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대통령이 호남에만 반도체 공장을 짓는 것은 정치 행위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각각 400조원씩 투자해 반도체 팹(fab·공장)을 만들어 수급 부족을 대비하는 건 경제 논리다. 이 대통령은 반도체 공장 유치를 위해 목을 매는 여타 지방 정부에 눈길조차 주지 않았다. 공모 절차도 밟지 않고 광주를 콕 찍어 800조원 투자를 발표했다. 이를 "호남에 대한 역사적 보상"이라고 했다. 정무적 판단에 따른 결정임을 인정했다. 대기업을 압박해 국가 1년 예산보다 큰 금액을 특정 지역에 쏟아붓는 배경을 한마디로 퉁치는 건 여타 지방 정부는 받아들이기 어렵다.
주변에서는 미래의 정치 지형을 고려한 계산된 투자라는 분석을 한다. 800조원을 투입해 팹 4기 건립에 따른 유입 인구를 분석하면 문제의식이 선명해진다. 국책연구기관이 내놓은 자료는 아직 없다. 전문가들의 분석을 보면 대략적인 수치가 나온다. 직접 고용과 협력 업체·장비·소재·물류 등 간접 고용, 지역 서비스업 추가 고용 등 30만~50만 명 정도의 인구 유입이 가능하다고 분석한다. 공장 자동화 수준, 협력 업체의 지역 정착 정도, 주거·교통 인프라, 정부 정책 등에 따라 인구 유입 규모는 크게 달라질 수 있다. 반도체 생태계가 제대로 자리를 잡을 경우 100만 명이 넘는 인구가 유입될 것이라는 장밋빛 전망도 나온다. 호남에 젊은 층을 중심으로 한 새로운 타운이 생기는 건 현실이 될 전망이다.
한국 정치는 좌파와 우파가 치열한 진영 싸움을 벌이고 있다. 국회의원 선거는 수도권 싸움이 중요하다. 다수당이 되려면 수도권에서 반드시 이겨야 한다. 영남과 호남은 승패에 크게 영향을 주지 못한다. 현재 더불어민주당이 압도적 다수당이 된 데는 수도권의 압승이 배경이다. 대통령 선거는 메커니즘이 다르다. 영남과 호남 간 싸움이 주축이다. 최근 수도권 민심이 중요한 변수로 등장했지만 전통적으로 영호남 간 경쟁이었다. 역대 대통령의 출신을 보면 대부분 영남이다. 우파는 영남의 지지를 받거나, 영남 출신이 대통령 후보가 됐다. 좌파 진영이 배출한 대통령 DJ(김대중 전 대통령)를 제외하고 모두 영남 출신이다.
21대 대선의 경우 영남(대구·경북, 부산·울산·경남)과 호남(광주·전남·전북) 간 유권자 수를 보면 TK 420만 명, 부·울·경이 650만 명이 넘는다. 호남은 420만여 명에 불과하다. 영남과 호남 간 유권자 수를 단순 비교하면 승패의 결과는 뻔하다. 득표수를 분석하면 전혀 다른 결과가 나온다. 영남과 호남에서 얻은 득표수를 합치면 이재명 대통령은 572만여 표를, 김문수 후보는 521만여 표를 얻었다. 이 대통령이 앞선 이유는 호남에서 열렬한 지지를 얻었고, 부울경에서 10명 중 4명 이상의 표를 얻어서다.
반도체 공장으로 호남에 생길 50만 명 도시의 유권자는 좌파 진영 지지자가 될 가능성이 높다. 박은식 호남대안포럼 대표는 호남에서 다른 목소리는 '이단'으로 취급받으며 침묵을 강요받는다고 했다. 대통령 선거에서 좌파와 우파 간 득표율 차이는 1~2% 안팎이다. 지난 대선에서 이재명 대통령은 49.42%, 김문수+이준석은 49.49%였다. 앞선 20대 대선은 두 후보 간 격차가 불과 0.73%포인트에 불과했다. 천당과 지옥이 갈리는 대통령 선거에서 50만 명 도시를 품은 진영은 상대의 목을 겨냥한 날카로운 무기를 가슴에 품고 있는 것과 같다.
이재명 대통령은 최근 "구조적 다수"라는 말을 했다. 반도체 팹 공장 건설이 대통령 선거를 겨냥해 좌파가 구조적 다수가 되기 위한 고도의 전략적인 판단이라는 의구심을 지우기 어렵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