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대 국회 후반기 원(院) 구성을 둘러싼 여야의 극한(極限) 대치가 지방의회에서도 그대로 나타나고 있다. 민선 9기 지방의회가 출범하자마자 의장단과 상임위원장 자리를 둘러싸고 본회의 보이콧과 장외투쟁, 천막 농성으로 이어질 조짐이다. 지방의회가 '여의도의 나쁜 정치'에 오염된 것이다.
대구 수성구의회에선 국민의힘 주도의 의장단 배분(配分)에 반발한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이 본회의장을 집단 퇴장했다. 달서구의회도 원 구성 합의를 못 해 추가경정예산안 심의를 걱정해야 할 상황에 놓였다. 달성군의회에서는 상임위원회 폐지를 둘러싸고 민주당 의원들이 모든 회기(會期) 일정 전면 보이콧과 천막 농성을 선언했다. 다른 지역의 사정도 크게 다르지 않다. 경남도의회와 부산시의회에서는 다수당이 의장단을 사실상 독식했고, 소수당은 표결을 거부하며 장외투쟁에 나섰다. 경기도의회에서는 압도적 다수 의석을 가진 민주당이 부의장 자리까지 모두 차지하며 협치(協治)의 정신을 무색하게 했다. 지자체의 예산을 심의하고, 지역 현안을 해결해야 할 지방의회가 주민은 안중에도 없이 자리다툼과 정치 싸움에만 매달리고 있다.
다수당은 의석이 많다는 이유로 독식을 정당화하고, 소수당은 보이콧으로 맞서는 형국이다. 여야 어느 쪽도 주민을 먼저 생각하는 모습을 보여 주지 않고 있다. 다수결(多數決)은 민주주의의 원칙이지만, 승자독식(勝者獨食)의 명분이 될 수는 없다. 보이콧 역시 의회 민주주의를 훼손하는 행위일 뿐이다. 지방의회는 정쟁의 장이 아니라, 주민의 삶을 개선하는 협치의 장이어야 한다.
원 구성이 늦어질수록 추경예산안 심의와 민생(民生) 조례 처리, 현안 해결은 지연될 수밖에 없다. 폭염과 집중호우에 대비할 예산, 지역 경제를 살릴 대책도 뒷전으로 밀린다. 주민들은 의장과 상임위원장 등을 놓고 싸움을 하라고 지방의원을 뽑은 게 아니다. 지방의회는 중앙 정치의 하청(下請) 기관이 아니라, 지역의 현안을 가장 가까운 곳에서 해결하라고 주민이 부여한 권한을 행사하는 곳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