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현장-장성현]난해한 TK신공항 퍼즐 맞추기

입력 2026-06-18 16:45: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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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거 이후 다시 안갯속에 빠진 TK신공항
교통망·공항경제권 구축부터 돌파구 찾아야

김부겸(왼쪽) 더불어민주당 대구시장 후보와 추경호 국민의힘 대구시장 후보가 지난달 28일 대구 군위군 대구경북신공항 부지를 찾아 군민들과 인사를 나누고 있다. 매일신문 DB.
김부겸(왼쪽) 더불어민주당 대구시장 후보와 추경호 국민의힘 대구시장 후보가 지난달 28일 대구 군위군 대구경북신공항 부지를 찾아 군민들과 인사를 나누고 있다. 매일신문 DB.
장성현 사회2부 차장
장성현 사회2부 차장

"갑갑합니다. 분위기가 가라앉다 못해 땅 밑으로 내려갔어요."

대구경북(TK)신공항 예정지인 대구 군위군 소보면 주민 A씨는 한숨을 쉬었다. 대구시장 선거의 최대 이슈였던 TK신공항은 선거가 끝나자 거짓말처럼 수면 아래로 가라앉았다. 주민들 사이에서는 기대보다 허탈감이 먼저 번지고 있다.

선거 기간 TK신공항은 대구의 미래를 좌우할 정책 의제로 떠올랐다. 국가 주도 사업 전환과 국가 지원 확대 방식을 두고 각 진영이 격렬하게 부딪쳤다.

그러나 선거가 끝난 지금 남은 것은 원론적인 약속뿐이다. 국가가 책임지는 사업으로 전환하겠다는 공약은 제시됐지만, 구체적인 실행 방안은 여전히 안갯속이다.

추경호 대구시장 당선인은 "구체적으로 어떻게 할 것인가는 진행 상황을 충분히 듣고 최적의 방안을 찾아가겠다. 지역 국회의원들 의견도 듣겠다"고만 했다.

사실 현실적으로 상황은 녹록지 않다. 특별법 개정을 통한 국가재정사업 전환은 여당의 협조 없이는 불가능하다.

정부도 딱히 호의적인 자세는 아니다. 국방부는 타 지역과의 형평성을, 기획재정부는 막대한 재정 부담을 이유로 신중한 입장을 유지하고 있다. 결국 사업 자체가 장기간 표류할 가능성이 적지 않은 상황이다.

문제는 멈춰선 주민들의 시간이다. 사업이 지연되는 동안 예정지 주민들의 삶은 볼모로 잡혔다. 도로와 상수도 등 기반시설은 노후하고, 농민들은 영농 계획조차 제대로 세우지 못한다.

예정지 내 마을 진입로는 여전히 좁은 농로이고, 상당수 주민들은 가뭄 때면 물이 마르는 간이상수도에 의존해 생활한다.

과수 재배 농가들의 고민은 더욱 절박하다. 사과나무는 5~6년마다 품종을 갱신해야 경쟁력을 유지할 수 있다. 그러나 수천만 원의 비용을 들여 나무를 새로 심어야 할지, 언제 시작될지 모르는 공항 사업을 기다려야 할지 누구도 답을 주지 못한다.

주민들에게 가장 시급한 과제는 토지 보상과 이주 대책이다. 사업 추진 속도와 별개로 불확실성을 줄이고 최소한의 삶을 유지할 수 있도록 해달라는 것이다.

더불어 신공항 건설이 미뤄지더라도 공항경제권 조성 사업은 계속 돌아가야 한다. 대구시가 구상한 첨단산업단지와 스카이시티, 에너지복합단지 등의 신공항 경제권 구상은 단순한 개발 계획이 아니다.

대구의 산업 구조를 반도체, 미래차, UAM, 수소, 친환경소재, 미래 섬유 등 뿌리부터 전환하는 중대한 기반이다.

광역 교통망 구축 사업 역시 마찬가지다. 예비타당성조사 용역중인 신공항철도를 비롯해 예타를 통과한 구미~군위 고속도로, 중앙고속도로 확장 등도 꾸준히 속도를 내야 한다.

공항 하나만 바라보며 모든 사업을 멈춰 세울 것이 아니라, 지금 할 수 있는 사업부터 추진해야 한다. 교통망을 연결하고 산업 기반을 조성하며 기업 유치 환경을 만드는 일은 지금도 가능하다.

신공항은 결국 하나의 시설이 아니라 경제권 전체를 완성하는 마지막 퍼즐이어야 한다. 퍼즐 조각 하나가 늦어진다고 나머지 조각들까지 손 놓고 버려둘 순 없다.

김진열 군위군수는 "의성군과 연대해 정부에 사업 추진을 강하게 요구하겠다"고 했다. 주민 단체들도 다음 달부터 집회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기초단체와 주민들이 할 수 있는 일엔 한계가 있다. 대구시와 경북도, 지역 정치권은 공항이 마지막 퍼즐 조각이 될 수 있도록, 가장자리 조각부터 차근차근 맞추는 접근이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