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래소, 서울 사옥서 '중복상장 제도개선 세미나' 개최
특별결의·MoM 방식 등 검토…규제 구체화 논의 본격화
"중복 막아야" vs "기업 투자 막힌다"…시장 의견 팽팽
정부와 금융당국이 추진 중인 '중복상장 규제'를 두고 자본시장 내 찬반 논쟁이 본격화하고 있다. 투자자 보호와 코리아 디스카운트 해소를 위해 강력한 규제가 필요하다는 의견과 함께 기업 성장과 모험자본 회수 시장을 위축시킬 수 있다는 우려가 맞서며 팽팽한 긴장감이 이어지는 모습이다.
한국거래소는 20일 오전 서울 여의도 사옥 컨퍼런스홀에서 '중복상장 제도개선 세미나'를 열고 모회사 주주 동의 필요성과 동의 방식 등 주요 쟁점에 대한 시장 의견 수렴에 나섰다. 앞서 지난 16일 진행된 1차 세미나에서는 '중복상장 원칙 금지·예외 허용'이라는 제도개선의 기본 방향을 중심이었다면 이날에는 '예외 허용'의 구체적인 기준을 마련하기 위해 마련됐다.
남길남 자본시장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발제를 통해 중복상장 예외 허용 기준으로 ▲이사회 자율 중심 ▲거래소 판단에 따른 부분적 주주 동의 의무화 ▲원칙적 주주 동의 의무화 등 세 가지 방안을 제시했다.
그는 "상법 개정으로 이사의 주주 충실 의무가 강화된 만큼 이사회가 일반주주 보호 방안을 마련하고 충분한 소통 절차를 거쳤다면 기업 자율성을 존중할 필요가 있다"면서도 "반면 자회사 상장이 모회사 일반주주 권익에 중대한 영향을 미치는 경우에는 거래소가 주주 동의를 요구하거나 원칙적으로 주주 동의를 의무화하는 방식도 검토할 수 있다"고 말했다.
또한 주주 동의 방식으로는 ▲특별결의 ▲3% 룰 적용 ▲소수 주주 다수결(Majority of Minority·MOM) 등을 검토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남 연구위원은 "MoM은 국제적으로 가장 강력한 일반주주 보호 장치로 평가받고 있지만, 통과 가능성이 낮고 비용 부담이 크다는 현실적 한계도 존재한다"며 "반대로 특별결의는 국내 상장사의 높은 지배주주 지분율을 고려하면 실질적인 보호 장치로 작동하기 어렵다는 지적도 있다"며 각 방식의 장단점을 함께 짚었다.
이어진 토론에서는 투자자와 업계 간 시각차가 뚜렷하게 드러났다.
찬성 측에서는 중복상장이 코리아 디스카운트의 핵심 원인 중 하나라며 강도 높은 규제가 필요하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김형균 차파트너스 본부장은 "중복상장 구조는 모회사와 자회사 일반주주 간 이해상충을 구조적으로 야기하고 모회사·자회사 모두 디스카운트(저평가)되는 결과를 낳는다"며 "한국 특유의 계층형 중복상장 구조가 코리아 디스카운트의 주요 원인"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특히 "지배주주가 최소한의 지분으로 그룹 전체 지배력을 극대화하는 피라미드 구조가 형성된다"며 "모회사 주주 보호를 위해서는 원칙적으로 전면적인 주주 동의 의무화와 MoM 방식 도입이 필요하다"고 부연했다.
왕수봉 아주대학교 경영학과 교수도 "한국의 핵심 문제는 단순 중복상장이 아니라 계층형 상장 구조"라며 "소유와 지배의 괴리가 커지는 구조를 어떻게 해소할 것인지가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또 "미국처럼 자회사 주식을 모회사 주주에게 배분하는 방식이라면 MoM까지 갈 필요는 없겠지만, 그렇지 않다면 강한 주주 보호 장치가 필요하다"고 역설했다.
반면 반대 측에서는 지나친 규제가 기업 투자와 IPO(기업공개) 시장 위축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왔다.
김경순 대신증권 IPO본부장은 "기업 성장과 국가 산업 경쟁력 측면에서도 자금 조달 기능은 매우 중요하다"며 "중복상장을 지나치게 제한할 경우 기업들의 신규 산업 투자 의지와 창업 동력이 약화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김 본부장은 "현실적으로 임시 주주총회 참여율이 낮고 의결권 확보도 쉽지 않다"며 "주주 동의를 절대적 기준으로 삼기보다는 거래소가 케이스 바이 케이스로 심사하는 방식이 바람직하다"고 덧붙였다.
임신권 IMM PE CLO(최고법률책임자)도 "쪼개기 상장은 분명 문제지만, 이미 자회사에 FI(재무적투자자) 투자가 이뤄진 상황에서 IPO를 막아버리면 과거 투자 자체가 성립하지 않게 되는 부작용이 생길 수 있다"며 "과도한 규제는 모회사와 국민경제 차원에서도 바람직한 투자 기회를 원천적으로 차단할 위험이 있다"고 우려했다.
이어 "중복상장 필요성과 주주 이익 훼손 여부는 본질적으로 경영상 판단 영역"이라며 "결정 권한은 이사회 중심으로 유지돼야 한다"고 말했다.
금융당국 역시 중복상장 규제 강화 필요성에 무게를 싣고 있다. 고영호 금융위원회 자본시장과장은 "중복상장 문제는 단순히 특정 거래 구조에 대한 규제가 아니라 자본시장의 신뢰 문제로 접근하고 있다"며 "투자자들이 기업의 미래 성장 가치와 이익을 공정하게 향유할 수 있어야 시장을 믿고 재투자할 수 있는 만큼 중복상장은 '원칙 금지·예외 허용' 기조로 가는 것이 자본시장 신뢰 제고에 도움이 된다고 판단하고 있다"고 밝혔다.






