젠슨 황, 엔씨·크래프톤 경영진과 잇달아 회동
게임사가 구축한 가상세계, 피지컬 AI 학습장 부상
게임주 아닌 AI주 관점의 재평가 가능성
젠슨 황 엔비디아(NVIDIA) 최고경영자(CEO)가 엔씨소프트와 크래프톤 경영진을 잇달아 만나면서 게임업계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생성형 AI를 넘어 로봇과 자율주행으로 대표되는 '피지컬 AI' 시대가 본격화되면서 게임사의 역할도 달라지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8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오전 9시 35분 기준 NC(-3.02%)와 크래프톤(-1.75%)은 장 초반 나란히 약세를 보이고 있다. 국내 증시는 서킷브레이커가 발동될 정도로 급락하며 대부분 업종이 약세를 보였고 게임주도 예외는 아니었다.
과거 엔비디아와 게임사의 관계는 그래픽카드와 게임 생태계 중심이었다. 고사양 게임이 늘어날수록 GPU 수요가 증가했고 게임사는 엔비디아의 핵심 고객이었다.
하지만 생성형 AI를 넘어 피지컬 AI 시대가 열리면서 게임사를 바라보는 시선도 달라지고 있다. 엔비디아가 게임사에 주목하는 배경으로는 '가상 세계'가 꼽힌다. 로봇과 자율주행 시스템은 실제 환경에 투입되기 전 가상 공간에서 수많은 학습 과정을 거쳐야 하는데 게임사가 구축해온 3D 환경과 물리 엔진 기술이 활용될 수 있기 때문이다.
엔씨와 크래프톤은 단순 게임 개발사를 넘어 AI 기업으로 변신을 시도하고 있다. 두 회사 모두 생성형 AI를 넘어 로봇과 자율주행 등 피지컬 AI 영역으로 사업 범위를 넓히고 있다는 공통점을 갖고 있다.
엔씨는 올해 AI 전문기업 엔씨AI(NC AI)를 분사하고 자체 거대언어모델(LLM) '바르코(VARCO)'를 기반으로 멀티모달 AI 사업을 확대하고 있다. 정부의 독자 AI 파운데이션 모델 사업에도 참여하며 산업용 AI 시장 진출에도 나서고 있다.
피지컬 AI 분야에서도 움직임이 활발하다. 현대로템과 함께 국방 분야 연구개발을 진행하고 있으며 포스코DX와는 디지털 트윈 기반 로봇 파운데이션 모델 공동 개발에 나서고 있다. K-피지컬 AI 얼라이언스에도 참여하며 로봇과 산업 AI 분야로 영역을 넓히고 있다.
크래프톤 역시 AI 투자 확대에 속도를 내고 있다. 엔비디아와 공동 개발한 AI NPC 기술을 공개하며 게임 내 생성형 AI 적용에 나서고 있으며 자체 AI 모델 개발도 진행 중이다. 지난해에는 GPU 클러스터 구축을 위해 1000억원 규모 투자 계획을 발표하기도 했다.
최근에는 자율주행과 피지컬 AI 분야로도 보폭을 넓히고 있다. 쏘카에 650억원 규모 유상증자 방식으로 투자했고 자회사 에이팩스 모빌리티에도 750억원을 직접 투자했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와는 피지컬 AI 기술 공동 개발과 합작법인 설립을 추진하고 있다.
이 같은 변화는 게임산업의 역할 변화와도 맞물린다. 피지컬 AI는 로봇과 자율주행차가 현실 세계를 인식하고 판단한 뒤 실제 행동까지 수행하는 기술이다. 이를 위해서는 현실과 유사한 환경에서 반복 학습이 필요한데 게임산업이 강점을 가진 분야다.
특히 MMORPG와 오픈월드 게임에는 이용자의 이동과 협업, 전투, 의사결정 과정이 담긴 방대한 데이터가 축적돼 있다. 업계에서는 게임사가 구축한 가상 세계가 피지컬 AI의 학습장 역할을 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과거 게임주의 투자 포인트가 신작 흥행 여부에 집중됐다면 최근에는 AI 인프라와 피지컬 AI 사업 확장 가능성까지 기업가치 평가 요소로 부상하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엔비디아가 엔씨와 크래프톤을 찾은 이유 역시 이 같은 변화와 무관하지 않다는 평가다.
김지현 신영증권 연구원은 "게임은 단순 콘텐츠 산업이 아니라 현실 세계를 가장 효율적으로 시뮬레이션할 수 있는 산업"이라며 "피지컬 AI 시대에서 게임 산업의 가치는 단순 콘텐츠 제작을 넘어 피지컬 AI 학습을 위한 인프라 산업으로 확장될 가능성이 높다"고 분석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