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지개 수다]"아시아 치킨의 왕은 대구"… 두류공원 달군 '2026 대구치맥페스티벌'

입력 2026-07-17 13:2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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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국인 전용석·글로벌 라운지로 '문화외교 무대' 도약… 닷새간 세계인의 입맛 사로잡아

대구 2·28 자유광장 전망대에 마련된 외국인 전용
대구 2·28 자유광장 전망대에 마련된 외국인 전용 '글로벌 라운지'에서 해외 인플루언서와 관광객들이 치맥을 즐기며 환하게 웃고 있다. 정운철 기자 woon@imaeil.com

"아시아에서 대구는 치킨의 왕입니다."

지난 1일 대구 두류공원. 치킨 한 조각을 입에 넣은 미 공군 군수계획관 랜디(25·위스콘신)씨가 엄지를 치켜세웠다. 대구 K2 공군기지에 주둔 중인 그는 "매콤한 양념부터 후라이드까지 맛이 이렇게 다양할 줄 몰랐다. 이런 치킨은 처음"이라고 했다.

◆ 외국인 입맛 사로잡은 '겉바속촉'

'치맥의 성지'는 올해도 건재했다. 2026 대구치맥페스티벌이 1일부터 5일까지 닷새간 두류공원 일대에서 열렸다. 올해로 14회째. 전국은 물론 세계 각지에서 인파가 몰렸다.

한국식 치킨이 세계인의 입맛을 사로잡은 비결은 단순하다. 닭을 두 번 튀기는 조리법이다. 두꺼운 튀김옷으로 거친 식감을 내는 미국식과 달리, 얇은 튀김옷으로 바삭함과 육즙을 동시에 살린다.

겉은 바삭하고 속은 촉촉한, 이른바 '겉바속촉' 식감이 그렇게 완성된다. 고추장 양념부터 간장·마늘·허니까지 소스의 다양성도 강점이다. 최근에는 마라·사워크림 등 글로벌 트렌드를 반영한 메뉴까지 등장했다.

대구 K2 공군기지에 주둔 중인 미 공군 관계자들이
대구 K2 공군기지에 주둔 중인 미 공군 관계자들이 '2026 대구치맥페스티벌'을 찾아 치킨과 맥주를 즐기고 있다. 올해 축제에는 외국인 전용 좌석이 운영돼 외국 방문객들의 호응을 얻었다. 정운철 기자 woon@imaeil.com

축제장에서 만난 외국인들의 반응은 한결같았다. 미 공군 제8물자정비대대 소속 캐롤린 라일리(39·미국 조지아주)씨는 대구 생활 2년째다. 그는 "치킨은 내가 가장 좋아하는 음식인데, 대구 치킨은 차원이 다르다"며 "다양한 사람들이 한자리에 모여 치킨과 맥주를 나누는 이 활기가 인상적"이라고 했다.

K2 기지 비행대 선임부사관 타이(37·뉴욕)씨는 이날 한국 치킨을 처음 제대로 맛봤다. 그는 "김치와 소주도 좋아하지만 치킨과 맥주의 조합은 또 다른 차원이었다"며 "기지에서 차로 30분 거리이니 내년에도 꼭 다시 오겠다"고 했다.

일본 오사카 출신 이쿠타 호시(25)씨는 대구에 온 지 6개월 만에 처음 축제를 찾았다. 그는 "일본 가라아게와는 완전히 다르다. 겉이 이렇게 바삭한 치킨은 처음"이라며 "내년에도 대구에 있으면 반드시 다시 올 것"이라고 했다.

홍콩에서 온 관광객 메이링(28)씨는 "이 바삭한 맛을 더 많은 사람이 알았으면 좋겠다"고 했고, 푸에르토리코에서 온 세바스티안(35)씨는 "어떻게 튀겼는지 몰라도 대단한 맛"이라고 놀라워했다.

도미니카공화국에서 온 소피아(41)씨는 "뜨거운 태양 아래 시원한 맥주와 치킨, 음악이 흐르는 두류공원에서 일상의 스트레스를 날려버렸다"고 웃었다.

선글라스를 쓴 닭 모양 마스코트 두 마리가 커다란 맥주잔을 들고 관람객을 맞이하고 있다. 2026 대구치맥페스티벌 치맥떼창클럽 앞에 설치된 이 조형물은 축제를 찾은 방문객들의 인기 포토존이 됐다. 지난 1일부터 5일까지 닷새간 두류공원 일대에서 열린 이번 축제에는 전국과 세계 각지에서 인파가 몰려들었다. 정운철 기자 woon@imaeil.com
'2026 대구치맥페스티벌'을 찾은 외국인 관광객들이 한국식 '겉바속촉' 치킨과 시원한 맥주의 조합을 즐기며 환하게 웃고 있다. 정운철 기자 woon@imaeil.com

◆ 외국인 전용석에 글로벌 라운지… 문화외교의 장으로

올해 축제의 슬로건은 '치맥26(이륙)'. 대형 지구본 퍼포먼스와 참여형 콘텐츠, 인공지능(AI) 기반 운영 시스템을 도입해 글로벌 축제로의 도약을 선언했다.

가장 눈에 띈 것은 외국인 전용 좌석이었다. 4인 테이블 이용객에게 맥주 4캔과 치킨 1박스, 응원봉과 머리띠가 제공됐다. 2·28 자유광장 전망대는 외국인 전용 '글로벌 라운지'로 운영됐다.

자매도시인 베트남 다낭시가 직접 참여했고, 해외 인플루언서와 자매도시 대학생 등 200여 명이 함께했다. 단순한 좌석 판매를 넘어 K푸드와 K관광을 세계에 알리는 문화외교의 장이었다는 평가가 나온다.

두류공원 전체가 축제장이 됐다. 메인 무대가 선 2·28자유광장부터 야외음악당, 관광정보센터 주변까지 콘셉트가 다른 치맥존이 곳곳에 들어섰다. 유명 치킨 프랜차이즈와 개성 있는 수제 맥주 브루어리가 한자리에 모였고, 최정상급 아티스트의 라이브 공연이 여름밤을 달궜다.

선글라스를 쓴 닭 모양 마스코트 두 마리가 커다란 맥주잔을 들고 관람객을 맞이하고 있다. 2026 대구치맥페스티벌 치맥떼창클럽 앞에 설치된 이 조형물은 축제를 찾은 방문객들의 인기 포토존이 됐다. 지난 1일부터 5일까지 닷새간 두류공원 일대에서 열린 이번 축제에는 전국과 세계 각지에서 인파가 몰려들었다. 정운철 기자 woon@imaeil.com

◆ 경제효과 952억원… OED에 오른 'K치맥'

2013년 첫발을 뗀 대구치맥페스티벌은 5년 연속 관광객 100만명을 넘겼다. 지난해에는 84개 업체, 250여 개 부스가 참여해 방문객 115만명을 모았고 952억원 규모의 경제적 파급효과를 냈다. 지역 축제를 넘어 대구 경제를 움직이는 핵심 콘텐츠로 자리 잡았다는 평가다.

'치맥' 확산의 배경에는 K콘텐츠가 있다. 회식 자리의 치맥, 스포츠 중계와 함께하는 치킨과 맥주는 K드라마의 단골 장면이다. 그 결과 '치맥(Chimaek)'은 2021년 옥스퍼드 영어사전(OED)에 정식 등재됐다.

OED는 드라마 '별에서 온 그대'를 통해 이 조합이 한국 밖에서 대중화됐다고 설명한다. 치킨무와 김치까지 무료로 내주는 한국 식당의 넉넉한 인심도 외국인들에게는 '신세계'다.

닷새간의 뜨거운 여름밤은 그렇게 막을 내렸다. 갓 튀겨낸 치킨의 바삭한 소리와 차가운 맥주잔 부딪히는 소리가 7월의 불볕더위를 밀어냈다. 치킨과 맥주라는 친숙한 음식에 한국 특유의 열정과 응원 문화를 얹은 대구치맥페스티벌은 이제 세계인이 함께 즐기는 글로벌 문화축제로 이륙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