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기 2570년 부처님 오신 날, 이재명 대통령·진우 조계종 총무원장도 圓融會通 강조
서로의 '다름'을 인정하고 타협·소통하며 공존의 길 찾아야…정치 지도자 솔선수범 필요
불기(佛紀) 2570년 부처님 오신날, 전국 사찰에서 봉축법요식이 봉행됐다. 올해 봉축 표어인 '마음은 평안으로, 세상은 화합으로'라는 메시지대로 평안과 화합을 기원했다.
올해 부처님 오신날 봉축법요식에서 이재명 대통령도, 대한불교조계종 총무원장 진우 스님도 모두 원융회통(圓融會通)을 강조했다. 마치 이 세상을 향해 우리 모두 함께 해결해 나가야 할 화두를 던졌다고 할 수 있다.
먼저 총무원장 진우 스님은 봉축사를 통해 "정치와 경제, 사회 모든 영역에서 힘과 대립으로 상대를 꺾어야 내가 살아남는 시대를 넘어, 공존과 정의를 바탕으로 서로를 존중하고 함께 살아가는 화쟁(和諍)의 지혜를 실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재명 대통령도 축사를 통해 "지금 우리 사회에도 서로 다른 생각을 화합하고 아우르는 배려와 이해의 정신, 각자도생이 아닌 공존·상생으로 나아가고자 하는 따뜻한 마음이 절실히 필요하다"면서 "'원융회통'의 정신을 가슴 깊이 새기며, 하나 된 힘으로 국민과 나라의 위기를 극복해 나가겠다"고 천명했다.
원융회통은 신라 시대 원효대사의 '화쟁사상'에 뿌리를 둔 한국 불교의 핵심 사상이자 철학이다. 서로 다른 생각과 가치, 이해관계를 배척하지 않고 조화롭게 아우르며 하나로 통하게 한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원융회통이 대중적 관심을 끌고 화제가 된 것은 어쩌면 역설이다. 지금 우리가 진정한 원융회통이 필요한 이유는 단순히 종교적 가르침을 넘어 오늘날 갈등과 대립이 심화된 우리 사회가 직면한 고질적인 문제를 해결해야 할 절실하고 필요한 덕목이기 때문이다.
지금 우리 사회는 극단적 진영 대립과 혐오가 확산돼 정치·세대·지역·이념 대립과 갈등이 더욱 심화됐다. 빈부 격차뿐만 아니라 교육·문화·정보 접근에 이르기까지 양극화와 믿고 싶은 것만 믿으려는 확증 편향이 심해져 사회 공동체가 무너져가고 있다.
대립과 갈등, 양극화, 저출생·고령화, 지방소멸, 기후위기 등 우리 사회의 복잡하고 다양한 문제들을 어느 한 집단이나 이념 정책 만으로 해결할 수 없다. 승자독식이 아니라 서로의 '다름'을 인정하고 타협하며 공존의 길을 찾는 원융회통의 지혜가 필요하다. 원융회통은 단순한 불교의 사상이 아니라 성숙한 시민사회가 갖춰야 할 공존의 윤리이자, 사회적 합의를 도출하고 하나 된 힘으로 위기를 돌파할 수 있는 상생의 에너지원이라고 할 수 있다.
원융회통은 가장 먼저 대통령과 국회의원 등 정치·사회 지도자들이 솔선수범 실천해야 한다. 정치는 사회 갈등을 조정하고 통합해 국민들이 잘 먹고 잘 살 수 있게 해야 하는데, 현실은 자신들의 정치적 이해관계에 따라 오히려 갈등을 부추기고 이용하는 측면이 많다.
종교계도 화합과 자비·사랑을 설파하고 실천해야 하지만 종교 간 갈등이나 내부 권력 다툼으로 사회적 신뢰를 잃는 경우도 적지 않다. 또 기업인, 공직자, 교육자 등 사회 지도층의 솔선수범은 물론 개개인의 실천도 중요하다.
사바세계의 어둠을 밝히는 연꽃 등불이 켜졌다. 사찰과 거리마다 밝힌 연등은 내 마음의 어둠을 밝히는 등불이자, 세상의 소외되고 고통받는 이들을 따뜻하게 비추는 자비의 등불이다. 원융회통을 통해 서로 다름을 인정하되 갈등이 아닌 화합하고 공존 공생으로 가는 원융회통, 지혜의 등불이 더욱 환하게 빛나길 기대해 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