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래소 '중복상장 제도개선 의견수렴을 위한 3차 세미나' 개최
중복상장 규제 방향성 공감대 속 적용 범위·예외 기준엔 대립
투자자 "코리아 디스카운트 주범"…기업 "자금조달 위축" 우려
국내 자본시장 최대 화두로 떠오른 '중복상장 규제 강화'가 오는 7월 시행을 앞둔 가운데, 일반주주 보호를 위한 모회사 이사회의 역할과 주주 동의 방식 등을 둘러싸고 투자자와 기업 간 의견이 충돌했다. 투자자들은 코리아 디스카운트 해소를 위해 중복상장을 원칙적으로 금지해야 한다고 주장한 반면 기업과 IB(기업금융) 업계는 자금 조달 위축과 경영 자율성 훼손 등을 우려하며 유연한 접근이 필요하다고 맞섰다.
27일 한국거래소는 서울 여의도 사옥 컨퍼런스홀에서 '중복상장 제도개선 의견 수렴을 위한 3차 세미나'를 개최했다. 앞서 1·2차 세미나에서 논의된 제도개선의 기본 방향, 예외 허용 기준 마련, 주주 동의 필요성 등을 바탕으로 모회사 이사회의 역할·의무 등 남아 있는 주요 쟁점에 대한 시장 참여자의 의견을 수렴하기 위해 마련됐다.
이날 발제에 나선 왕수봉 아주대학교 교수는 모회사 이사회에 ▲주주 영향 평가 ▲주주 보호 방안 마련 ▲주주 소통 ▲찬반 의결·통지 ▲공시 등 5가지 의무를 부과하는 방안을 제시했다. 중복상장이 모회사 일반주주 권익에 미치는 영향을 객관적으로 평가하고 필요시 배당 확대나 자사주 소각, 자회사 공모주 우선 배정 등 보호 장치를 마련해야 한다는 설명이다.
특히 독립 사외이사 중심의 특별위원회 설치 필요성을 강조했다. 왕 교수는 "특별위원회를 통해 주주 영향 평가의 객관성과 절차적 공정성을 높일 수 있다"며 "외부 회계법인이나 법무법인 검토 등을 통해 이해 상충 여부를 점검해야 한다"고 말했다. 실제 사례로는 신세계푸드의 특별위원회 운영 사례 등을 언급했다.
일반주주 동의 방식으로는 ▲MoM(소수 주주 다수결) ▲3% 룰 ▲특별결의 등 다양한 방안이 거론됐다. 왕 교수는 "현실적으로는 MoM이나 3% 룰이 취지에 가장 부합할 수 있다"면서도 "국내 상장뿐 아니라 해외 상장에도 동일한 규율이 적용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어진 토론에서는 투자자와 기업 측 의견이 뚜렷하게 엇갈렸다.
임성윤 달튼인베스트먼트 대표는 "중복상장은 코리아 디스카운트의 핵심 사안으로 한국은 지배주주 지배력이 강한 구조인 만큼 '자율적 이사회'만으로는 일반주주 보호에 한계가 있다"며 "또한 한국 시장에서 중복상장 이슈가 워낙 크고 이해관계자 간 이해 상충도 심해 MoM이 필요하며 신규 중복상장은 원칙적으로 금지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채원 라이프자산운용 의장도 "지난 20년간 코스피 시가총액은 크게 늘었지만, 지수 상승은 상대적으로 제한됐다"며 코리아 디스카운트의 원인으로 자사주 소각 부족과 중복상장을 꼽았다. 그는 "한국만의 특수성이 있는 만큼 중복상장은 예외 없이 금지하고 인적분할 하는 방향이 맞다"며 "불가피하게 IPO(기업공개)를 추진하더라도 상장 이후 남은 자회사 지분을 모회사 주주에게 배분하는 방식이 더 바람직하다"고 밝혔다.
반면 벤처투자업계에서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왔다. 중복상장 규제 강화가 중견·중소·벤처기업에 대한 투자 위축으로 이어질 수 있어 이들에 대한 예외 조항이 필요하다는 주장이다.
김창규 우리벤처파트너스 대표는 "벤처캐피탈(VC) 입장에서는 투자금 회수 시장이 중요한데, 중복상장 규제가 투자 위축으로 이어질 수 있다"며 "중소·벤처기업에는 예외 조항이나 유예 기간이 필요하다"고 했다.
박병건 대신프라이빗에쿼티 대표 역시 "사업회사가 기존 사업부를 물적분할하는 경우와 순수 지주회사가 신규 사업을 위해 자회사를 설립하는 경우는 성격이 다르다"며 "순수 지주회사의 자회사 상장은 별도 기준으로 접근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또 "과거 자회사 상장을 전제로 투자받은 중소·벤처기업과 재무적투자자(FI)들의 엑시트 문제를 고려해 기존 투자 건에는 일정 부분 예외를 둘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IB 업계는 한국 기업 구조의 특수성을 고려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왕태식 NH투자증권 본부장은 "한국은 순환출자 해소를 위해 정부가 지주회사 체제를 장려해 왔고 상당수 대기업 지주사는 자체 사업 없이 배당수익 등에 의존한다"며 "해외 사례와 단순히 비교하기보다 국내 기업 구조를 감안해 유연하게 접근해야 한다"고 말했다.
기업 측에서는 법적 근거 부족 문제도 제기됐다. 정우용 한국상장회사협의회 부회장은 "MoM이나 3% 룰 등은 현재 법률상 근거가 없는 내용으로 이 논의가 실체적 규제인지 단순 절차적 의무 부과인지부터 명확히 해야 한다"며 "기업 자금 조달 수단은 제한적인데 과도한 규제는 투자와 고용, 배당 여력을 줄일 수 있다"고 우려했다.
거래소는 이번 중복상장 제도개선이 시장 흐름과 밸류업 기조에 맞춰 일반주주의 실질적인 보호를 강화하기 위한 취지라는 입장이다. 임홍택 한국거래소 상무는 "중복 상장 자체를 막기 위한 것이라기보다 주주의 실질적인 보호를 강화하기 위한 데 방점이 있다"며 "7월 시행 목표에 맞춰 공청회와 간담회에서 나온 의견들을 종합해 최종안을 마련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