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각과 전망-모현철] 정청래, 장동혁, 홍명보

입력 2026-06-14 18:49:31 수정 2026-06-14 18:5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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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현철 편집국 부국장
모현철 편집국 부국장

6·3 지방선거가 끝났지만 과거에는 목도하지 못했던 희한한 광경이 펼쳐지고 있다. 투표용지 부족 사태는 상상조차 하지 못했던 일이다. 선거관리위원회에 대한 공분(公憤)은 시간이 지날수록 활활 타오르고 있다. 모든 선거에는 승자와 패자가 있는데도 여야 모두 패배했다는 점도 생경하다.

패배한 선거에는 책임이 따르는 법이다. 당대표 책임론과 차기 당권을 둘러싸고 여야 정치권에서 내전이 격화하고 있다. 정청래 더불어민주당 대표와 장동혁 국민의힘 대표 모두 거취(去就) 압박에 시달리고 있다. 본래 선거가 끝나면 패배한 쪽 대표는 책임지고 물러나는 것이 정가의 법칙이었다. 양당 대표가 동시에 퇴진 압박을 받는 것은 한국 정치사에서 보기 힘들었던 풍경이다.

민주당은 광역단체장 선거에서 12대 4로 이겼지만 서울시장과 경남지사 등 핵심 승부처에서 패배하면서 목표(15대 1)에 미달했다. 국회의원 재·보궐선거 14곳 중 본래 13곳이 민주당 지역구였지만 9곳을 사수하는 데 그쳤다. 전국적인 관심이 쏠렸던 경기 평택을과 부산 북갑의 패배도 민주당에 뼈아팠다. 정청래 대표는 "국민은 영원하고 정권은 짧다"면서 억울함을 표현하고 있지만 대표직 유지의 명분으로선 약하다.

장동혁 국민의힘 대표도 웃을 수 없는 상황이다. 오세훈 서울시장이 역전승을 거뒀지만 선거 내내 장 대표와 거리두기를 한 덕분이라는 분석에 머쓱하기만 하다. 한동훈 전 대표의 부산 북갑 무소속 당선도 아쉬운 대목이다. 대구는 초반 열세를 딛고 지켜냈지만 민주당에 45.05%를 넘겨준 것은 국민의힘 자존심에 상처를 입힌 것이다. 장 대표는 사퇴 요구에 맞서 재선거 여론전으로 승부수(勝負手)를 띄우며 정면 돌파에 나섰다.

선거가 끝나자, 전 세계인의 축제인 2026 북중미 월드컵이 시작됐다. 정치는 축구와 비슷하다. 정해진 규칙 안에서 겨뤄야 하고, 승자와 패자도 생긴다. 정치와 축구는 둘 다 혼자 하는 게 아니다. 후보가 아무리 높은 지지를 받고 있어도 당이 제 구실을 못하면 선거에 지기 십상이다. 축구팀이 연습 때나 평가전에서 아무리 잘해도 실제 시합에서 이기지 못하면 아무도 알아주지 않는다. 정치인 개개인이 아무리 열심히 일해도 성과(成果)가 없으면 비판받을 수밖에 없는 것과 같다. 선거에서 이기지 못한다면 여론조사에서 앞서도 아무런 의미가 없는 것이다.

체코전에서 첫 승을 거둔 홍명보 한국 축구대표팀 감독은 그간의 비판 여론을 단숨에 잠재웠다. 홍 감독은 그동안 준비 과정에서 드러난 전술 부재, 경기 결과 등으로 팬들의 뭇매를 맞았다. 하지만 홍명보호는 보란 듯이 12일 멕시코 과달라하라 스타디움에서 열린 체코와의 조별리그 A조 1차전에서 2대 1로 역전승했다. 2010년 남아공 월드컵 이후 첫 1차전 승리다. 승리를 만든 작전 지시와 과감한 용병술(用兵術)에 외신들도 극찬했다. 한국은 이번 승리로 32강 토너먼트 진출의 5부 능선을 넘었다. 첫 단추를 멋지게 끼운 홍 감독이 다가올 멕시코전에서도 승리할 수 있을지 축구팬들의 관심이 크다.

거스 히딩크 감독은 2002년 월드컵 전 평가전에서 0대 5로 패배해 '오대영 감독'으로 조롱받았지만 '4강 신화'를 이뤄낸 명장(明匠)으로 남아 있다. 리더는 결과로 말하는 자리다. 당연히 모든 결과에는 책임이 따른다. 정 대표, 장 대표, 홍 감독이 어떤 리더로 기억될지는 자신들에게 달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