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영우 박영우안과동물병원 원장
동물들의 눈을 진료하면서 보호자들에게 가장 많이 듣는 질문 중 하나가 "우리 강아지가 눈이 안 좋은 걸 어떻게 알 수 있나요?"라는 것이다. 당연한 이야기 같지만 가장 중요한 것은 반려동물을 관심과 사랑을 가지고 잘 관찰하는 것이다. 우리는 하루에도 몇 번씩 반려동물의 얼굴을 마주한다. 그렇다면 어떤 변화가 나타날 때 눈에 문제가 생겼다고 의심해야 할까.
가장 먼저 살펴볼 것은 눈물과 눈곱의 변화다. 이를 알아차리려면 평소 건강할 때 어느 정도 눈물과 눈곱이 있었는지 알고 있어야 한다. 한쪽 눈에만 문제가 있다면 반대쪽과 비교할 수 있지만 양쪽 눈 모두 이상하다면 평소 상태가 중요한 기준이 되기 때문이다.
눈물이 갑자기 많아졌다면 각막에 상처가 생겼거나 눈 안에 염증이 발생하는 등 통증이나 자극이 있다는 신호일 수 있다. 눈곱이 늘어나는 것은 눈 표면의 염증과 관련되는 경우가 많다. 감염성 질환이나 건성각결막염, 사람으로 치면 안구건조증 등이 대표적이다. 특히 눈곱이 노랗거나 녹색으로 변했다면 염증이 심하다는 신호일 수 있으므로 가능한 한 빨리 동물병원에서 진료받는 것이 좋다.
두 번째는 충혈이다. 눈의 흰자위와 눈꺼풀 안쪽의 얇은 막인 결막 주변 혈관이 붉게 보이는 증상이다. "산책하고 오면 눈이 충혈되는데 집에서 조금 쉬면 괜찮아진다"고 이야기하는 보호자들이 있다. 이렇게 일시적으로 나타났다가 금방 사라지는 충혈은 눈의 질환보다는 생리적인 반응일 가능성이 있다.
문제는 충혈이 지속될 때다. 흔히 충혈을 보면 결막염부터 생각하지만 '충혈이 있으니 결막염'이라고 단정할 수는 없다. 충혈은 결막염뿐 아니라 안검염, 각막궤양, 포도막염, 녹내장 등 여러 안과 질환에서 나타날 수 있는 하나의 증상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충혈이 계속된다면 정확한 원인을 찾아 치료해야 한다.
눈을 작게 뜨거나 자주 깜빡이는 행동도 중요한 신호다. 심하면 아예 눈을 감고 뜨려고 하지 않는다. 대부분 눈에 자극이나 통증이 있다는 뜻이며 눈이나 눈꺼풀, 제3안검, 결막 등 주변 조직에 염증이 동반된 경우가 많다.
잠시 눈을 비빈 뒤 이런 행동을 보이다 곧 정상으로 돌아온다면 크게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 하지만 계속해서 눈을 제대로 뜨지 못한다면 눈 상태가 상당히 좋지 않을 수도 있다. 이때는 눈을 비벼 상태가 악화되는 것을 막기 위해 넥카라를 착용시키고 가능한 한 빨리 진료받는 것이 좋다.
눈 색깔의 변화도 놓쳐서는 안 된다. 가장 흔하게 발견하는 것은 눈이 뿌옇거나 하얗게 보이는 경우지만 질환에 따라 빨갛거나 검게 변하기도 한다.
보호자들은 강아지 눈이 하얗게 보이면 흔히 "백내장이 생겼다"고 생각한다. 실제 동공 안쪽이 하얗게 보인다면 백내장 가능성을 생각할 수 있지만 보호자가 육안만으로 혼탁이 어느 부위에 생겼는지 판단하기는 쉽지 않다. 검사해 보면 수정체가 아닌 각막이나 앞방에 이상이 발견되는 경우도 적지 않다.
특히 개는 홍채가 갈색인 경우가 많아 각막에 갈색이나 검은색 변화가 조금 생겨도 알아차리기 어렵다. 반대로 평소보다 눈이 유난히 검게 보인다면 각막이나 앞방 등에 이상이 생겼을 가능성도 생각해야 한다. 눈 자체가 빨갛게 변하는 경우 역시 투명한 조직에 혈관이 늘어나거나 출혈이 생긴 것일 수 있다. 이런 변화들은 심각한 안과 질환과 연관될 수 있으므로 반드시 진료를 받아보는 것이 좋다.
마지막은 시력의 변화다. 동물에게 사람처럼 "잘 보이느냐"고 물어볼 수 없기 때문에 시력 저하를 알아차리는 것은 동물 안과 진료를 거의 20년 해온 나에게도 어려운 부분이다. 미세한 시력 변화는 보호자도 눈치채지 못하고 지나갈 수 있다.
하지만 시력이 크게 떨어지거나 실명에 가까워지면 행동에 변화가 나타난다. 가장 흔한 것은 여기저기 부딪치는 것이다. 시력이 서서히 나빠진 동물은 익숙한 집에서는 별문제 없이 생활하기도 하지만 낯선 곳에 가면 물건이나 벽에 부딪친다. 반면 시력이 갑자기 떨어지면 익숙한 장소에서도 움직임이 달라질 수 있다.
먹을 것을 눈으로 찾지 못하고 냄새에 의존하거나, 간식이나 장난감을 던져도 찾지 못하는 모습 역시 시력 이상을 의심할 수 있는 행동이다. 낮에는 괜찮은 것 같은데 어두워지면 움직이기 힘들어하거나 계단을 내려갈 때 주저하고, 도로 경계석 등에 자주 부딪치는 등 특정 상황에서만 이상이 나타나기도 한다.
반려동물의 눈 질환을 일찍 발견하는 데 특별한 장비가 필요한 것은 아니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보호자의 관심이다. 평소보다 눈물이 많지는 않은지, 눈곱의 색이 달라지지는 않았는지, 충혈이 계속되지는 않는지, 눈을 제대로 뜨는지, 눈 색깔이나 행동에 변화가 없는지를 살펴보는 것만으로도 많은 이상을 조기에 발견할 수 있다.
개와 고양이는 아프다고 말할 수 없다. 대신 몸과 행동으로 끊임없이 신호를 보낸다. 가족의 일원인 반려동물에게 애정과 관심을 가지고 눈뿐만 아니라 평소 건강 상태의 작은 변화까지 살펴보는 것이 질환을 일찍 발견하는 가장 좋은 방법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