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일 새벽 홍 감독과 일부 선수 귀국해
인천공항서 욕설 난무…별도 행사 없어
정몽규 대한축구협회장에겐 개껌 세례
경험자라 달랐다. 많은 이들이 야유하고 고성을 지르며 비난했으나 당황하지 않았다. 2026 북중미 월드컵에서 조별리그를 통과하지 못한 축구대표팀 홍명보 전 감독의 귀국 풍경 얘기다.
홍 전 감독과 대표팀 선수 9명은 30일 오전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입국했다. 이번 대회에서 한국은 1승 2패로 32강 진출에 실패했다. 참가국이 48개국으로 확대돼 32개국이 토너먼트에 나갈 수 있었으나 최종 순위 34위에 그쳤다.
홍 전 감독은 전날 멕시코 현지 훈련지에서 사퇴를 선언했다. 취재진의 질의를 받지 않은 채 자리를 뜬 홍 전 감독은 이날 일부 선수들과 먼저 귀국했다. 조현우, 김민재, 황인범, 황희찬, 설영우, 백승호, 김문환, 오현규, 이강인이 함께 돌아왔다.
이번 월드컵은 참사였다. 특히 조별리그 마지막 경기였던 남아프리카공화국과의 승부는 졸전이었다. 남아공은 A조 최약체로 평가된 팀. 비기기만 해도 32강에 오를 수 있었으나 무기력한 경기 끝에 0대1로 패했다. 홍 전 감독의 전술 부재, 무능을 질타하는 목소리가 커졌다.
홍 전 감독과 대한축구협회를 향한 분노도 거세졌다. 귀국길도 순탄치 않을 것으로 보였다. 귀국 현장에 만일의 상황을 대비해 경찰 100여 명이 배치된 것도 그 때문. 대표팀이 새벽 3~4시 입국했음에도 현장엔 200명이 넘는 팬과 유튜버 등이 몰렸다.
홍 전 감독이 입국장에 들어서자 현장은 아수라장으로 변했다. 그를 향해 "홍명보, 꺼져" 등 고성이 쏟아졌다. 야유하고 욕설을 하는 이들도 많았다. 다만 2014 브라질 월드컵 당시처럼 엿 세례는 없었다. 그때도 홍 전 감독이 대표팀 지휘봉을 잡고 있었다.
물리적 충돌은 없었으나 분위기는 험악했다. 이미 한 차례 이런 경험을 한 덕분(?)인지 홍 전 감독은 당황하지 않고 무표정한 얼굴로 신속히 공항을 빠져나갔다. 별도의 귀국 행사, 인터뷰도 없었다. 홍 전 감독은 사과나 설명 없이 지나갔다. 취재진의 질문도 외면했다.
2002년 한일 월드컵 이후 대표팀이 공항 귀국 행사 없이 들어온 건 이번이 처음. 감독과 주장이 함께하지 않은 것도 이례적인 모습이다. 주장 손흥민 등 다른 선수들은 몇 명씩 나눠 7월 1일까지 모두 귀국할 예정이다.
이날 선수단이 빠져나간 뒤 정몽규 대한축구협회장이 입국장에 모습을 드러냈다. 남아 있던 일부 팬이 개껌을 던져 현장은 다시 아수라장이 됐다. 정 회장은 정해진 절차를 무시하고 홍 전 감독에게 대표팀 지휘봉을 맡긴 인물. 이번 대회 전 비난 여론에 못 이겨 회장직에서 물러나겠다고 한 바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