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빚과 딸 병원비 돌려막다 옥살이… 이전 집 짐 모두 뺏기고 빈손 이사
보증금 없이 월세 40만원을 내는 작은 투룸에는 흔한 서랍장 하나 없다. 옥살이를 하는 동안 이전 살던 곳의 짐이 모두 처분돼 빈손으로 쫓겨나듯 이사를 온 탓이다. 차에 싣고 다니던 옷 몇 벌, 겨우 장만한 냉장고가 살림살이의 전부인 집에 엄마 이정현(가명·51) 씨가 홀로 앉아 있다. 수감 전 극심한 스트레스로 백내장과 담석 제거 수술을 받았던 몸이다. 지금도 허리와 팔꿈치가 끊어질 듯 아프지만 병원에 갈 돈조차 없어 생으로 고통을 참아낸다. 부서질 듯한 몸을 이끌고 그가 하루 세 가지 아르바이트를 뛰며 지옥 같은 일상을 버티는 이유는 단 하나다. 두 다리가 성하지 않은 채 대학교 기숙사에 머물고 있는 19살 딸 수민(가명) 양의 미래를 지키기 위해서다.
◆3개의 알바와 끊어지는 허리…엄마가 고통을 참아내는 이유
어려운 형편 속에서도 당장 모녀의 숨통을 조이는 것은 훌쩍 다가온 딸 수민 양의 여름방학이다. 대학교 음악학과 1학년인 수민 양은 방학이 되면 짐을 빼고 기숙사에서 나와야 한다. 피아노 전공이라 학교 연습실 근처에 자취방을 구해야 하지만 훌쩍 뛰어오른 보증금을 마련할 길이 막막하다.
수민 양의 몸 상태는 스스로 아르바이트를 해 생활비를 벌 수 없을 만큼 힘들다. 고등학교 2학년 때 계단에서 넘어져 한쪽 다리 골절 수술을 받은 데 이어 최근 버스에서 내리다 남은 다리마저 부러져 두 번째 수술을 받았다. 다리를 완전히 구부리거나 뛸 수 없어 평생 절뚝이며 걸어야 한다. 그럼에도 수민 양은 뼈를 깎는 연습 끝에 최근 오스트리아 빈으로 가는 학교 연수 장학생에 당당히 선발됐다.
기특한 딸의 비행기 삯 300만원과 자취방 보증금을 마련하기 위해 이 씨는 몸이 부서져라 일하고 있다. 유아교육 전공을 살려 낮에는 아이들 등하원 도우미를 하고 밤에는 술집 주방에서 쉼 없이 설거지를 한다. 아침 일찍 중고거래 플랫폼 당근마켓에 올라오는 청소 아르바이트까지 닥치는 대로 뛴다. 몸이 망가져 가고 있지만 매일 아침 눈물을 삼키며 일터로 향한다.
◆코로나 빚과 딸 병원비 돌려막다 옥살이…처참한 빈방
모녀가 이토록 처절한 하루를 보내게 된 비극의 시작은 코로나19 사태였다. 잘 나가던 피아노 학원 2곳이 무너지고 딸의 병원비마저 감당할 수 없게 되자 그는 벼랑 끝에 몰렸다. 아파트를 팔아 빚을 갚으려 했지만 3년 넘게 매수자가 나타나지 않아 연체 이자만 눈덩이처럼 불어났다. 당장 집이 압류당해 길거리에 나앉을 처지가 되자 이 씨는 지인들에게 딸의 병원비 명목으로 빌린 돈을 급한 대출 이자를 막는 데 돌려막았다. 이후 헐값에 아파트를 처분해 대출부터 갚았으나 정작 돈을 빌려준 지인들에게 돌려줄 자금이 바닥나고 말았다. 갚을 능력이 없는 상태에서 병원비 목적을 속이고 돈을 빌렸다는 이유로 결국 사기죄가 인정됐다. 살기 위해 발버둥 치던 엄마는 어쩔 수 없이 쇠고랑을 차고 옥살이를 해야만 했다.
지난 2월 가석방으로 풀려났지만 세상은 냉혹했다. 옥살이를 하는 동안 빚을 갚기 위해 채권자들에게 써준 위임장 탓에 이전 집에 있던 살림살이와 학원 피아노 등 돈이 될 만한 물건은 모두 처분된 뒤였다. 학원 건물마저 철거 요구를 받으면서 그는 짐 하나 없이 쫓겨나 지금의 텅 빈 단칸방으로 밀려났다. 전과자라는 꼬리표 때문에 전공을 살린 학원 취업은 불가능해졌고 출소 직후 받은 긴급생계비 135만6천600원은 밀린 공과금으로 다 빠져나가 통장 잔액마저 0원이 됐다.
◆쫓기듯 돌아온 19살의 시련
감당할 수 없는 빚과 엄마의 부재 속에서 19살 수민 양이 견뎌낸 시간은 짐작조차 하기 힘들 만큼 참혹했다. 수민 양은 부모가 이혼하기 전까지 아버지의 폭언과 폭력적인 눈빛에 시달렸다. 이혼 후에도 그 충격으로 3년 가까이 방 밖으로 나오지 않고 은둔 생활을 했다. 겨우 마음을 추스르고 고등학교 3학년 입시를 준비할 무렵 세상의 전부였던 엄마마저 구속됐다.
어릴 적 끔찍했던 기억 탓에 죽어도 아버지에게는 가지 않겠다며 텅 빈 학원에서 홀로 버티던 아이는 결국 생계가 한계에 달하자 고개를 숙여야 했다. 엄마가 아프다고 속인 채 아버지의 집으로 들어가 눈칫밥을 먹으며 입시를 준비했다. 불안한 생활 속에서도 피아노 건반을 놓지 않아 대학에 당당히 합격했지만 아버지는 입학금만 내준 뒤 이제 엄마에게 가라며 아이를 차갑게 내보냈다. 그렇게 수민 양은 성치 않은 두 다리를 이끌고 텅 빈 방바닥에 앉은 엄마의 품으로 쫓기듯 다시 돌아와야 했다.
이 씨는 가슴을 치며 눈물을 삼킨다. "저의 뼈저린 과오로 아이가 겪지 않아도 될 고통을 겪었습니다. 평생 궂은일을 해서라도 아이의 꿈만큼은 목숨 걸고 지켜주고 싶습니다."
가구 하나 없는 서늘한 단칸방. 그곳에서 피워낸 수민 양의 재능이 가난에 꺾이지 않고 벼랑 끝 모녀가 다시 희망의 건반을 누를 수 있도록 따뜻한 손길을 애타게 기다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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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주 성금내역]
◆홀로 다섯 아이 키우는 하진희 씨에 2,664만원 전달
월세와 생필품조차 감당하기 어려운 형편이지만 아이들이 자신처럼 살지 않길 바라는 마음으로 홀로 다섯 아이를 키우는 하진희 씨(매일신문 5월 19일 12면)에게 2천664만9천73원을 전달했습니다. 이 성금엔 ▷한미병원(신홍관) 50만원 ▷성현탁 70만원 ▷박철기 20만원 ▷김승하 10만원 ▷변정기 5만원 ▷김대익 2만원 ▷김대익 2만원 ▷신종욱 2만원 ▷최은서 2만원 ▷최정원 2만원 ▷권두형 1만원 ▷이장윤 6천원이 더해졌습니다. 성금을 보내주신 모든 분들께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홀로 남겨질 아들 걱정 김수욱 씨에 2,663만원 성금
가난과 질병이 반복되는 힘겨운 삶 속에서 최근 택시 운전 중 사고로 구속 위기에 몰리면서 홀로 남겨질 사춘기 아들 걱정에 눈시울 붉히는 김수욱 씨(매일신문 5월 26일 12면)에게 42개 단체, 192명의 독자가 2천663만41원을 보내주셨습니다. 성금을 보내주신 분은 다음과 같습니다.
▷에스엘㈜ 200만원 ▷피에이치씨큰나무복지재단 200만원 ▷건화문화장학재단 150만원 ▷㈜일지테크 100만원 ▷㈜태원전기 100만원 ▷한성철강㈜ 100만원 ▷세무법인송정김천2 50만원 ▷송곡문화장학재단 50만원 ▷신라공업 50만원 ▷㈜태린(김영곤) 40만원 ▷최상규이비인후과 40만원 ▷삼성기공(장태종) 30만원 ▷주식회사제이더블유 30만원 ▷㈜신행건설(정영화) 30만원 ▷㈜동아티오엘 25만원 ▷㈜백년가게국제의료기 25만원 ▷금강엘이디제작소(신철범) 20만원 ▷대창공업사 20만원 ▷㈜삼이시스템 20만원 ▷경주천마운전전문학원 10만원 ▷김영준치과의원 10만원 ▷김정수경영회계사무소 10만원 ▷동양자동차운전전문학원 10만원 ▷봉산성결교회 10만원 ▷세움종합건설(조득환) 10만원 ▷신성산업㈜ 10만원 ▷신영메딕스 10만원 ▷유성에스에이치(이석현) 10만원 ▷㈜구마이엔씨(임창길) 10만원 ▷㈜우주배관종합상사(김태룡) 10만원 ▷창성정공(허만우) 10만원 ▷건천제일약국 5만원 ▷국제정밀(김용근) 5만원 ▷느티나무한약국 5만원 ▷베드로안경원 5만원 ▷선진건설㈜(류시장) 5만원 ▷연합광고(김천수) 5만원 ▷칠곡한빛치과의원(김형섭) 5만원 ▷매일신문구미형곡지국(방일철) 3만원 ▷㈜동위(이석우) 3만원 ▷통영굴국밥국수(허정) 2만원 ▷하나회(김미라) 1만원
▷도경희 200만원 ▷김상태 100만원 ▷유주영 70만원 ▷김진숙 50만원 ▷이신덕 이한석 각 30만원 ▷류현승 이재일 각 20만원 ▷곽외숙 김배권 김소형 김승하 김우정 김준후 나상덕 박용환 박재화 박종천 박진현 석의정 송만순 유재숙 이유진 장욱주 장정순 장향숙 전시형 조득환 채미경 최성욱 최창규 허정원 각 10만원 ▷이동욱 9만원 ▷김경희 김명구 김미희 김수진 김순향 김영수 김영숙 김주도 김주희 나혜승 박환운 백미화 서정오 손경호 손동숙 송태구 안대용 윤상수 윤정원 이봉재 이재열 이종하 임효숙 장재호 전우식 정은주 정현진 최상수 최수진 최신애 최옥기 한희진 허선 홍지혜 각 5만원 ▷이진희 4만원 ▷강민경 김승민 김진태 김태욱 박계순 박승호 수호 신시용 우필화 유명희 유점동 윤은미 이강준 이재민 임재덕 정영민 최영수 최춘희 각 3만원 ▷이병규 2만5천원 ▷강화선 권오영 권유진 김경배 김일 김주현 류휘열 문교식 박근정 박선미 박진선 배정준 안옥주 유정자 이경희 이지현 이진욱 이해수 전태석 정대성 정승원 최금남 표영순 한성희 황인찬 각 2만원 ▷윤소영 1만5천원 ▷강글로리아 강민주 김경생 김균섭 김다영 김동화 김성진 김신현 김용숙 김종식 김태상 김태천 도승찬 명광국 박미영 박인배 박지혜 박태용 박홍손 박희영 배상영 변진희 변희광 신광수 우병례 우철규 유귀녀 이강원 이서영 이승호 이영수 이영주 이운대 이현민 전선수 정서원 정혜원 정흔주 조영식 조희수 진행숙 최경철 각 1만원 ▷문민성 9천원 ▷김덕우 김윤이 박유나 백수용 수민 조철제 각 5천원 ▷심금자 1천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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