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창훈 문화특집부장
지난달 중순 찾은 대구도서관은 기대 이상이었다. 특히 공간 미학에 상당한 공을 들인 느낌이었다. 통유리로 시야를 연 2·3층 자료실은 중앙 통로를 격자 형태로 꾸몄다. 덕분에 어느 자리에서도 공간 전체가 한눈에 들어왔다. 가운데를 향해 띄엄띄엄 놓인 안락의자들도 우연한 배치가 아니다. 이용자가 책에 몰입하면서 동시에 공간의 흐름 속에 머물도록 설계했다. 하나의 구조물처럼 짜인 계단과 책장, 책상과 의자도 눈길을 끌었다. 동선 자체가 서가를 거니는 듯한 분위기를 연출했다. 이날 도서관에 대한 고정관념은 단번에 무너졌다.
최근 들어 공공도서관이 눈에 곧잘 들어온다. 책을 빌리고 읽는다는 단순 개념을 넘어 점차 랜드마크로서의 가치로 확장하고 있기 때문이다. 시각적인 대표성 뿐 아니라 문화적 대표성까지 점차 갖춘다는 점에서 그렇다.
공공도서관의 탈바꿈은 최신 트렌드이기도 하다. 지난 3월 문을 연 서울 여의도 브라이튼 도서관은 주상복합 건물 지하 1층에 3천300여 ㎡ 규모로 들어섰다. 대형 광장을 둘러싼 단층 구조에 영어 전용 키즈카페까지 갖춰 개관 2개월 만에 방문객 12만 명을 모았다. 지난해 10월 개관한 경기도서관도 화제다. 이곳은 건물 전체가 나선형으로 휘감겨 올라가는 구조다. 도서관의 어원인 그리스어 '두루마리 보관함'에서 착안해 층간 구분 없이 하나의 연속된 공간으로 설계됐다. 전국 최대 규모답게 '세상에 없던 도서관'이라는 수식어도 따라붙는다.
대구도서관도 이 흐름에 당당히 합류했다. 사업비 818억원을 들여 옛 캠프워커 헬기장 부지에 연면적 1만5천75㎡ 규모로 지어졌다. '온, 景(경)'을 콘셉트로 도시와 공원을 잇는 풍경을 구현했다. LP 체험 공간과 지도·아트북이 놓인 '예술서재'와 '여행자의 서재', 사유에 잠길 수 있는 '사유의 방', 지역 작가의 책을 모은 '대구사랑서재' 등 공간 하나하나가 의미와 미학을 갖고 설계되었음을 보여준다.
국외로 눈을 돌리면 핀란드 헬싱키의 오디(Oodi) 도서관이 혁신적인 공공도서관의 전형을 보여준다. 100m가 넘는 강철 아치가 기둥 없는 로비를 떠받치고, 가문비나무 외피가 광장을 건물 안으로 끌어들이는 캐노피가 된다. 2018년 개관한 이 도서관은 도서관의 개념을 다양성과 포용성으로 확장하며 헬싱키의 랜드마크로 우뚝 섰다.
공공도서관는 다양한 문화소비 공간으로 진화하는 것도 최근 흐름이다.
지역 도서관들은 오래 전부터 그런 방향으로 움직여왔다. 건립 당시 책장을 연상시키는 외형으로 화제를 일으킨 범어도서관은 인문학 특화 프로그램과 다양한 고급 강연으로 전문화되고 있다. 국채보상운동기념도서관 또한 작가 초청 북토크와 청소년 독서문화캠프로 시민들을 불러 모으고 있다. 다른 도서관들도 마찬가지다. 갖가지 축제를 열거나 주민 참여 프로그램을 가동하며 문화 및 교류 창구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 이는 미국의 도시사회학자 레이 올덴버그가 정의한 '제3의 장소'와도 맞닿아있다.
공공도서관은 나아가 공연과 전시 등은 물론, 지역 예술가와의 협업 등 좀 더 광범위한 문화 시스템을 갖출 수 있다. 공공성이 보장된 공간이기에 이 같은 문화 실험이 충분히 가능한 것이다. 문화부 기자에게 갈수록 진화하는 공공도서관의 모습이 흐뭇하게 느껴지는 요즘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