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는 서남권 밀고, 기업은 구미를 택했다… 엇갈린 반도체 투자

입력 2026-07-23 16:43: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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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수도권·서남권 집중 속 현장 기업들은 '실질 적지' 구미 선택
㈜월덱스, 2천600억 대규모 투자 MOU… 민선 9기 첫 반도체 포문
민선 8기 3조 잇는 연쇄 투자… 전력·용수·부지 갖춘 대체불가 거점

23일 구미시청에서 열린 투자양해각서 체결식에서 주요 참석자들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왼쪽부터 양금희 경북도 경제부지사, 배종식 월덱스 대표이사, 김장호 구미시장, 강승수 구미시의회 의장. 구미시 제공
23일 구미시청에서 열린 투자양해각서 체결식에서 주요 참석자들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왼쪽부터 양금희 경북도 경제부지사, 배종식 월덱스 대표이사, 김장호 구미시장, 강승수 구미시의회 의장. 구미시 제공

정부가 수도권·서남권 중심의 반도체 메가 팹 클러스터 구상을 밀어붙이고 있지만, 정작 반도체 생산의 '혈맥과 뼈대'를 책임지는 소재·부품·장비 기업들의 대규모 투자는 경북 구미로 집중되는 흐름이 뚜렷해지고 있다.

경북도와 구미시는 23일 구미시청에서 반도체 소재·부품 기업 월덱스와 2천600억원 규모 투자양해각서를 체결했다. 민선 9기 출범 이후 반도체 소재 분야 첫 대규모 투자다. 월덱스는 2030년까지 구미 국가5산업단지 하이테크밸리에 반도체 에칭 공정용 실리콘 파츠 생산 공장을 신설하고 370명 이상을 신규 채용할 계획이다.

이번 투자는 단일 사례에 그치지 않는다. 구미는 민선 8기 이후 SK실트론 1조2천360억원, LG이노텍 2조원, CMTX 752억원 등 주요 소부장 기업으로부터 3조원 이상의 투자를 유치했다. 지역 기반 기업인 월덱스의 재투자까지 이어지며 구미가 반도체 소부장 공급망의 핵심 거점으로 자리 잡았다는 평가가 나온다.

산업계에서는 정부의 서남권 메가 팹 전략에 대해 실효성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반도체 생산은 첨단 장비뿐 아니라 소재·부품 공급망이 적시에 작동해야 수율이 유지된다. 공급망이 흔들리면 대규모 팹도 정상 가동이 어렵다는 지적이다.

입지 여건에서도 차이가 뚜렷하다. 수도권과 서남권은 송전선로 갈등, 공업용수 확보 문제 등 인프라 병목이 지속되는 반면, 구미는 낙동강 수계 기반의 안정적 용수와 전력망, 즉시 활용 가능한 산업단지를 갖추고 있다.

김장호 구미시장은 "서남권 반도체 팹 투자 발표 속에서도 월덱스가 구미를 선택한 것은 산업 최적지가 어디인지 보여준다"며 "기업이 안심하고 투자할 수 있도록 행정과 재정 지원을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지역 경제계 관계자는 "소부장 기업의 자발적 투자가 이어지는 구미 반도체 특화단지에 세제 지원과 연구개발 예산을 확대하고 신공항 연계 물류망을 조기 구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