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 시간 서서 일하거나 책상 앞에 오래 앉아 있는 현대인들에게 다리 통증은 흔한 증상이다. 다리가 저리거나 무겁고 아프면 대부분 무릎 관절염이나 허리디스크를 먼저 떠올리며 정형외과를 찾는다.
하지만 X선이나 MRI 검사에서 관절과 척추에는 특별한 이상이 없다는 진단을 받고도 다리의 묵직한 통증과 저림이 계속되는 경우가 적지 않다. 특히 오후가 될수록 다리가 무겁고, 밤에는 저리거나 쥐가 나 잠을 설치는 증상이 반복된다면 뼈나 신경이 아니라 다리의 혈관, 특히 정맥에 문제가 있는 것은 아닌지 살펴볼 필요가 있다.
정맥은 온몸을 순환한 혈액을 다시 심장으로 돌려보내는 혈관이다. 하체의 혈액은 중력을 거슬러 올라가야 하기 때문에 정맥 안에는 혈액의 역류를 막아주는 판막이 있다. 그러나 노화나 유전적 요인, 장시간 서 있거나 앉아 있는 생활습관 등으로 판막 기능이 떨어지면 혈액이 다리에 고이게 되고 정맥 내 압력이 높아진다. 이 과정에서 주변 조직과 신경이 자극을 받아 다리가 무겁고 붓거나 쉽게 피로해지고, 야간 경련이나 통증이 나타날 수 있다.
흔히 하지정맥류라고 하면 피부 밖으로 혈관이 울퉁불퉁하게 튀어나온 모습을 떠올린다. 그러나 혈관이 겉으로 드러나지 않더라도 깊은 정맥에서 역류가 발생하는 경우도 있다. 이처럼 외관상 이상이 없어 진단이 늦어지는 경우도 적지 않다.
다리 통증의 원인을 구분하는 데는 증상이 언제 심해지는지를 살펴보는 것이 도움이 된다.
무릎 관절염과 같은 관절 질환은 계단을 오르내리거나 앉았다 일어설 때처럼 관절에 체중이 실릴 때 통증이 뚜렷해지는 경우가 많다. 허리디스크나 척추관협착증은 허리에서 시작된 통증이 다리까지 이어지거나, 오래 걷다 보면 다리가 저려 잠시 쉬어야 하고 허리를 숙이면 증상이 완화되는 양상을 보인다.
반면 만성 정맥부전은 아침보다 오후와 저녁으로 갈수록 다리가 무겁고 붓는 느낌이 심해지는 것이 특징이다. 오래 서 있거나 앉아 있을 때 불편감이 커지고, 밤에 통증이나 쥐가 나타나기도 한다. 반대로 다리를 심장보다 높게 올려 쉬면 증상이 다소 완화되는 경우가 많다.
외래에서는 무릎이나 허리 질환으로 생각하고 내원했다가 진료 과정에서 정맥 순환 이상이 확인되는 환자를 종종 만난다. 관절이나 척추 치료를 받았는데도 다리의 묵직함이나 저림이 계속된다면 혈관 초음파 검사를 통해 정맥의 역류 여부를 확인해 볼 필요가 있다.
만성 정맥부전은 시간이 지나면 저절로 좋아지는 질환이 아니다. 증상이 지속되면 피부 색소침착이나 피부염이 생길 수 있고, 심한 경우에는 피부궤양으로 이어질 수도 있다. 따라서 단순히 피곤해서 생긴 증상으로 여기기보다 정확한 원인을 찾는 것이 중요하다.
예방을 위해서는 종아리 근육을 자주 움직여 정맥 순환을 돕는 습관을 들이는 것이 좋다. 오래 앉아 있을 때는 발목을 앞뒤로 움직이거나 까치발 운동을 반복하면 도움이 된다. 장시간 서서 일해야 하는 경우에는 의료진과 상담 후 의료용 압박스타킹을 착용하는 것도 도움이 될 수 있다.
다리 통증은 단순히 나이가 들어 생기는 자연스러운 현상으로 넘길 것이 아니라 몸이 보내는 중요한 신호일 수 있다. 관절과 척추뿐 아니라 혈관까지 함께 살펴보는 접근이 정확한 원인 진단과 적절한 치료의 시작이다.
W병원 정형외과 이재근 원장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