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성이씨 간서 이정룡 뜻 기려 후손 이재업 회장 누대 숙원 사적
22일, 유림들 참석 공개 '부군 높은 뜻을 후손들 기억할 수 있게'
志孝堂 류기남 작가 첫 민화 전시회, 작품 30여점 함께 선보여
지역 유림들, 한시로 '선비 가풍·문중 정신 일으켜 세워'라 화답
'세대를 건너 후손들이 정성 다해 받들었네, 남쪽 강가로 돌아오니 서늘한 바람이 일어나고, 북산에 서니 맑은 강빛이 더욱 밝구나, 안동의 선비들이 시를 지어 축하하고, 이 아름다운 이름이 길이 빛나리라'
영남 유림의 지도자이자 큰 선비로 불렸던 고 동천 김창회 선생은 생전 '침수정' 복원 사업을 지켜보면서 간서 이정룡 선생의 뜻과 후손들의 정성을 기려 축시를 남겼다.
김창회 선생은 축시에서 침수정 복원에 대해 선조 뜻의 완성, 낙동강 자연과 함께한 정자, 후손들의 정성과 효심의 결실, 지역 유림 사회가 함께 축하한 공간이라 적고 있다.
이처럼 지난 22일 일반에 선보인 '침수정' 내부에 걸린 편액과 기문(記文)들은 한 선비의 평생 숙원과 후손들의 오랜 염원을 고스란히 담아내고 있다.
'침수정'은 고성이씨 간서(澗西) 이정룡(李庭龍·1798~1871) 선생이 생전에 북정과 탑동종택 사이 개울가에 터를 마련하고 이름까지 지어두었으나 끝내 완공하지 못한 정자였다.
간서 선생은 조선 후기 안동 지역을 대표하는 학자 가운데 한 명으로 평가된다. 자는 사운(士雲), 호는 간서(澗西)다. 탑동종택을 건립한 좌승지 이후식의 6대손이며, 영모당 이원미의 현손이다. 수천 수에 이르는 시문을 남긴 문장가로도 알려져 있다.
시와 문장을 사랑하고 풍류를 즐겼던 그는 평생 정자를 세워 학문과 교유의 공간으로 삼고자 했지만, 가세가 넉넉지 못해 뜻을 이루지 못한 채 세상을 떠났다.
선생이 정한 옛 침수정 터는 북정을 거친 물줄기가 낙동강으로 흘러가고, 맑은 모래와 강물이 펼쳐진 명당이었다고 전해진다.
그러나 세월이 흐르며 지형이 바뀌고 원래 터에 정자를 세울 수 없게 되자, 후손들은 임청각 서편 기슭의 옛 정자(이가당)를 수습해 침수정이라는 현판을 걸고 선대의 뜻을 이었다.
선생이 세상을 떠난 지 150여 년이 흘러 6대손인 이재업 성균관유도회 경북도본부 회장을 비롯해 후손들이 뜻을 모아 침수정을 다시 세우고 여러 편액과 기문을 남긴 것.
이날 지역 유림들이 참석한 가운데 조촐하게 선보인 '침수정'에는 유림들이 복원을 칭송하는 한시를 새긴 시판들이 빼곡히 걸려 150년 세월 선비의 뜻을 고스란히 잇고 있다.
김종길 학봉종손은 '침수정기'(枕漱亭記)에서 "선조의 정신을 후손들에게 널리 알리는 지표가 될 것이라 믿었고, 침수정을 법흥의 옛 터에 세워 오랜 숙원을 풀고자 했다"고 적고 있다.
기문은 침수정이 단순한 건축물이 아니라, 선조의 학문과 덕망, 그리고 가문의 정신을 후대에 잇는 상징이라고 설명한다. 침수정이 단순한 휴식 공간을 넘어, 선비정신과 문중의 정신사를 담은 문화 공간임을 보여주고 있다.
노진환 영남유교문화진흥원 원장도 '근차간서선생 유지침수정건운'(謹次澗西先生 遺志枕漱亭建韻), '삼가 간서 선생의 유지를 따라 침수정 건립의 운에 화답하다'라고 시작하는 축시를 통해 "침수정은 단순한 정자가 아니라, 시문(詩文) 예의(禮義) 선비정신을 후손들이 영원히 이어가겠다는 상징 공간"이라 적었다.
이재업 회장은 "비록 옛 터 그대로의 정자는 아닐지라도, 선조의 높은 뜻을 후손들이 기억하게 하는 것만으로도 의미가 있다"며 "침수정은 한 선비의 미완의 꿈에서 출발해, 세대를 건너 다시 살아난 기억의 정자로 자리잡을 것"이라 말했다.
한편, 이날 침수정 복원 공개 행사와 함께 이재업 회장의 부인 지효당(志孝堂) 류기남의 첫 민화전시가 함께 열려 선조가 염원했던 문화 공간으로 거듭나도록 했다.
이날 민화전에는 작가가 7년여전 민화 그리기 작업에 빠지도록 영향을 준 하당(荷塘) 권정순 한국민화연구소 소장 등 많은 지인들이 참석했으며, 농사와 양잠을 8폭병풍에 담은 '경직도'를 비롯해 작가가 틈틈히 그린 30여점의 민화 작품이 선보였다.
류기남 작가는 "오랜시간 좋아하는 마음으로 그려온 그림들을 조심스럽게 한자리에 모았다"며 "아직은 많이 부족하지만 그림속에 담긴 정성과 이야기를 함께 나눌 수 있으면 기쁘겠다"고 첫 전시 소감을 밝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