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 감독, "죄송, 대표팀 신뢰와 사랑받기를 응원"
질문 안 받고 '주머니 손' 논란
전 국가대표·축구 전문가들도 변화와 반성 주문
홍명보 감독이 2026 북중미 월드컵 32강 진출 실패의 책임을 지고 축구대표팀 지휘봉을 내려놨다. 한국 축구 팬들과 전 국가대표 선수들, 축구 전문가들은 이번 실패의 경험을 대한축구협회의 쇄신 기회로 삼아야 한다는 목소리를 더 높이고 있다.
홍 감독은 29일(한국 시간) 한국 대표팀의 베이스캠프인 멕시코 사포판의 치바스 베르데 바예에서 기자들을 만나 사퇴 의사를 공식 발표했다. 아시안컵이 있는 내년 1월까지 임기가 남아 있었으나 월드컵 32강 진출 실패 탓에 일찍 물러나게 됐다.
홍 감독은 "국민 여러분께 진심으로 죄송하다는 말씀을 드린다"며 "대표팀 감독 자리를 내려놓지만 대한민국 축구를 향한 마음까지 내려놓은 것은 아니다. 우리 대표팀이 다시 국민의 신뢰와 사랑을 받을 수 있는 팀으로 성장해 나가기를 진심으로 응원하겠다"고 했다.
홍 감독은 월드컵에 감독으로 두 번 출전한 첫 사례. 하지만 지난 2014년 브라질 월드컵에서의 부진을 끝내 넘어서지 못하고 지휘봉을 내려놓게 됐다. 홍 감독의 사퇴 발표에 전 국가대표 선수들을 비롯한 축구계 안팎은 '만시지탄'(晩時之嘆)이라는 반응이다.
전 국가대표 선수였던 조원희는 "이번 월드컵은 감독이 무슨 생각을 하는지 그 운영 방식을 읽기가 너무 어려웠다"며 "경우의 수를 따지면서 '기도 메타(타 팀 결과만 바라는 태도)'를 하는, 처참한 상황을 만든 장수는 빠르게 교체되는 것이 당연하다"고 강하게 비판했다.
이영표 KBS 해설위원은 "전술적 패배를 인정하고 물러나는 것은 축구인으로서 불가피한 선택"이라며 홍 감독의 책임이 당연하다는 입장을 밝혔다.
하지만 비난은 숙지지 않고 있다. 회견 현장에서 보인 태도를 두고 진정성이 없어 보인다는 지적이 쏟아지는 중이다. 팬들이 납득할 만한 설명이 없었다. 게다가 성명서를 기계적으로 읽은 뒤 질문도 받지 않고 자리를 뜬 데다 기자회견장을 빠져나가면서 주머니에 손을 찔러 넣은 모습이 보인 탓이다.
대한축구협회를 뿌리부터 갈아엎어야 한다는 목소리도 끊이지 않고 있다. 감독 한 명의 사퇴로 상황을 무마시키기엔 한국 축구를 관장하는 대한축구협회의 난맥상이 너무 많은 문제를 일으키고 있다는 문제 의식 때문이다.
박지성 JTBC 해설위원은 지난 27일(현지 시간) 콩고민주공화국과 우즈베키스탄의 경기 중계에서 "10년 동안 브라질 월드컵 등 실패를 통해 충분히 배웠는데도 그걸 또 까먹고 똑같은 일을 반복했다"며 "다시는 이런 일이 반복되지 않도록 확실하게 미래를 꿈꾸고, 그 미래를 위해 한 걸음 한 걸음 천천히라도 나아가는 나라가 됐으면 좋겠다"고 했다.
멕시코에서 이화섭 기자 lhsskf@imaeil.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