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주 황성공원 도시바람길숲에 올해 200여 그루 식재돼 시민들과 만나
우리 식물 주권과 생물학적 정통성 회복하는 '생태적 선언'…확대 식재 예정
제주도와 학술논문속에서 접했던 제주도 한라산 자생 왕벚나무(이하 K-왕벚나무)의 후계목들이 벚꽃도시인 경북 경주로 옮겨져 황성공원내 도시바람길숲에 200여 그루가 식재돼 뿌리를 내리게 됐다.
K-왕벚나무는 한국에 파견돼 선교활동을 하던 프랑스 출신 에밀 타케(1872~1952) 신부가 1908년 4월 제주도 한라산해발 600m 지점에서 발견해 표본(채집번호 4638)을 채집, 1912년 독일 베를린대학 쾨네 교수에게 보내 제주 왕벚나무의 존재를 세계 최초로 알려졌다.
제주도 자생 K-왕벚나무 후계목들이 바다 건너 '벚꽃도시'로 유명한 경주의 황성공원 도시바람길숲에 심겨져 지난 4월부터 시민들과 만나고 있다.
K-왕벚나무 후계목들이 황성공원에 식재되기까지는 (사)에밀타케식물연구소 이사장인 정홍규(70) 천주교 대구대교구 원로사제와 경주시 도시공원과 공무원의 열정과 노력으로 이루어졌다.
정 이사장은 2014년부터 타케 신부의 K-왕벚나무 채집에 관한 이야기를 들은 후 그의 발자취를 추적·연구하고 있다. 정 신부의 이같은 관심과 열정에 제주도에 있는 국립산림과학원 난대·아열대산림연구소는 2019년 K-왕벚나무 후계목 묘목 200그루 정 신부에게 기증했다.
정 신부는 이 묘목을 이듬해 경주 남산 인근 밭을 빌려 심었고, 2021년 11월 경주시에 기증한 중 150그루와 올해 경주시가 제주특별자치도청으로부터 기증받은 7년생 제주도 자생 왕벚나무 조직배양 묘목 50그루가 지난 4월 황성공원 도시바람길숲에 옮겨 식재됐다.
경주시는 정 신부로부터 기증 받은 K-왕벚나무 묘목에서 접순을 따 접목해 키운 10년생 묘목 750여그루를 황성공원내 양묘장에서 키우고 있다. 앞으로 경상북도환경산림연구원과 협력해 종보존을 위한 육종을 통해 더 확대 보급할 예정이다.
벚꽃도시 경주는 1970년대 박정희 대통령의 지시에 따라 보문관광단지를 중심으로 벚나무가 많이 심겼다. 현재 약 3만5천그루의 벚나무 가로수의 90% 이상이 재배원예종인 동경벚꽃(소에미요시노)이다. 제주 왕벚나무는 한국 자생종으로, 둘 다 어머니는 올벚나무로 같지만 아버지는 오오시마(동경벚꽃)와 벚나무 또는 산벚나무(제주 왕벚나무)에서 차이가 있다.
정홍규 이사장은 "1908년 발견돼 재집한 K-왕벚나무 정통성을 고스란히 이어받은 후손 나무들이 시·공간을 뛰어넘어 유서 깊은 경주 황성공원 내 심어져 뿌리를 내리는 것은 제국주의 시절 빼앗기고 뒤엉켰던 우리 식물 주권과 생물학적 정통성을 당당하게 회복하는 '생태적 선언'이자, 황성공원의 생태적 회복탄력성을 높이는 길"이라고 평가했다.
경주시 도시공원과 정경자 과장과 김연수 팀장은 "앞으로 경상북도환경산림연구원과 협력해 k-왕벚나무 종보존을 위한 육종과 육묘를 통해 경주시 가로변의 동경벚꽃이 수명이 다했을 때 대체하고, 경주의 관광명소에 더 많이 식재·보급하겠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