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천300년 전 신라 황룡사 9층 목탑 사리장엄의 비밀을 풀다

입력 2026-06-11 15:51:17 수정 2026-06-11 16:08:51
로봇
mWiz 이 기사 포인트

황룡사지 발굴 50주년 기념 특별전 '황룡사, 부처의 사리를 모시다-황용봉불(皇龍奉佛)' 12일부터 전시
목탑 아래 사리의 벽면· 바닥·돌 뚜껑 안쪽까지 모두 금동 판 장엄…하나의 거대한 사리함처럼 조성 확인
'황룡사 찰주본기' 금동 사리함에서 당대 장인 이름 확인

국립경주박물관 신명희 학예연구사(마이크 잡은 이)가 특별전
국립경주박물관 신명희 학예연구사(마이크 잡은 이)가 특별전 '황룡사, 부처의 사리를 모시다-황용봉불(皇龍奉佛)' 일반인 공개에 앞서 11일 언론인들에게 황룡사 목탑 내부의 사리함들과 장엄구의 주요 복원 분석 성과를 설명하고 있다. 김진만 기자

1천300년 전 신라 황룡사 9층 목탑에 모셔졌던 창건 당시 금동사리함과 탑 중수기록인 '황룡사 찰주본기'가 새겨진 금동사리함에서 그동안 알려지 않았던 숨은 비밀이 밝혀졌다.

황룡사 9층 목탑 아래 사리를 넣고 봉안한 사리의 벽면과 바닥, 돌 뚜껑 안쪽까지 모두 금동 판으로 장엄돼 하나의 거대한 사리함처럼 조성되었음을 확인했다.

또 경문왕 12년인 872년 이 탑을 중수한 기록인 '황룡사 찰주본기'가 새겨진 금동 사리함을 엑스(X)선 사진으로 확인한 결과, 뚜껑 안쪽에서 '金忠(김충),連長(연장), 淸宣(청선)'이라는 이름을, 바닥판으로 추정되는 조각에서는 '連昌(연창)'이라는 이름도 새롭게 찾았다. 이들은 당대 장인들의 이름으로 새롭게 판독된 것이다.

국립경주박물관은 황룡사지 발굴 50주년을 기념해 12일부터 열리는 특별전 '황룡사, 부처의 사리를 모시다-황용봉불(皇龍奉佛)'에 앞서 황룡사 목탑 내부의 사리함들과 장엄구의 주요 복원 분석 성과를 11일 언론공개회를 통해 밝혔다.

경주박물관은 이번 전시를 통해 최근의 조사와 연구 성과를 '9층 탑의 9가지 이야기'라는 주제로 소개한다.

황룡사 금동 팔각당형 사리기. 국립경주박물관 제공
황룡사 금동 팔각당형 사리기. 국립경주박물관 제공

눈길을 끄는 것은 사리를 봉안한 목탑 아래 사리공 내부에는 금동 판 4장을 세워 사방 벽면을 장엄했다. 각 판에는 2명의 신장상이 새겨진 금동판 4개를 붙여 모두 8명의 신장상이 사리를 둘러싸고 있는 형태다. 이 사리공 자체가 작은 사리함을 싸안는 또 하나의 큰 사리함이었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찰주본기' 기록에서 유리 사리병 받침으로 쓰인 '금은고좌'란 보물의 실체가 출토품 중 하나인 작은 연꽃받침이란 것도 성분 분석 비교를 통해 확정했다.

국립경주박물관 연구진은 '황룡사 찰주본기'가 새겨진 금동사리함에는 관료 20명과 승려 41명 등 61명의 이름과 소속 역할까지 자세히 기록을 하고 있다. 이번 조사 연구를 통해 금동 사리함 뚜껑 안쪽가 바닥편에서 그동안 확인을 하지 못했던 24글자를 새롭게 확인했다. 이 가운데 '金忠,連長, 淸宣,連昌' 등 당시의 승려와 장인으로 추정되는 12명의 이름을 새롭게 확인했다.

황룡사 찰주본기가 새겨진 금동 사리함의 바닥 판으로 추정되는 조각에서 새로 발견한 명문. 국립경주박물관 제공
황룡사 찰주본기가 새겨진 금동 사리함의 바닥 판으로 추정되는 조각에서 새로 발견한 명문. 국립경주박물관 제공

또 황룡사 목탑 사리공에는 '중화 3년(883)'이라는 중국 연호와 글자가 새겨진 사리기가 발견됐다. 1960년대 목탑 도굴 당시 털렸다가 회수된 이 사리기는 그동안 탑 안에 실제로 있었는지를 놓고 논란이 이어져 왔으나, 이번 조사를 통해 도난당했던 사리기 몸체가 사리공 수습 조사에서 나온 뚜껑과 서로 일치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이번 전시는 1960년대 황룡사 목탑 사리공 조사와 1976년부터 시작된 황룡사지 발굴조사에서 확인된 창건기와 중수기의 사리장엄구를 모두 한자리에서 비교할 수 있도록 구성했다.

황룡사 찰주본기가 새겨진 금동 사리함의 뚜껑 바깥면. 국립경주박물관 제공
황룡사 찰주본기가 새겨진 금동 사리함의 뚜껑 바깥면. 국립경주박물관 제공

황룡사 목탑 사리공에서 출토된 금동 사리함, '황룡사 찰주본기'가 새겨진 금동 사리함(보물), '중화 3년'이 새겨진 금동 사리기 등을 비롯해 통일신라 후기 사리장엄구를 대표하는 전(傳) 대구 동화사 비로암 삼층석탑 납석제 사리호(보물) 및 사리기, 합천 해인사 길상탑의 탑지석과 소탑 등 모두 117건 322점을 선보인다.

윤상덕 국립경주박물관장은 "이번 특별전이 황룡사지 발굴조사 50주년을 맞아 축적된 연구 성과를 국민과 공유하고, 황룡사 목탑에 담긴 신라인들의 염원과 불교문화를 새롭게 조명하는 계기가 되기를 기대한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