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속·증여 앞두고 주가 눌러도 세금은 30% 더 매긴다

입력 2026-08-03 18:00:00 수정 2026-08-03 19:01: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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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BR 업종 하위 25% 등 11개 업종, 6년6개월 평균가로 재평가
국세청 위원회 심의 거쳐 판단…자사주 과세는 자본거래로 일원

구윤철 부총리 겸 재정경제부 장관이 지난달 30일 세종시 정부세종청사 중앙동 브리핑룸에서 열린
구윤철 부총리 겸 재정경제부 장관이 지난달 30일 세종시 정부세종청사 중앙동 브리핑룸에서 열린 '2026년 세제개편안' 상세브리핑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2026.7.30. 재경부 제공

상속·증여를 앞두고 의도적으로 주가를 낮춰 세 부담을 줄이는 이른바 '주가 누르기'에 정부가 제동을 건다. 앞으로 주가를 인위적으로 떨어뜨린 것으로 판단되면 상속·증여세를 계산할 때 주식 가치를 최대 30% 높여 평가한다.

재정경제부는 3일 발표한 '2026년 세제개편안'에서 상장주식 평가 방식을 손질해 인위적인 주가 하락을 통한 세 부담 회피를 차단하겠다고 밝혔다.

그동안 상속·증여세는 일정 기간의 평균 주가를 기준으로 산정됐다. 이 때문에 최대주주가 상속이나 증여를 앞두고 중복상장이나 교환사채 발행 등 기업가치에 부정적 영향을 줄 수 있는 의사결정을 통해 주가를 의도적으로 낮춘 뒤 낮은 가격으로 세금을 부담한다는 지적이 꾸준히 제기돼 왔다.

정부는 앞으로 '주가 누르기'를 추정할 수 있는 요건을 법령에 명시한다. 먼저 장기간 주가순자산비율(PBR)이 업종 평균보다 현저히 낮은 저평가 기업이다. 최근 6년 동안 코스피는 업종별 하위 25%, 코스닥은 하위 10% 수준의 PBR을 유지한 기업이 대상이 된다.

조만희 재경부 세제실장은 "장기간 주가 누르기를 한 것으로 보는 업종은 11개 업종이 해당된다"며 "이는 앞서 금융위원회가 발표한 저PBR 기업 공표 제도의 기준을 그대로 반영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또 최근 1년 사이 중복상장이나 교환사채 발행 등 기업가치에 부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는 자본거래가 있었고, 최근 3년간 주가가 30% 이상 하락한 경우에도 주가 누르기로 추정할 수 있도록 했다.

조 실장은 "이 두 요건 중 하나에 해당하면 단기간에 주가를 누른 것으로 일단 추정한다"고 밝혔다.

요건에 해당하는 기업은 국세청 평가심의위원회 심의를 거쳐 '주가 누르기' 여부를 판단받는다. 고의성이 인정되면 현재 시가 대신 장기간 평균 주가를 적용해 주식 가치를 다시 평가한다.

저PBR 기업은 최근 6개월부터 6년 6개월간 종가 평균과 현행 평가금액의 130% 가운데 높은 금액을 과세 기준으로 적용한다. 사실상 과세 기준이 최소 30% 높아지는 셈이다. 최근 주가 급락 기업은 최근 6개월부터 3년간 종가 평균 가운데 가장 높은 가격을 적용한다.

다만 모든 저평가 기업이 일률적으로 불이익을 받는 것은 아니다. 납세자가 경영 환경 변화나 업황 악화 등 정상적인 사유로 주가가 하락했다는 점을 입증하면 현행 평가 방식을 그대로 적용받을 수 있다.

이번 개편안에는 자사주 과세 체계 정비도 포함됐다. 지난 3월 상법 개정으로 자기주식의 법적 성격이 자본으로 명확해진 데 맞춰 세법도 일원화한다. 내년부터 취득하는 자사주는 취득 목적과 관계없이 모두 의제배당 방식으로 과세하고, 법인이 자사주를 처분하면서 발생한 손익은 과세 대상에서 제외한다. 목적에 따라 달랐던 기존 과세 체계를 단순화해 예측 가능성을 높이겠다는 취지다.

다국적기업에 대한 과세 기준도 국제 기준에 맞춰 조정된다. 해외 자회사(CFC)의 실효세율이 일정 수준보다 낮으면 국내에서 추가 과세하는 현행 제도는 기준 세율을 기존 17.5%에서 15%로 낮춘다. 글로벌 최저한세 기준과 맞춰 이중 관리 부담을 줄이고 국내 기업의 납세 협력 비용도 완화하겠다는 것이 정부의 설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