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1일 김용범 청와대 정책실장은 자신의 페이스북에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초과 이익에 대한 국민배당을 제안하는 취지의 글을 써 글로벌 투자업계에 큰 이슈가 됐다. 후폭풍이 거세자 "사견이었다" "초과이익이 아니라 법인세에 대한 내용이었다"며 진화에 나섰지만 글로벌 투자업계의 의심 눈초리는 아직 거둬지지 않았다. 상황이 악화되자 이재명 대통령까지 진화에 나섰다. 그는 "기업엔 다양한 이해관계자가 관여하지만 위험과 손실을 감수한 투자자와 주주가 이익을 나누는 권한을 갖는 것이 원칙"이라고 했다.
그런데 삼성전자 노조가 삼성전자의 영업이익의 12% 수준을 성과급으로 지급 받는 안이 가결된 같은 날 이제는 정부 차원에서 초과이익에 대한 배분을 논의하겠다고 한다. 27일 김영훈 고용노동부 장관은 '대기업의 초과이익을 어떻게 사회적 분배할 것인가'라는 주제의 긴급 토론회를 연다고 밝혔다. 정부가 거둔 '법인세' 분배가 아니라 사기업의 '이익'을 어떻게 나누냐는 토론회를 연다는 것이었다.
김 장관은 이 대통령의 의중을 거스르는 것일까. 이 대통령이 말한 '투자자와 주주의 몫'을 안중에도 두지 않은 행보처럼 보였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글로벌 AI투자 급증에 따라 사상 초유의 영업이익이 예상되니 정부가 군침을 흘리는 상황이 재현되고 있는 셈이다.
기업의 초과이익에 대한 정부의 입맛 다시기는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2011년은 스마트폰 산업 성장과 함께 삼성전자의 갤럭시 스마트폰이 글로벌 점유율을 빠르게 높여가자 이명박 정부에서 정운찬 동반성장위원장은 '초과이익공유제' 도입 추진을 선언했다. 2021년은 코로나19로 쿠팡과 배달의민족 등 플랫폼 기업 매출이 급증하자 문재인 정부에서는 이낙연 당시 민주당 대표가 '코로나19 이익공유제'를 제안했다.
물론 기업의 성공엔 국가와 지역 사회의 지원이 도움된 부분도 있다. 그렇기에 국가는 직원 임금을 제외하고 그 누구보다 먼저 기업의 이익 가운데 자기 몫을 법인세란 명목으로 떼어간다. 재분배는 정부는 걷은 세수로 하면 된다. 기업의 이익은 정부가 그 배분을 왈가왈부할 게 아니다.
이재명 정부는 국민 자본소득 증대를 꾀하기 위해 주식시장 부양책을 적극 활용하고 있다. 그런데 정부의 욕심으로 기업의 이익이 주주의 몫으로 더 적게 돌아올 거라는 예측이 시장에 자리 잡히면 어떻게 될까. 시장이 과연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주식에 예전 만큼의 가치를 부여할까. 우리는 김용범 실장의 '실언' 뒤 주식 시장이 얼마나 하락했는지 벌써 잊을 만큼 기억력이 나쁘지 않다.
최재리 자산운용사 팀장
* 가스인라이팅(Gas Enlighting)은 매일신문에서 새롭게 선보이는 칼럼 공간입니다. '가스라이팅'은 1930년대 가스등을 사용하던 시절 파생된 용어입니다. 가스등을 조금씩 어둡게 해 누군가를 통제하는 걸 의미하는데요 '가스인라이팅'은 그 반대로 등불을 더 밝게 비춰주자는 뜻입니다. 젊은이들의 시각으로 새로운 이야기를 자주 선보이도록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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