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읽남] 우리 가락은 어떻게 그루브를 얻었나 ③알고리즘, 우리 가락을 세계로 보내다

입력 2026-07-24 12: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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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TS(방탄소년단)
BTS(방탄소년단) 'LOVE YOURSELF 結 Answer'(2018) 음반
BTS(방탄소년단)
BTS(방탄소년단) 'LOVE YOURSELF 結 Answer'(2018) 앨범 표지

우리 가락과 흑인음악의 만남이 만든 결과물, 즉 음반은 주로 희귀 음반 수집가나 재즈 애호가, 국악 크로스오버에 관심 있는 이들이나 찾아 듣는 마니아적 영역에 가까웠다.

요즘 상황은 다르다. 우리 가락은 유튜브, 관광 홍보 영상, K팝 뮤직비디오, 글로벌 음원 플랫폼에 두루 진출해 있다.

여기선 흑인음악과의 결합만 있지 않다. 영역을 더 넓혔다. 2010년대부터 국악 크로스오버는 디스코, 뉴웨이브, 록, 댄스 그루브, 힙합, 트랩, 하우스의 감각을 흡수하며 사방팔방으로 뻗고 있다. 장르 구분은 느슨해졌지만, 몸을 움직이게 만드는 리듬의 힘은 더 강해졌다.

씽씽 미국투어 포스터. 뉴욕한국문화원
씽씽 미국투어 포스터. 뉴욕한국문화원

◆민요와 판소리, 밈이 되다

그러한 변화의 중요한 흐름으로 경기민요 이수자인 이희문이 이끈 밴드 '씽씽'이 있었다. 씽씽은 경기민요와 무속음악의 창법을 글램록, 디스코, 사이키델릭 록의 무대 감각과 결합했다. 소리꾼의 목소리는 그대로인데, 패션과 몸짓과 사운드는 몇 수 앞 미래를 걸었다. 씽씽 활동 종료 후 이희문은 전통의 전승과 실험을 오가는 광폭 행보를 보이고 있고, 추다혜는 사이키델릭 샤머닉 훵크 밴드 '추다혜차지스'를 꾸려 본격적으로 무가(무당이 굿할 때 부르는 노래)를 탐구 대상으로 삼았다.

씽씽이 보여준 흐름을 대중적으로 폭발시킨 곡은 씽씽 출신 장영규가 이끄는 밴드 '이날치'의 '범 내려온다'(2020)다. 판소리 수궁가의 한 대목을 소재로 쓴 이 곡은 뉴웨이브, 디스코, 록, 댄스 그루브가 섞인 얼터너티브 팝에 가깝다. 판소리를 설명의 대상에서 감각의 대상으로 바꿨다는 평가가 나온다. 장영규가 연주하는 베이스 라인을 중심으로 중독적인 반복이 진행되는 가운데 펼쳐지는 앰비규어스댄스컴퍼니의 춤이 유튜브로 확산, 사람들은 수궁가 내용은 잘 모르더라도 리듬에 먼저 반응했다.

Feel the Rhythm of Korea: SEOUL 영상에 이날치의
Feel the Rhythm of Korea: SEOUL 영상에 이날치의 '범 내려온다'가 흐르는 가운데 안무를 펼친 앰비규어스 댄스 컴퍼니. VISITKOREA 유튜브
이날치. 하이크
이날치. 하이크

◆K팝, 장단을 세계 팬덤으로

글로벌하게 몸집을 키운 K팝은 우리 가락을 좀 더 다채로운 리듬과 결합해 세계 팬덤의 언어로 옮기고 있다.

2010년대 들어 K팝의 영향력이 더욱 강해지면서 BTS(방탄소년단)의 'IDOL'(2018) 같은 사례가 나왔다. 남아공 하우스 계열 리듬인 gqom(곰)의 에너지와 한국 전통음악의 타악적 감각, 추임새, 시각 이미지를 혼합한 곡이다.

BTS 멤버 슈가의 또다른 활동명 Agust D의 '대취타'(2020)도 주목할 사례다. 우리 전통 군악 대취타를 샘플링해 트랩 비트와 랩을 결합했다. 궁궐, 왕, 칼, 행차, 군악의 이미지가 힙합의 권력 서사와 맞물린다.

스트레이 키즈의 '소리꾼'(2021)도 있다. 제목은 판소리 창자를 가리키는 말이면서, 소리를 잘 내는 사람이라는 의미다. 역시 젊은 세대가 열광하는 힙합과 트랩에 강한 브라스 사운드, 그리고 우리 전통 악기와 한국적 이미지를 결합했다.

BTS(방탄소년단)
BTS(방탄소년단) 'IDOL'(2018) 뮤직비디오. HYBE LABELS 유튜브
2019년 평창동계올림픽 폐막식 무대를 맡은 잠비나이. 연합뉴스
2019년 평창동계올림픽 폐막식 무대를 맡은 잠비나이. 연합뉴스
비아 트리오. 매일신문DB
비아 트리오. 매일신문DB
블랙스트링. 국립국악원
블랙스트링. 국립국악원
올해 107주년 3·1절 기념식에서 국악인 이윤아와 협업한 서도밴드. 서도밴드 인스타그램
올해 107주년 3·1절 기념식에서 국악인 이윤아와 협업한 서도밴드. 서도밴드 인스타그램

◆다채로운 현재화 작업

물론 이 흐름에 K팝 아이돌만 있는 건 아니다. 실은 아이돌과 유튜브 밈의 폭발 이전부터 다른 계보는 성과를 쌓아나가고 있었다.

대표적 사례가 2010년 데뷔한 '잠비나이'다. 피리·해금·거문고 등 국악기를 앞세운 잠비나이는 우리 가락의 긴장감과 포스트록·메탈의 폭발적 사운드를 결합했고, 2013년쯤부터 본격적인 세계투어에 나서며 해외 페스티벌과 월드뮤직·록 신에서 먼저 주목받았다. 씽씽과 이날치가 민요와 판소리를 그루브와 밈의 감각으로 대중화했다면, 잠비나이는 그보다 앞서 국악기가 세계의 록·포스트록 언어 안에서도 강력한 현재형 사운드가 될 수 있음을 입증했다.

2011년 세계적 권위를 자랑하는 영국 글래스톤베리 페스티벌에 한국 뮤지션 최초로 초청됐고 이후 꾸준히 유럽 등 해외 무대에 섰던 대구 지역 퓨전 클래식 그룹 '비아 트리오'가 서양악기와 국악기를 조합해 융합의 주 대상으로 삼은 게 아리랑을 비롯한 우리 전통 선율이다.

비아 트리오 음반. 황희진 기자
비아 트리오 음반. 황희진 기자

이후에도 여러 갈래의 실험이 이어졌다. '서도밴드'는 전통음악의 서사, 리듬, 멜로디를 팝과 결합한 일명 '조선팝'을 표방한다. 여성 2인조 그룹 '해파리'는 종묘제례악 같은 의례 음악을 앰비언트와 테크노의 감각으로 재조합했다. '블랙스트링'은 거문고와 대금, 타악, 기타를 통해 국악과 재즈 및 월드뮤직의 접점을 넓혔고, '동양고주파'는 양금·베이스·퍼커션이라는 색다른 편성으로 우리 가락을 다루는 인디 음악의 새 질감을 주조한다.

아이돌이 우리 가락을 세계 팬덤의 언어로 확산시켰다면, 이들은 록, 클럽, 페스티벌, 재즈 및 월드뮤직 신에서 우리 가락의 다채로운 현재형 문법을 작성 중이다.

이판근의 재즈, 데블스의 소울·훵크, 잠비나이의 포스트록·메탈, 씽씽과 이날치의 디스코·뉴웨이브 감각, BTS를 비롯한 젊은 음악인들의 다양한 시도와 만나면서, 우리 가락은 낡은 유물이 아닌 현재의 그루브로 울리고 있다. 그 울림은 유튜브와 글로벌 플랫폼의 알고리즘을 타고 사방팔방으로 퍼진다.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