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과 이란 간의 전쟁으로 전 세계가 긴장하고 국내 경제가 위축되던 시기, 국내 정유사들의 밀실 대화방에서는 "오늘 가격 100원 더 올린다. 우리 올해 2조 벌 듯" "역시 전쟁으로 먹고사는 회사" "트럼프 만세" 등 국민의 고혈을 짜내는 추악한 언사(言辭)들이 오갔다.
국제 유가와 환율 상승 때문이라던 기름값 폭등의 실체가 결국 정유사들의 노골적인 가격 짬짜미와 시장 기만(欺瞞)이었음이 검찰 수사로 드러났다. 지난 3월 미국·이란 전쟁 발발 당시 국내 정유사들은 상당한 양의 원유를 비축해 둬 가격을 급격히 올릴 이유가 전혀 없었다. 그런데도 HD현대오일뱅크와 SK에너지의 가격 결정 부서 책임자들은 밀실에서 가격 인상 시기와 규모를 모의했다. 국내 정유 시장이 두 회사의 가격을 나머지 두 정유사가 추종하는 구조라는 점을 악용한 것이다. 실제로 GS칼텍스와 에쓰오일은 이 인상 흐름을 그대로 따라갔다. HD현대오일뱅크와 SK에너지의 직접 담합(談合) 규모만 14조2천억원에 달하고, 타사들의 추종 효과까지 감안한 국내 석유 시장의 전체 경쟁 제한 효과는 무려 26조원에 이른다.
그동안 국민은 한 푼이라도 아끼기 위해 주유소 불빛을 보며 가슴을 졸였고, 각종 석유류 제품값 인상에 허리띠를 졸라매며 고통을 감내해 왔다. 석유는 국민 생활 및 산업 전반과 직결되는 핵심 품목이다 보니 기름값 폭등은 물가를 사정없이 자극했고, 서민 삶을 벼랑 끝으로 몰고 기업 경쟁력을 갉아먹었다. 그런데도 대기업 정유사들은 에너지 위기를 자신들의 호주머니를 채울 축제의 기회로 삼은 것이다.
정부와 사법 당국은 이번 사태를 엄중히 다뤄야 한다. 담합 가담자들과 관련 책임자들을 일벌백계(一罰百戒)하고, 징벌적 과징금을 과감하게 부과해야 마땅하다. 아울러 석유 최고가격제에 따라 정유사에 지급해야 할 비용은 이번 부당 이득을 철저히 제외하고 산출해야 할 것이다. 위기 때마다 서민의 등골을 빼먹는 악덕 기업들의 탐욕을 뿌리 뽑지 못한다면 국가 경제의 미래는 없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