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당할 수 있는 뉴욕' 구호, 민주사회주의자 시장의 6개월 실험

입력 2026-07-20 15:56:11 수정 2026-07-20 19:02: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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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사회주의 실험 앞에 놓인 부자도시 뉴욕
무상보육 등 공약 실현의 전제는 부자 증세
'고가 세컨드 하우스 과세안' 주의회 통과
부유층과 기업 떠나갈 것이라는 저주성 예측
엔트로픽, 에어비앤비 등 글로벌 기업 들어와

뉴욕 신임 시장인 조란 맘다니가 올해 1월 1일(현지시간) 자정에 레티샤 제임스 뉴욕주 법무부 장관이 주재하는 가운데 뉴욕시의 오래전 폐쇄된
뉴욕 신임 시장인 조란 맘다니가 올해 1월 1일(현지시간) 자정에 레티샤 제임스 뉴욕주 법무부 장관이 주재하는 가운데 뉴욕시의 오래전 폐쇄된 '올드시티홀' 지하철역에서 이슬람 경전인 쿠란에 손을 얹고 취임 선서를 했다. AFP 연합뉴스

세계 최대 도시의 수장이 된 30대 민주사회주의자의 실험이 6개월을 넘겼다. '무상'에 초점이 맞춰진 조란 맘다니 뉴욕시장의 선거 구호는 '감당할 수 있는(Affordable) 뉴욕'이었다. 무상 보육비와 버스비는 물론 임대료 안정화도 핵심 공약이었다. 서민들은 저렴한 가격의 시영 식료품점 설치 계획에 환호했고, 즉각적인 지지로 이어졌다. 하지만 이 모든 공약은 필수적으로 증세를 요구했다. 그가 제시한 해법은 부자 증세였다. 부자들이 더 낸 세금으로 서민 생활비를 낮추겠다는 복안이었다.

◆감당할 수 있는 뉴욕

지난달 25일 뉴욕시 임대료 지침 위원회(RGB)는 100만 호에 달하는 임대료 안정화 아파트의 임대료를 최대 2년간 동결하기로 결정했다. 뉴욕시 역사상 처음이었다. 지난해 뉴욕시의 평균 월세는 4천 달러에 육박했다. 미국 평균의 2배를 훌쩍 뛰어넘었다. 그래서 나온 구호가 '감당할 수 있는 뉴욕'(Affordable New York)이었다.

임대료 동결은 어렵지 않았다. RGB 위원을 시장이 임명하는 구조이기 때문이다. 건물주 단체와 부동산업계가 강하게 반발한 건 수순이었다. 이들은 "보험료와 재산세, 유틸리티 요금, 유지·보수 비용이 지속적으로 상승하는 상황에서 임대료까지 동결되면 건물 관리가 어려워질 것이다. 장기적으로는 주택 공급 감소로 이어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13일(현지시간) 미국 뉴욕 브루클린의 웨그먼스 매장에서 시민들이 식료품을 구매하고 있다. AFP 연합뉴스
13일(현지시간) 미국 뉴욕 브루클린의 웨그먼스 매장에서 시민들이 식료품을 구매하고 있다. AFP 연합뉴스

맘다니표 공공식료품점, 일명 '착한 가게' 도입도 주요 공약에 있다. 그러나 자칫 보여주기식 쇼에 그칠 개연성이 농후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저렴한 가격에 식료품을 판매한다는 건데 선착순이라는 단서가 붙었다. 소수에게만 주어지는 기회다. 고물가 문제를 해결할 근본 대책은 아닌 탓이다.

버스 요금 무료화는 붕괴되는 준법 의식 탓에 저절로 이뤄질 판이다. 지난해 뉴욕시 메트로폴리탄교통공사(MTA)는 승객의 40% 이상이 무임승차한 것으로 파악했다. MTA는 연간 3억 달러 이상의 손실을 입고 있다. 결국 재정 적자로 직결된다.

조란 맘다니 시장이 고가 세컨드 하우스 과세를 홍보하기 위해 배경으로 썼던
조란 맘다니 시장이 고가 세컨드 하우스 과세를 홍보하기 위해 배경으로 썼던 ' 220 센트럴파크 사우스'. 켄 그리핀 시타델 CEO가 이곳 펜트하우스를 세컨드 하우스로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부자 과세 비관론에도 꿋꿋이

지난 5월 뉴욕주의회는 '고가 세컨드 하우스 과세안(pied-a-terre tax)'을 통과시켰다. 무상 정책의 돈줄 중 하나다. 주택 보유자가 주된 거주지로 살지 않는 500만 달러(약 73억원) 이상 고가 주택에 추가 과세를 하는 게 골자다. 평가 가치에 따라 연 4∼6.5%가 부과된다. 약 1만 채에서 최소 연간 5억 달러(7천300억원)의 세수를 확보할 것으로 추산된다.

일명 '가진 자들의 세금'인 '고가 세컨드 하우스 과세안'의 정당성을 설파하는 사례로 맘다니 시장은 '220 센트럴파크 사우스'를 점찍었다. 이곳 펜트하우스의 소유주는 헤지펀드의 제왕이자 금융회사 시타델의 창립자인 켄 그리핀. 이 집은 당시 가격으로 2억3천800만 달러(약 3천500억원)였다. 맘다니표 부자 과세에 격분한 그는 뉴욕 맨해튼 미드타운에 짓기로 한 60억 달러 규모 시타델 사옥 프로젝트를 중단할 수 있다고 맞불을 놨다.

헤지펀드 시타델(Citadel)의 창립자이자 최고경영자인 켄 그리핀이 지난 5월 미국 캘리포니아주 베벌리힐스에서 열린
헤지펀드 시타델(Citadel)의 창립자이자 최고경영자인 켄 그리핀이 지난 5월 미국 캘리포니아주 베벌리힐스에서 열린 '글로벌 콘퍼런스'에서 연설하고 있는 모습. 로이터 연합뉴스

부자 증세에 대한 비관론은 사그라지지 않고 있다. 아마존 창업자 제프 베이조스는 과세안이 통과되기 전인 5월 CNBC와의 인터뷰에서 "우리는 돈이 부족한 게 아니라, 돈을 쓰는 방식과 운영 능력에 문제가 있다"며 뉴욕시의 재정 운영을 정면으로 비판한 적이 있다. 억만장자 투자자 빌 애크먼도 제기했던 우려다. 그는 지난해 "맘다니가 시장이 된다면 뉴욕에서 기업들이 탈출하는 모습을 보게 될 것"이라 했었다.

하지만 현실은 조금 다르게 흘러가고 있다. AI '클로드'의 개발사인 앤트로픽과 글로벌 숙박 체인 에어비앤비는 뉴욕 사무실의 공간을 더 넓히고, 직원 수도 늘렸다. 폴 스미스 앤트로픽 최고상업책임자(CCO)는 "뉴욕은 AI가 실제로 업무에 적용되는 가장 핵심적인 허브 중 하나"라고 평했다. 메모리 반도체 기업 마이크론의 1천억 달러 규모 프로젝트도 예정돼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