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이란 종전 기대감…건설·항공 등 재건株 돈 몰린다

입력 2026-06-17 10:41: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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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이란 간 종전 합의…호르무즈 해협 재개방 가능성 확대
KRX 건설 지수 급등…대규모 수주 모멘텀 보유 대형 건설주↑
항공株도 '불기둥'…국제유가·환율 안정 따른 수익 안정 기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왼쪽)과 모즈타바 하메네이 이란 최고지도자. 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왼쪽)과 모즈타바 하메네이 이란 최고지도자. 연합뉴스

미국과 이란 간 종전 합의 기대감이 커지면서 국내 증시에서 이른바 '재건 수혜주'에 투자자들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전쟁 장기화 우려로 위축됐던 투자심리가 빠르게 회복되면서 건설·플랜트와 항공, 철강 업종을 중심으로 매수세가 유입되는 모습이다.

17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KRX 건설지수는 지난 10일부터 16일까지 일주일간 18.93% 상승했다. 이는 같은 기간 거래소가 산출하는 36개 KRX 산업지수 가운데 두 번째로 높은 상승률로, 지수 구성 종목 중 DL이앤씨(32.4%) 삼성E&A(27.6%) 현대건설(26.9%) GS건설(24.4%) 등이 일제히 급등했다.

앞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JD 밴스 부통령, 이란의 모하마드 바게르 갈리바프 국회의장은 15일(현지시간) 종전 양해각서(MOU)에 원격 서명했다고 미국 측이 밝혔다. 양국 대표단은 오는 19일 스위스 제네바에서 정식 서명식을 가질 예정이다.

증권가에선 중동 지역 지정학적 리스크 완화 기대감이 확산하고 있다. 특히 글로벌 원유 수송의 핵심 통로인 호르무즈 해협의 안정적 운영 가능성이 커지면서 유가와 환율 변동성이 완화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시장의 관심은 특히 전후 복구 과정에서 발생할 대규모 인프라 투자 수혜로 향하고 있다. 중동 지역은 국내 건설사들의 전통적인 해외 수주 시장인 만큼 재건 사업이 본격화할 경우 수혜 가능성이 크다는 분석이다.

실제로 미국·이란 종전 합의 소식이 전해진 지난 15일 삼성물산은 14% 넘게 급등했고 삼성E&A는 9% 이상 상승했다. DL이앤씨(6.90%)와 GS건설(5.03%), 대우건설(4.81%) 등도 일제히 강세를 보였다.

증권가에서는 과거 중동 플랜트와 에너지 시설 공사 경험이 풍부한 대형 건설사들이 수혜의 중심에 설 것으로 보고 있다.

대신증권은 삼성E&A가 중동 재건 사업과 신재생에너지 부문을 중심으로 업종 내 가장 강한 수주 모멘텀을 보유했다고 평가하며 목표주가 7만3000원을 신규 제시, 건설 업종 최선호주로 꼽았다.

이혜진 대신증권 연구원은 "삼성E&A는 중동·재건부터 액화천연가스(LNG)와 청정에너지를 비롯한 뉴에너지, 관계사 물량까지 풍부한 수주 모멘텀을 보유하고 있다"라며 "올해 연간 수주 전망치는 12조 원으로 제시했지만, 추가로 상향 조정할 가능성이 있다"라고 전망했다.

키움증권은 DL이앤씨를 약 450조 원 규모의 이란 재건 시장에서 최대 수혜를 누릴 건설사로 지목했다. DL이앤씨는 지난 1990년 이후 국내 건설사 중 이란에서 가장 많은 수주 기록을 보유하며 독보적인 현지 경쟁력을 구축해 왔다는 분석이다.

신대현 키움증권 연구원은 "이란은 주요 가스 생산 시설과 발전소, 송배전 시스템이 낡아 전력 부족과 석유화학 시설 노후화 문제를 동시에 겪고 있다"라며 "과거 경제 제재 해제 당시 외국 자본이 빠르게 유입된 전례를 볼 때 1990년 이후 이란에서 수주 1위를 달성한 DL이앤씨가 이번 제재 해제 국면에서도 가장 큰 수혜를 볼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밖에 현대건설과 삼성물산, 대우건설 등도 중동 지역에서 대형 프로젝트 수행 경험을 갖추고 있다.

건설 경기 회복 기대는 철강과 시멘트 등 건자재 업종에도 긍정적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도로와 항만, 발전소, 에너지 인프라 복구 과정에서 대규모 철강 수요가 발생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건설 업황과 밀접한 철강 업종 역시 후속 수혜주로 거론된다.

항공업종도 대표적인 종전 수혜주로 부상했다. 중동 정세 안정으로 국제유가가 하락할 경우 항공사의 최대 비용 항목인 유류비 부담이 줄어들 수 있기 때문이다.

대표적으로 대한항공은 종전 합의 기대감이 반영된 지난 15일 12% 넘게 급등했다. 제주항공은 20% 이상 상승했고, 진에어와 에어부산도 두 자릿수 상승률을 기록했다.

업계에서는 호르무즈 해협이 안정적으로 재개방될 경우 국제유가 하락뿐 아니라 항공유 가격 안정과 유류할증료 부담 완화 효과도 기대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여기에 원·달러 환율 안정까지 동반될 경우 항공사들의 수익성 개선 폭은 더 커질 수 있다는 평가다.

다만 전문가들은 재건 기대감이 단기적인 테마에 그치지 않기 위해서는 실제 발주와 수주 성과가 확인돼야 한다고 지적한다. 종전 이후 복구 사업 규모와 진행 속도, 국내 기업의 참여 여부가 향후 주가 흐름을 결정할 핵심 변수라는 분석이다.

허재준 삼성증권 선임연구원은 "종전과 유가 안정으로 중동 재건 수주가 기대된다"라면서도 "다만 건설업에 투자하더라도 기업별 실적 등을 고려해 선별적으로 관련 종목을 담을 필요가 있다"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