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절클리닉] 당연함의 소중함

입력 2026-06-03 06:3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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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 올골은병원 우동화 병원장
대구 올골은병원 우동화 병원장

매달 한 번, 병원 진료실이 아닌 다른 곳에서 환자를 만난다. 대구 중구에 위치하고 있는 '성심복지의원'이다. 이곳은 형편이 어려운 환자를 치료하기 위해 자발적으로 모인 의사들과 약사들 그리고 여러 학생들이 자원봉사를 하며 꾸려 나가는 곳이다.

형광등 불빛 아래 차례를 기다리는 분들을 보면서 늘 같은 생각을 해본다. 무릎이 이렇게 되도록 왜 진작 오지 않으셨을까. 그런데 이유는 항상 같았다. 올 수가 없었던 것이다. 이 무료 진료를 시작한 것이 벌써 20년이 됐다. 처음에는 단순한 마음이었다. 내가 할 수 있는 것을 해드려 보자. 그런데 20년이 지난 지금, 이분들이 나에게 해준 것이 너무 많다. 많은 것을 보고 느끼고 그분들과 같이 나이가 들어가는 소중한 시간이다.

한 어르신이 진료를 마치고 나서 조용히 말씀하셨다. "선생님, 이렇게 걷는 게 편한 게 참 오랜만이에요." 짧은 한마디였지만 그 말이 오래 남았다. 이분은 수 년째 무릎 통증으로 잠을 이루지 못하면서도 병원을 찾지 못했다. 어디에 가야 하는지, 어떻게 해야 하는지를 몰라서였다.

무릎 통증은 조용히 사람을 힘들게 한다. 처음에는 계단이 불편하고, 다음에는 장보러 가기가 힘들고, 결국에는 밖에 나가는 것 자체를 포기하게 된다. 이 과정이 몇 년에 걸쳐 서서히 진행되기 때문에 정작 본인은 얼마나 나빠졌는지 모르는 경우가 많다.

인공관절 수술은 말기 관절염 환자에게 통증을 없애고 일상을 되돌려주는 훌륭한 치료법이다. 그러나 모든 수술이 완벽할 수는 없다. 간혹 처음 수술 후 통증이 지속되거나, 불편함이 남거나, 더 심한 경우 감염이나 삽입물 문제로 재수술이 필요한 경우가 생긴다. 이때 재치환술(재수술)을 하게 되는데, 재치환술은 일반 인공관절 수술보다 훨씬 복잡하고 어렵다. 한번 수술한 자리를 다시 절개해야 하고, 뼈 손실이 동반되는 경우도 많으며, 인대 등 여러 연부조직을 적절하게 처리해 관절 기능을 오랫동안 유지할 수 있도록 하는 세심한 술기가 필요하다. 특히 뼈 손실의 정도를 정확히 파악하고 그에 맞는 보강재를 선택하는 것, 관절의 균형을 다시 맞추는 것이 핵심이다. 처음 수술보다 훨씬 까다로운 조건 속에서 더 좋은 결과를 내야 하는, 어렵고도 중요한 수술이다.

무료 진료 현장에서도 수술을 받았지만 여전히 불편하다며 오시는 분들을 종종 만난다. 이분들을 보면서 처음 수술만큼이나 이후 관리와 재수술 체계가 얼마나 중요한지 다시 한번 깨닫게 된다.

정형외과 의사로 살아오면서 늘 되새기는 것이 있다. 의술은 지식과 술기만으로 완성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증상에서 보이지 않는 사람을 알아야 제대로 일 것 같다는 생각을 요즘 들어 자주 한다. 매달 성심복지의원을 찾는 이유도 거기에 있다.

오늘도 그분들을 만나러 간다. 대단한 무엇을 펼치러 가는 것이 아니다. 그냥 무릎을 한번 제대로 봐드리러 가는 것이다. 그것만으로도 충분히 달라질 수 있다는 것을, 20년이 가르쳐 주었다.

걷는 것, 계단을 오르는 것, 장을 보고 편안하게 친구를 만나는 것. 누군가에게는 당연한 일상이 누군가에게는 간절한 소망이다. 갈 때보다 나올 때 나의 존재가치를 가르쳐 주는, 당연함의 소중함을 잊지 않게 해주는 복지의원으로 향한다.

대구 올곧은병원 우동화 병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