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환 시점 이르면 내년으로 보는 이재명 정부
전환 조건 달성 시점 29년 1분기로 본 미군
정치적 편의주의가 전환 조건 앞질러선 안돼
중국, 러시아를 독자적으로 상대할 수 있나
전시작전통제권(전작권) 전환이 내일 되더라도 문제없다는 이재명 정부의 낙관론에 미국이 거리를 두는 분위기가 감지되고 있다. 국방비 확보 등에서 동맹국의 모범이라 소개했지만, 전작권 전환의 충분조건으로 보는 데 동의할 수 있는지는 의문스럽다는 것이다. 확대 해석을 경계해야 한다는 지적에 힘이 실리는 가운데 전작권 전환 속도전에 신중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전작권 전환, 속도내는 정부
이재명 정부는 한국의 조속한 전작권 전환 의지를 미국이 긍정적으로 평가하는 것으로 받아들이고 있다. 피트 헤그세스 미 전쟁장관은 지난달 30일(현지시간) 싱가포르에서 열린 제23차 아시아안보회의(샹그릴라 대화)에서 동맹국에 국방비 증액을 촉구하면서 우리나라를 수범사례로 언급했다. 국내총생산(GDP)의 3.5%까지 국방비를 늘리기로 약속한 한국을 가리켜 "한국 같은 동맹국이 군 작전 통제권을 더 신속히 주도하는 것은 활력소(Breath of fresh air)가 된다"고 밝혔다.
호의적인 표현들은 이어졌다. 그는 "미국은 한국이 전작권 전환을 원한다는 사실을 환영한다"며 "이는 향후 한반도에서 한미 양국 모두에게 더 많은 선택지를 제공할 것이며 이는 매우 좋은 일"이라고 했다.
전작권 전환을 서두르는 우리 정부가 듣고 싶어 했던 말이다. 임기 중 전작권 전환을 마무리하려는 강한 의지를 드러낸 것은 물론이요, 전환 시점을 이르면 내년으로 보고 있는 우리 정부다. 헤그세스 장관은 "우리는 그런 움직임을 계속 장려하고 싶다"고 덧붙였다. 우리 정부가 전환 조건을 조기 달성한 것으로 한껏 고무될 만한 발언이었다.
미 상·하원 대표단을 잇따라 만났던 안규백 국방부장관의 설명도 다르지 않았다. 그는 "내일 전작권이 전환되더라도 아무 어려움이 없다는 취지와 내용을 미 의원들에게 풍성하게 전달했다"며 "한미 양국이 2020년에 전작권 전환 조건의 94%가 이미 충족됐다고 합의한 것을 비롯해, 우리의 능력에 대해 충분히 설명했다"고 전했다. 하지만 6년 전 상황은 지금과 다르다.
◆정치적 결심사항 맞나
무엇보다 미국의 입장과 차이가 있다. 주한미군은 전작권 전환 조건의 달성 시점을 이르면 2029년 1분기로 본다. 2년 남짓의 차이가 생긴다. 핵심은 따로 있다. 여러 상찬을 쏟아냈던 헤그세스 장관도 미군 작전 계획과의 균형을 강조했다는 점을 간과할 수 없다.
그는 "미군의 작전 계획과 미군 장병들이 수십 년간 지녀온 책임이 존중되는 지점에서 '균형'(balance)을 찾아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전작권 전환 자체를 반대하진 않되 '적절하다고 판단되는 시기'를 찾아야 한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최전방에서 북한과 마주하고 있는 제이비어 브런슨 주한미군사령관도 "중요한 것은 우리가 적절한 시기에, 적절한 장소에서, 적절한 역량을 갖춰야 할 뿐 아니라 우리의 관점도 반영해야 한다는 점"이라고 꼬집었다.
우리 정부는 전작권 전환 속도를 늦출 의도가 없어 보인다. 안 장관은 지난달 12일 브런슨 사령관이 제시한 '2029년 1분기 전작권 전환'에 대해 "그것은 군사 당국자의 이야기이고, (조기 전환은) 정책적·정치적 결심사항"이라고 했다. 미 하원 군사위원회 청문회에 출석했던 브런슨 사령관은 "정치적 편의주의가 조건을 앞질러서는 안 된다"고 말하는 등 우리 정부의 속도전을 경계하는 메시지를 전한 바 있었다.
때문에 '자주국방 실현' 구호에 현실적인 안보 상황을 망각하는 우를 범해선 안된다는 지적이 나온다. 특히 북한 유사시 중국, 러시아가 자동 개입하게 되는 상황에서 전작권을 가진 한국이 중국이나 러시아를 독자적으로 상대할 수 있는지부터 자문해야 한다는 목소리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