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 쏠림 현상에 IPO 시장도 부진…올해 공모액 작년 대비 절반 '뚝'

입력 2026-06-08 10:17: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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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스피 랠리에도 IPO 시장 부진…상장 기업 수 급감
올해 상장 공모액 9800억 원…작년 대비 절반 수준
대어급 기업 줄줄이 상장 철회…6월도 '한파' 지속 전망

유진투자증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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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증시가 올해 들어 반등세를 기록하고 있지만, 기업공개(IPO) 시장은 좀처럼 온기를 되찾지 못하고 있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반도체 대형주 중심의 상승장이 이어지면서 투자자 자금이 특정 종목에 집중된 데다 대어급 기업들의 상장 연기와 철회가 잇따르면서 IPO 시장은 오히려 위축되는 모습이다.

8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올해 1월부터 이달 5일까지 국내 증시에 신규 상장한 14개 기업의 총 공모금액은 약 9800억 원으로 집계됐다. 이는 지난해 같은 기간 2조1200억 원과 비교하면 약 53.8% 감소한 규모로, 절반 이상 축소된 셈이다.

특히 코스피 시장의 부진이 두드러진다. 지난해에는 LG씨엔에스, 서울보증보험, 씨케이솔루션, 달바글로벌 등 4개 기업이 상반기 신규 상장하며 공모시장 성장을 견인했으나 올해는 인터넷전문은행 케이뱅크만이 코스피 입성에 성공하면서 상장 기업 수가 전년 대비 4분의 1 수준으로 줄었다.

월별 기준으로도 상황은 좋지 않다. 유진투자증권에 따르면 지난 5월 IPO 공모금액은 775억 원으로 역대 5월 평균 공모금액인 5842억 원의 13.2% 수준에 불과했다. 통상 2분기는 IPO 시장이 본격적으로 활기를 찾기 시작하는 시기로 꼽히지만, 올해는 예년 대비 부진한 흐름이 이어지고 있다.

시장에서는 최근 증시 자금이 반도체 대형주로 과도하게 집중된 점을 IPO 시장 부진의 가장 큰 원인으로 꼽는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를 중심으로 한 반도체 업종이 올해 코스피 상승세를 주도하는 가운데 인공지능(AI) 인프라 투자 확대 기대감까지 더해지면서 투자자들의 관심은 신규 상장 기업보다 이미 검증된 대형 기술주에 집중되고 있다는 분석이다.

IPO 시장을 이끌 만한 대어급 기업이 부족한 점도 시장 침체를 심화시키고 있다. 통상 공모 규모 수천억 원 이상의 대형 딜이 시장 분위기를 끌어올리는 역할을 하지만 올해는 이 같은 역할을 할 기업들이 잇달아 상장 계획을 미루거나 철회했다.

한 IPO 관계자는 "최근과 같은 반도체 쏠림 현상이 심한 시장에선 기업들이 기업가치 산정 부담과 투자심리 악화를 이유로 상장을 피하고자 한다"라며 "실제로 지난해까지만 해도 상장을 검토하던 기업들 상당수가 현재는 시장 상황을 관망하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금융당국의 중복상장 규제 강화 기조도 IPO 시장에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치고 있다.

금융당국은 물적분할 등 '기업 쪼개기 후 추가 상장'으로 모회사 주주들의 주주권이 훼손되는 걸 막겠다는 취지로 심사 기준을 강화하고 있다. 그러나 이로 인해 대기업 계열사의 상장 문턱이 지나치게 높아지면서 과거 IPO 시장의 주요 공급원이었던 기업집단 계열사 상장이 줄어드는 결과로 이어지고 있다는 분석이다.

실제로 올해 초 LS그룹의 미국 계열사인 에식스솔루션즈가 중복상장 논란 속에 상장 예비심사를 자진 철회한 바 있다. 이밖에 SK에코플랜트, 한화에너지, CJ올리브영 등이 중복상장 이슈로 상장 시점을 조정하거나 재검토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또 다른 IPO 관계자는 "중복상장 규제 강화가 장기적으로는 자본시장 신뢰도를 높이는 데 기여할 것"이라면서도 "다만 단기적으로는 대형 IPO가 줄어드는 것이 불가피하다"라고 분석했다.

유진투자증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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증권가에선 6월에도 IPO 시장의 부진이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고 보고 있다. 통상 6월은 상반기 실적을 앞두고 공모 일정이 집중되는 시기지만 올해는 신규 상장 예정 기업 수 자체가 크게 줄어들었기 때문이다.

실제로 유진투자증권에 따르면 이달 상장을 목표로 하는 기업은 5~6개 수준에 불과, 과거 동월 평균(11개) 대비 크게 낮은 상황이다.

박종선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IPO 시장은 지난달에 이어 6월에도 여전히 부진하며 관망세를 지속할 것"이라며 "예상 공모금액은 1500~2000억 원, 시가총액은 1조1000억~1조2500억 원 수준으로, 역대 동월 평균 대비 크게 낮은 수준을 보일 것으로 예상된다"라고 말했다.

강영훈 삼성증권 연구원은 "현재 IPO 시장은 투자심리 부진보다 공급 부족 성격이 더 강하다"라며 "시장 내 대기 유동성은 풍부한 반면 대어급 공모주와 신규 상장 종목 수는 줄어들면서 자금이 코스닥 중소형 공모주로 집중되고 있다"라고 분석했다.

강 연구원은 이어 "대기업 자회사들의 IPO 추진이 중복상장 논란으로 발목이 잡힌 상황"이라며 "공모 시장의 절대적 파이를 키우기 위해서는 무신사·구다이글로벌·메가존클라우드 등 독립적 지배구조를 가진 대형 유니콘 기업들의 코스피 상장 추진이 환기돼야 하는 시점"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