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이스X 배정 X' 날벼락 맞은 미래에셋증권…고객 항의에 지점 PB들도 진땀

입력 2026-06-15 09:43: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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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에셋증권, 스페이스X 최종 배정 0주에 고객 전액 환불 처리
고객 항의 빗발쳐…대출 투자·환차손 피해에 PB들도 당혹
브랜드 신뢰 타격 우려 속 골드만삭스 횡포·당국 지적도

주말 내내 미래에셋증권 프라이빗뱅커(PB)들의 휴대전화가 쉴 새 없이 울렸다. 스페이스엑스(X) 공모주 청약에 참여했던 고객들이 "배정이 0주라니 무슨 소리냐"며 쏟아낸 항의 전화였다. 며칠 전까지 "스페이스X 공모주 투자가 가능한 국내 유일한 창구"라며 자신 있게 세일즈에 나섰던 일선 영업 현장은 하루아침에 진땀을 빼는 처지가 됐다.

15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미래에셋증권은 지난 5~10일 전문투자자로 등록된 개인과 법인·기관을 대상으로 스페이스X 공모 청약을 진행했다. 1·2차 청약은 각각 1~2분 만에 전량 소진될 만큼 열기가 뜨거웠다. 총 모집 금액은 5억달러(약 7624억원)에 달했다. 특히 자금 규모가 큰 고액 자산가들의 참여가 두드러졌다. 일반 투자자가 청약할 길이 제도적으로 막혀 있는 만큼 거액을 굴리는 고액자산가 고객들이 청약 수요의 대부분을 채웠다. 일부 고객은 대출을 일으켜 청약에 뛰어든 것으로 전해진다.

상장 직전 분위기는 급반전했다. 스페이스X가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에 제출한 투자설명서에는 미래에셋증권이 인수단으로 231만4815주(공모가 기준 약 3억1200만달러, 4700억원)를 인수하는 것으로 기재돼 있었다. 하지만 대표주관사인 골드만삭스와 모간스탠리가 최종 배정 단계에서 미래에셋증권에 판매 가능한 물량을 단 한 주도 배정하지 않았다. 미래에셋증권은 지난 12일 새벽 청약자 전원에게 증거금을 전액 환불했다.

후폭풍은 고스란히 일선 PB들의 몫이 됐다. 화려한 기업공개(IPO) 잔치 뒤에 남은 건 빈손으로 돌아선 고객과 그들을 달래야 하는 PB들의 긴 주말이었다. 쉬는 날에도 일부 본사 직원들과 PB들은 출근해 배정 무산의 정확한 사유를 파악하고 고객들에게 해명하느라 분주했다.

미래에셋증권 한 지점장은 "환불 소식에 고객 전화가 빗발치자 주말 아침부터 지점 PB들도 상황 파악을 위해 우왕좌왕했다"며 "본사에서 적극적으로 홍보했던 공모주 배정 얘기를 이제 와서 전부 빼야 하는 처지가 되면서 일선 지점에서도 민망한 상황이 됐다. 당한 본사 입장에서도 답답하겠지만 PB들로선 당장 나한테 항의하는 피해 입은 고객이 전부"라고 토로했다.

당장 고객을 어떻게 마주해야 할지 막막하다는 토로도 이어졌다.

관리 고객이 이번 공모주 청약에 참여한 PB는 "공시 자료까지 나온 걸 믿고 기다렸다가 청약한 고객들인데, 하루아침에 한 주도 못 받았다고 말을 바꾸게 됐다"며 "이런 일이 한 번 생기면 고객이 다음에 회사 상품을 권할 때 그대로 믿어주겠느냐. 신뢰가 무너지는 게 가장 우려스럽다"고 말했다. 그는 "대출까지 받아 청약한 고객도 있고, 환전 시점 기준으로 환차손까지 입은 고객도 있다. 이 고객들에게 어떻게 납득시킬지 솔직히 막막하다"고 덧붙였다.

후폭풍이 단순한 고객 항의에 그치지 않을 것이라는 우려도 나왔다. 또 다른 PB는 "아시아 첫 대형 딜을 선점했다는 상징적 효과가 하루아침에 사라졌다"며 "이 물량을 노리고 들어온 고액 자산가 자금이 증거금 환불과 함께 다시 빠져나가면 묶어두며 기대할 수 있었던 수익 기회도 함께 날아가는 셈"이라고 말했다.

무엇보다 회사 평판에 남을 흠집을 걱정하는 목소리가 컸다. 한 PB는 "초과 청약이 워낙 많이 몰리다 보니 미국 주관사들이 막판에 아시아 물량을 자기네 쪽으로 더 가져간 것 같다"면서도 "고객 입장에서는 결국 미래에셋을 믿고 맡겼다가 빈손이 된 것 아니냐"고 했다. 그러면서 "한 번 '믿었다가 당했다'는 인식이 박히면 다음에 아무리 좋은 상품을 들고 가도 고객은 선뜻 움직이지 않는다"며 "회사 신뢰가 두고두고 시험대에 오를 텐데 그게 더 걱정"이라고 우려했다.

다만 미배정 사실 자체는 위법으로 보기 어렵다. 미국 공모주 시장은 주관사 재량이 강한 구조다. 미래에셋증권은 "SEC 공시자료(S-1 및 투자설명서)에 기재된 미래에셋증권의 인수 수량은 인수단 참여에 따른 인수 비율을 의미하고 실제 투자자에게 판매 가능한 최종 물량 배정(Allocation)과는 구분된다"며 "실제 배정받는 물량은 대표주관사의 최종 재량에 따라 결정된다"고 설명했다. 전문·기관 투자자를 대상으로 했고 미배정 가능성도 사전 안내된 만큼 실제 피해 보상으로 이어질 가능성은 크지 않다는 게 업계의 대체적 시각이다. 금융감독원은 배정 무산의 배경과 과정을 들여다보기로 했다.

이번 사태를 미래에셋증권만의 책임으로 돌리기는 어렵다는 지적도 나온다. 실제로 일본 투자자들은 기관에 더해 개인까지 공격적으로 청약에 뛰어들어 예상 배정액의 7배가 넘는 22억달러를 받아간 반면 제도 미비로 개인 청약이 막힌 데다 원화 약세를 우려한 당국의 제동까지 겹치면서 청약 금액은 당초 대비 30% 줄어들었다.

대표 주관사인 골드만삭스를 향한 비판의 목소리도 제기된다. 미래에셋증권 한 PB는 "수요가 적었던 게 사실이라 해도 인수단 명단에 이름을 올리고 공시에까지 물량을 적어둔 곳을 마지막 순간에 빈손으로 돌려보낸 건 결이 다른 문제"라면서 "결국 한국 창구의 수요가 어느 정도인지 뻔히 알면서도 끝까지 끌고 가다 막판에 잘라낸 셈인데 통보 한 번 제대로 없었다. 이런 식이면 국내 증권사가 다음 글로벌 딜에서 또 인수단에 들어간들 고객 앞에서 무슨 말로 자신 있게 권하겠느냐"고 반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