단과 이란에 배치된 미군 병력이 전사했던 터다. 미군은 여느 때와 다른 보복이 필요하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이란의 강경 기류도 비슷하다. 모즈타바 하메네이 이란 최고지도자는 지난 18일 "미국은 대통령이 서명한 문건조차 신뢰할 수 없다"며 MOU 백지화를 선언하기까지 했다.

걸프 지역 국가들의 속만 타들어가는 형국이다. 협상은 고사하고 중재를 위한 동력도 찾기 어렵다. 이런 판국에 사우디아라비아와 예멘 후티 반군의 전투 재개라는 복병이 나타났다. 후티 반군은 사우디아라비아에 대한 해상 봉쇄로 홍해 입구의 바브엘만데브해협을 막겠다고 했다.

◆핵무기급 전략 요충지, 해상 봉쇄의 역사

이슬람혁명수비대(IRGC) 사령관 출신으로 이란 최고지도자 군사고문인 모흐센 레자이의 말은 적확했다. 그는 "전략적 통로인 호르무즈해협은 수십 개의 원자폭탄보다 더 중요하며 이란은 이를 지켜낼 것"이라고 말했었다. 그의 말대로다. 걸프만의 호르무즈해협과 홍해의 바브엘만데브해협이 동시에 잠기면 사우디아라비아 등 주요 산유국은 원유 주요 수송로를 잃게 된다.

이란이 호르무즈해협 통제권을 강하게 쥐면서 미국의 반발도 커지고 있다. 사진은 지난 5월 한 여인이 이란 반다르아바스 해변 인근 호르무즈해협을 항해하는 선박들을 보고 있는 모습. 로이터 연합뉴스
이란이 호르무즈해협 통제권을 강하게 쥐면서 미국의 반발도 커지고 있다. 사진은 지난 5월 한 여인이 이란 반다르아바스 해변 인근 호르무즈해협을 항해하는 선박들을 보고 있는 모습. 로이터 연합뉴스

좁디 좁은 바닷길 하나가 핵무기는 물론이고 최첨단 무기가 즐비한 21세기에 효과적인 압박 전략이 될 수 있다는 걸 여실히 보여준다. 인류 전쟁사에서 요충지 확보는 주요 전략에 속했다. 바브엘만데브해협 봉쇄 시도는 처음이 아니다. 1973년 제4차 중동전쟁(욤키푸르 전쟁)에서 예멘과 이집트는 이스라엘로 향하는 유조선과 상선의 통행을 막았다. 이스라엘의 숨구멍만 막은 게 아니었다. 1차 오일쇼크, 즉 국제유가 폭등으로 이어졌다.

세계대전에서도 해상 봉쇄는 전범처럼 통했다. 2차 대전에서 영국은 지중해와 대서양을 드나드는 통로인 지브롤터해협을 통제하면서 이탈리아 해군 전력을 압박했다. 1차 대전에서도 오스만제국은 에게해와 마르마라해를 잇는 좁은 길목인 다르다넬스해협을 봉쇄하며 톡톡히 재미를 봤다.

러시아는 흑해에서 지중해로 진출하지 못하면서 군수물자 수급에 어려움을 겪어야 했다. 이 때문에 연합군은 바닷길을 열겠노라며 갈리폴리 상륙작전을 감행했다. 그러나 참패로 귀결됐다. 작전을 지휘한 이가 윈스턴 처칠 당시 영국 해군장관이었다. 이 작전의 실패로 그는 실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