멀리서 온 이방인 낯설어 않고 환대…대접받은 포졸레는 한국 돼지국밥과 비슷
K-POP과 멕시코 음악에 춤추며 깊어간 저녁…"한국, 남아공 꼭 꺾을 것" 응원도
과달라하라에 2주 가까이 머물면서 이곳 시민들을 많이 알게 됐다. 사회관계망서비스(SNS) 계정도 교환하면서 적지 않은 친분을 쌓았다.
계정을 교환한 이들 중 지난 18일(이하 현지 시간) 페이스북 계정으로 메시지 한 통이 날아왔다. 지난 12일 차풀테펙 거리를 돌아다니며 현지 분위기를 취재하던 중 만난 미구엘 로드리게즈(40) 씨였다. "'아버지의 날' 전날인 20일 가족과 친척들이 모여 잔치를 여는데 당신을 초대하고 싶다"는 내용이었다.
현지인의 가족 행사에 초대받는다는 건 기자를 엄청나게 환대한다는 뜻이라 생각, 흔쾌히 받아들였다. 손님으로 가는데 빈 손으로 가긴 뭣했다. 데킬라 한 병과 취미인 한글 서예로 만든 작은 문구를 써서 선물로 가져갔다. 붓글씨 도구는 인근 문구점에서 급히 구했다.
20일 오후 4시, 미구엘 씨의 집으로 선물을 챙겨 들고 갔다. 그의 집은 과달라하라의 전통 예술을 느낄 수 있는 틀라케파케 인근에 있었다. 이방인을 낯설어하지 않는 모습에 기자 또한 쉽게 마음을 열었다. 미구엘 씨의 가족, 친척과 인사를 건네고 이야기를 나눴다.
기자에게 먼저 대접한 음식은 '포졸레'. 돼지 다리와 옥수수를 삶아 만든 수프였다. 토스티토(또띠아를 튀긴 것)와 함께 먹는데, 멕시코에서 한국 돼지국밥과 비슷한 국물 맛을 느끼긴 처음이었다. 그냥 포졸레만 먹어도 맛있었다.
데킬라 병과 맥주 캔이 열리면서 미구엘 씨 집 앞 작은 뜰과 도로는 잔치 마당이 됐다. 미구엘 씨와 기자는 번갈아가며 한국과 멕시코의 전통 가요를 틀며 흥을 돋웠다. 기자가 틀었던 한국 노래 중 조용필의 '여행을 떠나요'가 가족들의 뜨거운 반응을 얻었다. 노래가 끝난 뒤에도 멜로디를 흥얼거리는 가족들의 모습을 보며 '가왕의 노래는 세계적으로 통하는구나'는 감탄도 함께 했다.
한국과 멕시코의 대결도 이야깃거리였다. 양 쪽 모두 경기를 쉽게 가져가려고 했다는 평가를 했고, 기자 개인적인 아쉬움도 털어놨었다. 이들은 "몬테레이에서는 한국이 남아프리카공화국을 꺾고 멕시코와 함께 32강에 올라갈 것"이라며 한국에게 힘을 보태기도 했다.
헤어지기 전 기자가 쓴 '대한민국과 멕시코는 영원한 친구'라고 적은 한글 서예 작품을 건네자 미구엘 씨와 가족들은 고마움과 신기함을 함께 표했다. 작은 골목에서 함께 춤추고 노래하면서 기자는 이들에게 '리 로드리게즈'라 불리는, 또 다른 가족이 됐다.
멕시코 과달라하라에서 이화섭 기자 lhsskf@imaeil.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