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은경 정치부 기자
타조는 태생적으로 하늘을 날지 못하는 새다. 그런데 타조가 하늘을 한번 날아본다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
2017년 삼성전자의 글로벌 광고 '타조의 꿈'에는 가상현실(VR)을 통해 눈앞에 펼쳐진 하늘을 경험한 타조가 등장한다. 눈빛이 바뀐 타조는 실제로 날기 위해 분투하고, 마침내 무리에서 벗어나 유유히 날아오른다. 어떠한 기술적 설명도 없지만 '불가능을 가능케 하라'는 주제를 담은 이 광고는 세계 최고 권위의 칸 국제광고제에서 7관왕을 휩쓸었다.
오랫동안 우리 삶을 변화시킨 기술은 그렇게 불가능의 경계를 넘어서며 발전해 왔다.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2021년 미국 출장에서 삼성 연구원들을 만나 "고통스럽겠지만 불가능을 가능으로 만들어 아무도 가보지 않은 미래를 개척해 나가자"고 당부한 일화도 유명하다.
기술과 함께 우리 삶을 바꾸는 또 하나의 축인 정치 역시 불가능해 보였던 현실을 뒤집을 때 존재 이유를 증명해 왔다. 2009년 이명박 정부가 세종시 수정안을 추진하자 이에 반발한 이완구 전 국무총리는 "정치적 책임을 지겠다"며 한나라당 소속 충남지사직에서 전격 사퇴했다. 양승조 전 충남지사도 당시 국회의원으로서 삭발과 20일간 단식 끝에 휠체어 투혼으로 국회 대정부질문에 나섰다. 충청권 민·관·정의 일치단결에 세종시 수정안은 국회에서 부결됐다.
2020년에는 부산·울산·경남(PK) 정치권이 여야를 넘어 김해신공항 확장안 백지화를 관철시켰다. 국토교통부의 수차례 반대는 물론 사실상 부울경을 제외한 대부분 지역의 비판에도 PK 정치권의 집념만은 돋보였다. 당시 경남도당위원장이던 김정호 민주당 의원은 의원실 간이침대에서 쪽잠을 자며 대응 논리를 강구했었다고 한다.
극작가 출신이자 체코의 초대 비공산 대통령이었던 바츨라프 하벨은 정치를 '불가능의 예술'이라고 했다. 모두가 안 된다고 할 때, 패배주의 해독제가 됐던 것은 결국 정치였던 것이다.
최근 이재명 정부의 삼성전자·SK하이닉스 호남권 반도체 투자가 발표되기 6개월 전인 올해 1월만 해도 그렇다. 안호영 민주당 의원 등 호남 정치권에서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의 호남 이전론을 제기했을 때만 해도 대구경북(TK)은 물론 반도체 업계에서도 현실성이 떨어진다는 반응이 적잖았다.
더군다나 이때 TK 정치권의 관심은 온통 6·3 대구시장 선거에 쏠려 있었다. 지역 국회의원 다섯 명이 선거에 뛰어들었고, 공천 파동이 할퀴고 간 TK 정치권의 모습은 말 그대로 '쑥대밭'이었다. 정치권이 이제야 후유증에서 벗어난 사이, TK 경제계의 위기감은 지금 어느 때보다 고조되고 있다. 반도체는 물론 행정통합에 이어 군공항 이전마저 선두를 내줄 수 있다는 불안감과 허탈감이 지역사회 전반에 번지고 있기 때문이다.
당내에서도 "국정조사는 물론 특검 수사까지 도입해 전모를 밝혀야 한다"(나경원 국민의힘 의원)며 심각성이 표출되지만, 정작 TK 정치권의 존재감은 보이지 않는다는 비판이 거세다. 더욱 뼈아픈 대목은 최대 지지 기반이었던 윤석열 정부에서도 TK 정치권은 신공항, 행정통합, 취수원 등 어느 것 하나 분투를 보여주지 못했다는 점이 더 암울한 실상을 비춘다.
얼마 전 지역 대학의 한 교수는 대구시장 선거 결과를 두고 "TK 국회의원들이 자각하지 못하면 '보수의 심장'이 없어질 수도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불가능을 가능으로, 지역을 미래로 이끌지 못하는 불모(不毛)의 TK 정치.
당장 2년 뒤다. 언제나 지역민에겐 투표로 그 책임을 묻는 힘이 있다는 걸 잊어선 안 될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